반딧불 천국에서 태권도 성지로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5.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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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성화/기업도시 유치한 무주 ‘으뜸’
 
전북 지역 기초 단체 가운데 지역 특성화 사업을 가장 잘 추진하고 있는 곳으로 무주가 꼽혔다(33.4%). 기자가 5년 만에 찾은 무주는 예전과 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냄새나던 천변은 쾌적한 휴식 공간으로 바뀌었다. 군민들은 조깅을 하거나 보트를 탔다. 도로도 말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상하수도관과 전깃줄을 땅에 묻어 읍내 중심가에서 전봇대는 자취를 감추었다. 큼지막한 문화 시설도 들어섰다. 천연 잔디가 깔린 축구장과 테니스장에, 호텔 수준의 수영장이 완비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군민들이 활기에 넘쳤다. 읍내 곳곳에는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지정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벗었다. 낙후의 한’ ‘무주가 전북의 희망이다’. 무주 읍내에서 만난 한 행상은 “무주가 태권도 공원에 이어 기업도시로 선정되어 잔치가 끊이지 않는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고 말했다. 7월8일 기업도시를 무주에 유치하는 것이 확정되자, 군청 앞에 군민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읍내 막걸리가 동이 났다고 한다.

무주는 1997년 반딧불이 축제를 개최해, 이목을 끌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환경문화 국가 축제로 지정된 반딧불이 축제는 무주를 낙후 두메산골에서 ‘청정 무주’로 바꾸어 놓았다. 지난 6월에 치러진 반딧불이 축제에는 관광객이 전국에서 60만명 다녀갔다. 축제 소득만도 31억원이 넘었다. 유명무실한 집안 잔치인 몇몇 지역 축제와는 차별화되었다. 무주군청 전병순씨는 “무주가 반딧불이 하나로 먹고 살겠다는 신념으로 반딧불이 장터를 세우는 등 반딧불이 관련 상품을 만들어냈다”라고 말했다.

 

무주는 굵직한 국책 사업을 2개나 유치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난 12월30일에는 경주·춘천을 따돌리고 태권도 공원을 따냈다. 2013년까지 약 1조2천억원을 투입해 태권도인들의 성지로 꾸밀 예정이다. 공원에는 태권도 성전과 태권도 테마파크, 태권도 학교 등이 세워진다. 김세웅 무주군수는 “한국 대표 브랜드인 태권도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겠다. 1백79개국 6천만 태권도인이 태권도 공원을 방문하면 꼭 다시 찾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관광레저형 기업도시가 태권도 공원을 보완해 무주를 한류 관광의 중심으로 만들 예정이다. 슬로밸리(Slovally)라는 이름의 무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는 사업비 약 1조8천억원을 들여 인구 2만명이 거주하는 자족 도시로 건설된다. 2004년 관광객 4백30만명이 찾은 무주는 2010년에는 1천만명이 다녀가는 세계적인 레저 도시로 거듭날 계획이다.

전통 도시 전주·청보리밭 고을 고창, 2·3위

소외감에 젖어 있던 무주는 이제 부러움을 독차지하는 지자체가 되었다. 군민들은 군수와 3백여 공무원의 노고라고 공을 돌렸다. ‘공무원 자랑스럽습니다’ ‘군수 잘한다’라는 플래카드가 읍내를 뒤덮은 것은 이 때문이다. 기업도시 후보지에서 토지 이용을 승낙해준 주민은 98.2%에 달할 정도로 군정에 대한 3만 군민의 지지는 절대적이다.
이 지지를 바탕으로 무주는 큰 꿈을 꾸고 있다. 경쟁 상대는 주변의 지자체가 아니라 미국 아스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캐나다 휘슬러 같은 세계적인 관광 도시다. 올해만 해도 무주는 스페인 마드리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여해 태권도 공원을 홍보했다. 세계 한인회장단과 전세계 여행업 종사자들을 초청해 설명회도 열었다.

 
무주 다음으로 지역 특성화 사업을 잘 추진하고 있는 전북 지역 기초 단체로는 전주시가 꼽혔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을 히트 상품으로 만들어내며 전주를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각인했다. 전주시청 이승철 계장은 “전주대사습놀이·풍남제 등을 통해 전주를 전통 문화의 중심 도시임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6년 역사의 전주국제영화제도 세계적인 디지털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청보리밭 축제·고인돌 군락·복분자 특구를 앞세운 고창군은 지방 특성화 사업을 잘 추진한 지자체 3위에 올랐다. 고창은 보리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 아니다. 하지만 1차 산업인 보리밭을 관광과 접목해 대박을 터뜨렸다. 이강수 고창군수는 “농업이 주업인 고장 특성을 이용해 경관관광농업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청보리밭 축제를 제안했다. 복분자 빌리지를 만들어 복분자를 따고 술을 담그면서 휴가를 보내는 등 1·2·3차 산업을 섞어 4·5·6차 산업을 만들어내겠다”라고 말했다. 고추장 특구를 만든 순창과 춘향제의 남원이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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