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결은 기본, 기분까지 ‘쓱싹’
  • 나 건(홍익대 국제디자인대학원 원장) ()
  • 승인 2005.08.1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렌드] 청소기, 항균·샴푸 등 첨단 기능 속속 장착…최근에는 로봇 청소기 각광

 
요즘 노인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 가운데 하나가 로봇 청소기라고 한다.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노인들에게는 스스로 알아서 청소하는 로봇이야말로 요긴한 물건이리라. 무릎을 쭈그린 채 해야 하는 고된 물걸레질에서 해방시킨 스팀 청소기가 등장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무인 청소기까지 등장했으니 그야말로 청소기의 진화는 눈부시다고 할 수 있다.

입식 생활을 하는 서양의 경우 청소는 주로 진공 청소기로 이루어진다. 바닥에 깔려 있는 카펫과 마루, 소파의 구석구석에 있는 먼지를 제거하고 실내 계단과 벽면을 청소하는 데도 진공 청소기가 이용된다. 따라서 서양에서는 용도에 따라 바꾸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부속품들이 본체와 함께 팔린다. 물론 젖은 대걸레도 사용하고,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뜨거운 증기로 살균할 수 있는 스팀 청소기도 있다. 심지어 가을에 낙엽을 수거하는 데 효율적인 대형 진공 청소기가 탑재된 트럭을 이용하기도 한다.

좌식 생활을 하는 동양 문화권 가운데 일본은 특이하게도 물걸레질을 하지 않는다. 습기에 약한 다다미 위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청소라는 점에서만 본다면 일본은 서양과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진공 청소기를 많이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좌식과 입식이 혼용되고 있고, 다다미 대신 딱딱한 방바닥, 마루, (카펫이 있거나 없는) 거실, 또는 침대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동서양의 특징을 아우르는 다양한 작업이 요구된다. 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진공 청소기(과거에는 쓰레받기와 빗자루가 동원되었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물걸레가 뒤따른다. 최근에는 더 깨끗하고 위생적인 물걸레질을 원하는 주부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한국식 스팀 청소기까지 등장했다.

최근 잇달아 등장한 청소기들을 놓고 보면 크게 주목할 만한 트렌드가 세 가지 있다.

우선 대걸레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젖은 대걸레를 사용할 경우 먼지가 없어지는 것만큼 먼지가 흩어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P&G사는 새로운 청소기를 개발했다. 정전기를 이용해 먼지를 흐트러짐 없이 효과적으로 대걸레에 붙도록 하는 스위퍼(Swiffer)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혁신적인 마른 대걸레는 대걸레를 들고 먼지와 씨름하는 수고를 덜어주었다.

50만원 이하 보급형 로봇도 등장

진공 청소기의 단점을 극복한 제품들도 잇따르고 있다. 기존 진공 청소기는 큰 먼지는 빨아들이는 대신 미세 먼지를 다시 배출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청소기는 다양하다. 항균은 물론 먼지만 따로 분리해 압축하는 기능을 가진 청소기, 먼지 봉투가 필요 없이 집진 후 먼지통에서 원심력으로 먼지와 공기를 분리해 깨끗한 공기만 배출하도록 하는 청소기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샴푸를 이용한 물청소가 가능하고 틈새의 먼지 제거를 위해 블로우(Blow) 기능이 있는 청소기, 청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중 솔’을 사용한 청소기, 심지어는 집에서 기르는 애완 동물의 털을 깨끗이 쓸어 담을 수 있는 청소기까지 나왔다.

최근 나온 청소기의 결정체는 로봇 청소기라고 할 수 있다. 대걸레와 진공 청소기의 단점을 보완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무인 청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로봇 청소기는 2~3년 전만 해도 눈길을 끌지 못했다. 가격이 턱없이 비싸면서도 효율성이 별로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등장한 다양한 기능의 로봇 청소기는 제값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격도 100만원 이상의 고가형 제품에서부터 50만원 이하 보급형 제품까지 골라잡을 수 있도록 했다. ‘무인 청소’라는 꿈을 현실로 바꾸고 있는 로봇 청소기는 크게 진공 청소가 되는 것과 청소 용지로 먼지만 제거할 수 있는 제품으로 구분된다. 공통으로 장착된 방향 센서는 충돌과 추락을 피하게 해주고 효율적 작업을 위한 최적의 청소 동선을 유지하게 해준다. 예약 청소나 리모컨 기능은 기본이다. 최근에는 미세 먼지를 걸려주는 헤파 필터를 장착한 것, 센서를 여러 개 사용해 아파트 방의 문턱을 넘어가서 청소할 수 있는 것, 작고 낮은 원반형으로 침대 밑과 탁자 아래까지 청소할 수 있는 것 등 다양한 제품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 로봇 청소기는 아마도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인류의 꿈인 1가구 1로봇, 더 나아가 1인 1로봇 시대를 여는 첫 단추가 아닌가 싶다. 가사 노동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인간의 욕구는 청소 로봇에 이어 세탁을 위한 로봇, 음식을 만들어 주는 로봇까지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