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심의를 심의해야 하나
  • 황지희 (PD연합회보 기자) ()
  • 승인 2005.08.1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규제 정책 일관…들쭉날쭉한 잣대도 문제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8월10일, 우산을 든 채 서울 여의도 KBS 정문 앞에 모여든 20~30대 여성 40여 명이 촛불을 켜기 시작했다. 팬카페 사상 최초로 방송사 앞에서 촛불 시위를 벌인 이들은 ‘올미다 사랑방’이라는 <올미다> 팬카페 소속 회원들이었다.

이 날 팬들은 방송위원회가 <올미다>에 대해 내린 사상 초유의 중징계(시청자 사과+해당 방송분 방영 중지+제작진 징계)가 과도하다고 성토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 뺨을 때린 문제의 장면은 노인 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하고자 한 전체 맥락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방송위는 이번 결정을 위한 회의석상에서 앞뒤 맥락에 대한 판단 없이 문제의 장면만 모니터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따지자면 심의가 이처럼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끝만 보고 이루어진 역사는 깊다. 특히 연예 오락·드라마와 관련된 심의 중에는 쓴웃음을 짓게 하는 사례가 많았다.

1997년 SBS <토요 미스터리 극장>과 MBC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는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불안감을 주고 비과학적인 생활 태도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비과학적 생활 태도를 조장하는’ 이들 프로그램은 8년이 지난 지금도 매주 방송되고 있다.

같은 해 SBS <아이 러브 코미디> <여군 미스리> 코너는 여군을 희화화하고 출연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징계를 받았다. 이럴 경우 어떤 직업도 코미디의 소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iTV <김형곤 쇼>(2000년)는 아예 프로그램이 중지되었다. 부부 성관계에 대한 지나친 묘사나 전직 대통령 희화화가 반복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문제가 된 장면은 김형곤이 “전직 대통령이 칼국수만 먹다가 머리가 나빠졌다”라고 말한 부분이었다. 

방송사 심의는 불륜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2003년 MBC <앞집 여자>와 SBS <연인>은 불륜을 조장하고 미화했다고 도마 위에 올랐다. 재미있는 것은, 불륜은 과거나 지금이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지만 결혼한 여자의 불륜이 소재가 되면 제재를 받는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간접 광고에 대한 감시가 심해졌다. 2004년 MBC <황태자의 첫사랑>, SBS <파리의 연인>, 2005년 <신입사원> 등이 지나친 PPL(간접 광고)로 징계를 받았다.

방송위는 <올미다> 사건을 계기로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심의를 강화하면 손끝이 아니라 달을 볼 수 있을까? 현업 단체들은 과도한 규제 정책이 시대착오적이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