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그게 응급처치라고?
  •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 ()
  • 승인 2005.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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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건강] 잘못 알려진 위기 대처법 많아…뱀 독, 입으로 빨면 위험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나라 안 곳곳이 붐비고 들썩거린다. 운동이나 야외 활동을 많이 하다 보면 크고 작은 부상을 겪을 수 있다. 사소한 부상이나 상처는 그 자리에서 바로 간단히 처치하기만 해도 심각한 상태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응급 처치가 제대로 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터넷과 대중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의학 지식을 몇 가지씩 알아둔 덕분인지, 긁힌 상처에 된장을 바르거나 화상 부위에 소주를 붓는 등의 조악한 민간 요법을 쓰는 사람이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잘못된 응급 처치 상식이 난무한다. 그 중 몇 가지만 짚어보겠다.

살에 박힌 벌침 카드로 살살 긁어내야

코피가 났을 때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러면 숨을 들이마실 때 피가 폐로 들어가거나 피를 삼켜서 토할 수 있다. 코피를 멈추려면 악취가 날 때 손으로 감싸 쥐는 콧날의 살집 부분을 약 10분 동안 꽉 눌러주면 된다. 대개 잠시 누르고 있다가 피가 멈추었나 보려고 쥐었던 손을 놓는데, 끈기를 발휘해서 충분히 오래 눌러주어야 한다. 코피가 15분 이상 계속 나면 과다 출혈 또는 심각한 부상으로 위험해지므로 병원에 가야 한다.

여름에는 몸이 많이 드러나는 옷을 입기 때문에 피부가 긁히고 베이고 날카로운 것에 찔리는 일이 다반사다. 날카로운 물체가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면, 그것이 조그맣고 살갗에 살짝 박혔을 때는 손으로 잡아 빼도 무방하다. 하지만 낚싯바늘 같은 것을 용감한 척하며 빼내다가는 상처를 키울 수 있다. 식물의 가시는 일단 제거하고 찔린 부위를 물과 비누로 잘 씻은 뒤 밴드를 붙여두면 금방 아문다. 녹슨 금속에 찔렸다면 파상풍에 대비해야 한다. 예방 주사를 맞은 지 5년이 지났다면 다시 파상풍 예방 주사를 맞는 것이 안전하다.

전문가들은 긁히고 벤 상처에 과산화수소를 바르는 처치법에 회의적이다. 과산화수소가 박테리아와 병원균의 감염을 방어하는 몸의 세포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처 응급 처치는 ‘세척-치료-보호’ 3단계를 실천하면 틀림없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고 항생연고를 바른 뒤에 밴드로 덮어주면 훌륭하다. 상처가 드러나야 더 빨리 낫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다친 곳을 또 다치거나 세균이 감염된 아픈 옛 기억을 떠올리며 반창고를 잘 여미는 편이 낫다.

산으로 피서를 갔다면 벌과 원치 않는 접전을 벌여야 할 때도 있다. 벌에 쏘이면 흔히 손톱을 세워 짜내듯이 침을 빼내는데, 그렇게 침을 눌러서 제거하면 벌침에 붙어 있는 독을 몸 안으로 짜 넣는 격이 된다. 대신 신용카드처럼 얇은 물체로 침을 살살 긁어내면 괜찮다. 벌에 쏘인 사람의 몸이 붉게 변하거나 숨을 잘 못쉬면 치명적인 위급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뱀에 물리면 가능한 한 빨리 독을 제거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절대로 독을 빨아내서는 안 된다. 이것 때문에 오히려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 뱀에 물렸을 때 빨리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일념으로 허둥지둥 움직이다가는 독이 더 빨리 퍼지게 되므로, 물린 부위는 움직이지 말고 심장보다 아래쪽으로 두어야 한다. 꽉 끼는 옷과 장신구는 빼고 응급실에 연락하는 것이 최상이다.
야외에서 이런 상황이 닥치면 당황해서 제대로 손도 못 쓰기 십상이다. 미리 응급처치법을 익히고 구급약을 잘 챙겨서 즐겁게 피서를 다녀오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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