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요리책’ 눈에 띄네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5.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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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이 펴낸 <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

 
  ‘1년 동안 한 사람이 먹는 식품 첨가물이 4kg.’ 어떤 이들은 ‘차라리 아이를 굶기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요즘의 먹거리 환경을 고발한다. 경고음은 이미 차고 넘친다. 알면 알수록 먹을 것이 없다. 대체 어쩌란 말인가? 

  고발 전문인 환경운동 단체가 대안 요리책을 펴냈다. 녹색연합이 묶은 <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북센스 펴냄). 수록된 요리법은 무려 1백10 가지.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3년 동안 녹색연합이 일반 주부들로부터 모은 음식 조리법은 천여 개에 달한다.

  ‘음식이 세상을 바꾼다’는 표어 아래 진행된 ‘소박한 밥상, 생생 요리 공모전’ 이 수원지 역할을 했다. 이 행사는 2002년부터 시작되었다. 요건은 간단했다.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고유의 맛을 살리며, 조리법이 간단해 요리 시간이 짧을 것. 

  소박하게 출발한 이 운동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후원 기업인 교보생명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일반 주부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유기농 유통업체들도 관심을 보였다. 그 열기 덕에 해를 더할수록 행사의 규모가 커져갔다. 2003년에는  100명이 모여 생생 요리 시연 행사를 가졌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9백명을 행사장에서 먹여야 했다. 한 유통업체가 한끼 식사를 후원했지만,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즉석 요리되는 음식을 한 가지라도 맛보려고 좀체 젓가락을 내려놓지 않았다. 출품자들은 50인분, 100인분 음식을 조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지난해에는 이번 책의 전신 격인 자료집을 펴냈다. 요리 모음집 <소박한 밥상, 환경을 살리는 음식>이 그것이다. 이 책은, 정식 유통망을 통하지 않았는데도 금세 동이 나 품귀 현상을 빚었다. 내친 김에 출판사와 손잡고 시판용 책을 펴내기로 했다. 이번에는 프로들이 가세했다. 요리를 선별하고 책을 다듬는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을 보탠 것이다. 영양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 점수도 매겼다. 

  반응은 뜨거웠다. 초판 3천부로 소박하게 시작했으나, 금세 2쇄 5천부를 더 찍었고, 2주 만에 3쇄까지 찍었다. 온라인 주문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시내 한 서점에서 사인회를 진행할 때는  남성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심지어 할아버지들까지 판매대를 기웃거리다가 책을 집어들곤 했다”라고 녹색연합 신근정 간사는 말했다.  

  인기 비결은 뭘까.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요리책의 요리들은 어찌나 별난가. 재료 이름부터 기기묘묘하고, 각종 소스 이름은 입에서 겉돈다. 다른 편에서 인기를 모은 품목이 이른바 ‘엄청 간단 요리법’ 계열의 책들이다. 맞벌이하면서, 혹은 자취생을 위해서라는 제목 아래 간편 조리법이 인기를 끈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요리법의 상당수가 인스턴트 제품을 활용한다는 데 맹점이 있다. 어떤 저자는 서슴없이 이렇게 말한다. ‘인스턴트 활용하는 것을 경계하지 말라. 반조리 식품을 활용하라.’ 음식 고민이 건강한 삶으로부터 출발한 마당에 이만저만한 본말 전도가 아니다. 

자연 담은 먹거리로 아토피 퇴치

 
 요리법 응모에 참여한 이들의 고민은 하나로 수렴된다. 가족, 특히 아이의 건강을 어떻게 챙기느냐다. 수록된 요리 가운데 어린이 간식으로 ‘호박구이’를 선보인 주부 신소영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맛있는 집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는 식도락가였다. 그런데 결혼 7년 만에 낳은 아이가 아토피에 시달렸다. “피부는 물론이고, 눈에서까지 진물이 나올 때는 아이와 함께 죽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토피를 이겨내기 위해 생활을 완전히 바꿨다. 모양이나 맛이 아닌, 음식이 원래 갖고 있는 성질을 중시했다. 그러자니 자연히 조리법도 간단해졌다.” 

  가령 이렇다. ‘1. 애호박을 썬다. 2. 참기름을 두르고, 중불로 달군 팬에 호박을 노릇노릇 익힌다. 3. 양념장을 곁들인다. 끝.’ 어떤가. 이 정도면 아무리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라도 시도해볼 만하지 않은가? <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에는 이처럼 5분에서 30분 미만의 조리 비법이 그득하다. 

  녹색연합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신근정 간사의 사연도 남다르다. 그는 담당 업무가 달랐던 탓에 환경단체에서 일하면서도 먹거리에 관한 한 문외한이었다. 임신하고서도 외식을 즐겼고, 맛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딸기 우유나 초코 우유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보니 태열이 있었다. 점점 증세가 심해졌다. 백일 사진 촬영을 앞두고, ‘뽀사시한’ 사진을 찍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약을 발라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점점 ‘센 약’을 처방받는 길만 남았다. 이 길이 아니다 싶었다. 

  오죽 증세가 심했으면 8~9개월 되어 아들이 처음 말문을 열었을 때 ‘엄마’와 함께 튀어나온 말이 ‘아토피’였다고 한다. 보는 사람마다 “어머, 얘가 아토피네? 아토피에는 어쩌구 저쩌구” 하며 한마디씩 거들었고, 그런 일이 잦다 보니 ‘아토피’라는 단어가 ‘엄마’와 같은 반열에 오른 것이었다. 

  이 책을 곁에 두면 적어도 먹거리에 관한 한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길은 멀지 않다. 조리법이 간단하니, 식구들에게 점수 따고 싶은 아빠에게 더욱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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