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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윤삼 편집국장 (yslee@sisapress.com)
  • 승인 2005.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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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이윤삼

1959년 생
서강대 사학과 졸업
서강대 사학과 대학원 졸업
서강대 신문방송대학원 박사과정 재학중

월간 <다리> 기자
일요신문 정경부장, 사회문화부장
일요신문 편집국장.

<시사저널> 편집국장으로 치면, 할아버지뻘 되는 소설가 김 훈이 편집국에 쳐들어왔다. 최근 <개: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을 펴낸 그의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가방 옆 주머니에 삐쭉 고개를 드러낸 연필들은 ‘꾹꾹 눌러쓰기’가 현재진행형임을 말해주었다. 국장 시절, ‘기자의 성지(聖地)는 현장’임을 강조했던 그는 취임 축하 화분에 ‘必死拓道’라는 글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보다 며칠 전 서울 광화문의 허름한 골목 음식점. <시사저널> 전 편집장이자 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인 서명숙은 여전히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정통 시사 주간지라는 토대 위에 ‘재미있는 기사’를 강조해 후배들로부터 ‘재미 이데올로기의 화신’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그녀는 아니나 다를까, ‘재미있는 리더’를 주문했다.

다시 편집국 안. 2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사저널>의 본래 힘인 순수함과 열정을 독자에게 전달해왔던 문정우 전 편집장은 늘 미소 띤 얼굴로 후배들을 챙긴다. 첫 ‘편집장의 편지’에서 사소한 특혜도 경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그는 대기자로서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다. 곧 성지의 생생하고 감동적인 기록들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갈 것이다.

이젠 편집국장석. 국장으로 임명된 시점을 전후로 며칠간 전화를 통해 <시사저널> 독자 50분께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째는 ‘<시사저널>은 어떤 매체가 되어야 하는가’였고, 둘째는 ‘<시사저널>에서 어떤 기사를 보고 싶은가’였다. 애정이 깊었던지, 주문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요약하자면 신뢰, 심층성, 속보성, 재미, 고발, 독자와의 쌍방향 소통, 태국 쿤사 마약 왕국 르포 같은 해외 취재 기사 등등을 강화하라는 것이었다.

내 마음 속에는 <시사저널>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심층성과 다양성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맹세처럼 자리 잡았다. 심층성은 탐사 저널리즘 확대를 통해 강화할 생각이다. 다양성은 유비쿼터스 시대에 뉴스 생산의 주체가 된 독자들의 욕구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길을 찾음으로써 확보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흥미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2000년 미국의 하버드 대학에서 진실 추구를 목말라 하는 언론인들이 모여 만든 ‘저널리즘의 아홉 가지 원칙’에도 이 항목이 들어가 있다. ‘저널리즘은 중요한 것을 흥미롭고 적절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몸을 던져 부르는 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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