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대연정 바람직하지 않다”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5.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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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 선거 출마하는 열린우리당 이상수 전 의원 “청와대 참모진에 전문가 부족해 문제”

 
이상수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10월 재·보궐 선거에 나서는 것이다. 지역은 같은 당 소속인 김기석 의원이 의원 직을 상실한 경기도 부천 원미 갑.

이씨는 불법 대선 자금 수사로 구속되면서 정치권을 떠난 지 1년6개월 만에 정치 일선에 복귀하는 셈이다. 8·15때 사면·복권되면서 복귀에 남은 걸림돌도 제거되었다.
지난 8월24일 본격적으로 정치를 재개한 그를 만났다. 출마를 공식화하며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신 그는 인터뷰 조건으로 여의도가 아닌 곳을 원했다. 사면·복권이 되자마자 출마한다는 정치권의 시선을 의식한 듯했다.

재·보궐 선거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원래 목표는 서울시장이다. 사면이 늦게 되면서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에 들어가서 일하라는 권유도 많았다. 고민도 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돌아온 뒤 당에서 보궐 선거에 출마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보궐 선거만 23전23패인데, 10월 재·보궐 선거에서도 또 완패하면 내년 지자체 선거까지 파장이 클 것이라는 절박한 요청이 있었다.

10월 재·보궐 선거도 열린우리당이 전패 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부천도 어려운 게 맞다. 하지만 굳이 내가 부천을 택한 것은 인권변호사 시절 노동운동 세력이 강한 부천 지역에서 부천 성고문 사건을 비롯해 변론을 많이 했다. 부천은 나의 이상과 정열이 숨쉬는 곳이다. 기왕에 정치를 재개하는 마당에,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부천을 택했다.

이번에 낙선하면 정치적으로 타격이 클 텐데.
많은 사람들이 쉽지 않다고 한다. 당도 인기가 바닥이고, 아무래도 일부에서는 아직까지 나를 비리 정치인으로 보고 있고, 또 민주당 후보 출마에 따른 호남표 분산도 있다. 쉽지 않은 게임인 줄 알지만, 정치인에게 위험이 없으면 과실도 없다.

그에게 정치를 재개하는 다른 길은 없었을까? 사실 이상수 전 의원에게는 쉬운 길도 있었다. 누가 뭐래도 그는 참여정부의 창업 공신이다. 지난 대선에서 총무본부장·후원회장·선거사무장 등 1인3역을 했다. 만일 선거자금을 집행하는 사무장만 했다면 그는 사법 처리를 면할 수 있었다. “돈이 안 들어오는데, 그냥보고 있을 수 없어서 후원회장까지 겸했다.” 결국 그는 노무현 후보의 실탄을 마련하다가 사법 처리되었다.
창업공신인 그였기에, 최근까지도 청와대 비서실장직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 노대통령을 만난 적은?
지난 5월에 만난 것이 최근이다. 미국 유학 생활 이야기부터 정국 현안, 그리고 내 진로에 대해서도 터놓고 이야기했다. 보궐 선거출마 부분도 이야기했다.

비서실장으로 하마평에 오른 적도 있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적임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 자리는 내게 부담스럽다. 직언을 하고 싶은데, 비서실장은 입이 없는 자리이다. 오히려 대통령과 자유로운 관계에서 대통령을 보좌하고 싶다.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 만일 등원한다면 대통령을 자주 만나 직언하겠다.

 
장관직 제의는 없었나?
(웃음) 거기까지 말하기는 좀 그렇다. 보은 인사라는 말을 듣고 장관 직에 오르는 것보다, 당당하게 선거로 명예 회복을 하고 당이나 정부에 들어가서 일하고 싶다.

그는 지금까지 두 번 구속되었다. 우연인지, 둘 다 노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1987년, 이상수 변호사는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 구속되었다. 둘은 옥포조선소 이석규 열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다, 49일 동안 철창 신세를 졌다. 이듬해 아스팔트 변호사들은 국회에 진출한 이해찬 총리와 함께 ‘노동위 3인’으로 맹활약했다.

지난 대선 때도 그는 동지이자 친구나 마찬가지인 노무현을 위해 발 벗고 뛰다가 구속되었다. 이번에는 구속 기간이 길었다. 5개월간 옥살이한 끝에 그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환갑을 앞두고 들어간 구치소에서 그는 말로만 듣던 ‘폐쇄공포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렇게 오랜 인연을 맺어 노심을 읽을 줄 아는 그가 바라보는 최근 노대통령의 나홀로 국정 스타일은 어떨까?

노대통령이 주장하는 연정론을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말하면 한나라당과 연정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한나라당과 연정하면서 집권 후반기 개혁 과제를 실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민주노동당·민주당과 연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대통령이 왜 연정에 집착하고 있다고 보는가?
집권 후반기에 대통령이 선택과 집중을 하자면, 지역구도 타파를 통한 국민 통합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 같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연정을 제기했다고 본다. 

연정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대연정도 실현 가능성이 제로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 아니라 연정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청와대 안 참모진, 특히 부산파가 입길에 오른다 .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진이 조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386 운동권 출신들이 주로 포진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이 더 많이 들어가서 균형을 잡았으면 싶다. 지금 청와대 참모진의 인적 구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

원외에서 바라본 열린우리당을 평가하면?
당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개혁과 민생 문제를 당이 주도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청와대·정부만 바라보고 따라가는 것 같다. 청와대나 정부가 앞서가더라도, 당은 현안에 대해 천착하고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무엇보다 당·정 분리 원칙도 제고해야 한다. 집권 전반기에는 정책은 공조, 정치는 분리하는 당·정 분리가 맞을 수 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정책이든 정치든 당·정이 긴밀하게 협의하고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현재 부천 이외에 재·보궐 선거가 유력한 지역은 경기 의정부, 경기 광주, 대구, 울산이다. 열린우리당 처지에서는 모두 쉽지 않은 곳이다.
만일 전패한다면, 열린우리당은 무력감과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부천에 출마를 선언한 이상수 전 의원에게 당 지도부가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의 기대를 안고 출마를 선언한 그가 생환할지는 10월26일에 결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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