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패션모델’ 강수연 우승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5.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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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29)이 미 LPGA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진출 5년 만이다. 챔피언 퍼팅을 하고 나서는 국내에 계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갑자기 생각나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강수연은 국내에서 8승을 올리며 여자 골프계의 여왕으로 군림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 상금왕 2연패(2000·2001년), 3년 연속 시즌 평균타수 1위(1999~2001년)를 차지하는 등 국내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무대를 석권하며 국민 골퍼의 반열에 오른 박세리와 김미현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박세리와 김미현보다 못 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강수연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행은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1998·1999년 연속으로 퀄리파잉 스쿨에 탈락했다. 2000년 다시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해 공동 49위로 조건부 출전권을 얻었으나, 이듬해 3개 대회에서 3776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강수연은 2003년 상금순위 33위, 2004년 상금순위 45위. 올해도 톱 10에 오른 것은 두 차례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지긋지긋한 무관의 한을 풀었다.

강수연은 서울 숭의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스케이트선수로 활동하며 서울시학생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딸 정도로 유망주였다. 그러나 5학년 때 서울 서래초등학교로 옮기면서 스케이트를 벗고 아버지 강봉수씨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기 시작했다. 세화여중ㆍ고에서 주니어무대를 휩쓴 강수연은 국가대표에 발탁돼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강수연을 이야기할 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는 ‘필드의 패션모델’이다. 화려한 외모에 패션 감각도 뛰어나기 때문. 이왕이면 멋지게 보이는 것이 플레이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우승 후 AP통신은 검은색과 흰색 무늬의 카프리 바지를 차려입은 강수연의 패션을 언급했다.

강수연은 시합 전에 피를 보면 좋은 성적을 내는 묘한 징크스가 있다. 시합을 앞두고 물 컵을 깨뜨려 손에 상처가 나면 꼭 우승했다고 한다. 미국에 건너와 일부러 사고(?)를 내볼까하는 마음이 들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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