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한 범선들의 눈부신 항해
  • 뉴캐슬·정숙진 통신원 ()
  • 승인 2005.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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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세계 대회, 1백5척 참가…기항지마다 대규모 축제 ‘활짝’

 
영어로 ‘톨 십(Tall Ship)’이라고 불리는 범선은 작은 요트는 물론 100여m 길이의 초대형 배까지 다양한 형태와 규격을 갖춘 배를 가리킨다. 각종 선박 박물관이나 기념품 코너에서나 볼 수 있던 전통 범선은 ‘세계범선대회(The Tall Ships' Races)’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56년 영국과 포르투갈에서 최초로 열렸던 이 범선 대회는 세계 최대 가로돛 범선의 마지막 항해를 기념하기 위해 전세계 항해인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친선 대회였다. 자칫 마지막 항해가 될 뻔했던 이 범선 대회가 전세계적으로 기대 이상의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그 여세를 몰아 지금까지 그 전통을 이어왔다. 커티삭 위스키로 유명한 영국의 양조회사 배리브러더스앤러드 사가 1972년부터 2002년까지 이 범선 대회를 후원해 한때 ‘커티삭 범선 대회’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세계범선대회를 주최하는 잉글랜드 자선단체인 ‘국제항해훈련협회(Sail Training International)’는 전세계 범선대회와 관련 행사, 컨퍼런스, 세미나는 물론 항해 훈련 기관의 다양한 행사를 지원한다. 이 협회의 최대 행사가 매년 유럽의 해협을 항해하는 이 세계범선대회이다.

배의 규모와 장비를 기준으로 A, B, C, D 네 등급으로 대회 참가 범선을 구분하고 있다. 대회 참가자는 국적·성별·종교 등을 불문하고 세계의 모든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다. 실제 승선자의 90%가 항해 경험이 거의 없다. 또한 전체 승선자 50% 이상의 연령을 만 15세에서 25세로 하는 규정을 두고 있을 정도다. 물론 국제항해훈련협회가 제시하는 이 안전 규정을 지키고 장비를 제대로 갖춘 범선만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부여된다.

세계범선대회는 대회라기보다 범선을 사랑하는 전세계 사람들의 우정과 범선에 대한 식지 않은 열정을 과시하는 행사다. 또한 범선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고자 발트 해·대서양·인도양·북해 등에서 온 범선들을 모두 매년 한자리에 모이게 한다. 주요 참가국은 독일·영국·프랑스·아일랜드·노르웨이·포르투갈·루마니아·폴란드·네덜란드·인도 등이다.

바람을 이용하는 범선답게 친환경적인 ‘그린 이벤트’를 만들고자 하는 주최측의 노력도 엿보인다. 범선이 정박하는 도시의 주요 역과 공항에서 행사장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해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에게 대중 교통 이용을 권장한다. 특히 이번 대회 개최지인 영국 뉴캐슬의 경우 전기를 이용한 셔틀버스를 시내 곳곳에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행사 참가 범선은 물론 행사장 내 각종 시설물 관리자들에게 쓰레기 분리 수거와 재활용을 강조하는 노력이 이를 입증한다.

지난해 대회는 벨기에·덴마크·노르웨이·독일에서 열렸다. 내년에는 세계범선대회 개최 50주년 기념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2006년 7월6일 프랑스 생말로를 시작으로 포르투갈의 리스본, 스페인의 카디즈와 라코루나 두 도시를 거쳐 벨기에 안트워프에서 8월22일 행사를 마감한다. 더욱이 최초 항해지였던 영국의 토베이와 포르트칼 리스본 항구를 범선들이 다시 돌면서 대회를 장식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기념품 판매 등으로 수천 파운드 수익

올해로 49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범선 대회는 7월9일 아일랜드를 떠난 범선들이 7월14일 프랑스, 7월25일부터 4일간 영국에 머무른 후, 8월3일 노르웨이에 도착해 8월6일 끝난다. 세계 20여개 국의 범선 1백5척과 항해인 4천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각 도시가 세계적인 항구로 유명한 만큼 이번 행사 동안 항구 주변 부두에 볼거리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특히 각 도시의 문화적 특색에 맞게 범선 퍼레이드와 콘서트, 불꽃 축제, 관광객과 항해인들과의 만남의 장, 대회 참가자 시상식 등이 열린다.
대회 출발지인 워터포드는 아일랜드 남동부에 위치한 항구 도시다. 유럽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후크헤드 등대’와 이곳 해변에 풍부한 모래로 빚어진 크리스털 제품이 유명한 곳이다. 이미 지난 7월9일 화려한 불꽃 축제와 함께 관광객 38만여 명을 뒤로 하고 100여 척의 배가 다음 개최지 프랑스로 떠났다.

두 번째 기착할 도시는 영국 해협의 관문인 프랑스 노르망디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영화 <쉘부르의 우산>으로도 유명한 쉘부르이다. 쉘부르는 뛰어난 기반 시설과 아름다운 자연 환경 덕택에 프랑스 항구 중에서도 가장 많은 국제 해양 행사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항구는 지난 20여 년간 50여 개의 해양 행사를 열었다.

세 번째 범선 정박지이자 이번 대회 개최지인 뉴캐슬과 게이츠헤드는 잉글랜드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이다. 이 두 도시 사이를 가르며 흐르는 타인 강에 세계 최대 규모의 범선 대회가 3년여 준비한 끝에 열리는 것이다. 행사 관람은 무료이지만 행사 관련 기념품 판매와 식당·호텔 영업 등을 통해 5천만 파운드(한화 천억원)가량의 수익을 거두어들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1993년도 대회 수익이 3천8백만 파운드(한화 7백60억원)로 집계되었다. 뉴캐슬은 1986년과 1993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대회를 개최한다.

‘발틱 현대미술관’과 ‘세이지 다목적 공연장’ 등을 신축해 게이츠헤드를 ‘문화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시킨 게이츠헤드 시청의 노력으로 올해 최초로 게이츠헤드가 뉴캐슬과 함께 공동 개최지로 나섰다. 이번 대회를 기념해 60m 높이의 초대형 이동 관람차를 타인 강변에 설치해 관광객들 유혹하고 있다. 런던의 명물 관람차인 ‘런던 아이’를 본떠 ‘게이츠헤드 아이’로 이름 지어졌다. 이 관람차는 이번 범선 대회 기간은 물론 9월30일까지 방학을 맞은 지역 어린이들에게 개방하고, 이후 지역 주민들의 안정된 생활 환경을 위해 철거될 예정이다.
또한 올해는 영국의 넬슨 제독이 지휘한 영국 함대가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를 무찌른 트라팔가르 해전 승전 200주년이기도 하다.

2005년 범선 대회의 최종 목적지인 노르웨이 남동부의 프레드릭스타드는 노르웨이 프로축구 1부 리그 팀의 연고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올해는 노르웨이가 덴마크로부터 독립한 지 100주년이 되기도 해 이번 행사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항구 도시답게 조선업·어업이 주요 산업이며 목재·광물 등을 수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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