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사·비판 함께 받는 ‘제국’의 두 얼굴
  • 장영희 전문기자 (view@sisapress.com)
  • 승인 2005.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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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 기업인 삼성은 과연 경제 영역을 넘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 지배한다면 그 힘의 바탕은 무엇인가.

 
<이건희 시대>를 펴낸 강준만 교수(전북대·언론학) 주장을 빌리면, 어떤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반감은 그때그때 즉시 표출되지 않는다. 반감의 대상이 위력적일수록 그렇다. 현실적인 힘의 논리에 의해 잠재되어 있다가 어떤 계기를 통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꼭 그런 경우가 아닐까. 

삼성·이건희 비판은 X파일 사건이라는 계기를 만나 한국 사회에서 봇물이 터진 듯하다. 이미 수년 전부터 골리앗(삼성)과 다윗의 국지전이 벌어졌지만, 그 양상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요즘은 가히 전면전을 방불케 한다.

굳이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정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삼성은 자랑스런 한국 기업이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10개만 더 있으면 한국이 단번에 국민소득 2만 달러 국가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이회장은 또 어떤가. 존경받는 기업인 1위에 빠지는 법이 없고, 국제적으로도 베스트 CEO  반열에 오른 이가 그다.

그런 삼성과 이회장을 칭송은커녕 왜 비판하는가? 비판이 점화된 계기는 이재용 상무로 부와 경영권을 변칙 세습한 것이었지만, 이것이 핵심은 아닐지 모른다. 삼성과 이회장이 기업·기업인 그 이상의 존재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요체다. 한국 사회에서 삼성과 이회장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며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되었다고 비판받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삼성 비판의 표제어로 삼성공화국·이건희 왕국을 넘어 ‘삼성 참주정’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두 달 전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신학림 위원장은 삼성과 중앙일보가 연합해 내각제를 실현시킬 것이며, 내각제 개헌이 이루어지면 이건희-홍석현 집안이 한국의 베를루스코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베를루스코니는 1994~2001년 이탈리아 총리를 지낸 인물이자 대재벌이었다).

이런 주장은 과격해 보이지만, 이런 주장이 나올 만큼 삼성과 이회장이 한국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세력임을 반증하는 것은 틀림없다. 과연 그들은 경제 영역을 넘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가. 지배한다면, 어떤 지배 기제를 활용하고 있는가. 왜 검찰과 법원, 정치인, 관료, 언론, 학계는 삼성과 이회장 앞에만 서면 존재가 작아지는가.

우리는 이런 가공할 사실을 총체적으로 파헤치고 타개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래 사상 처음으로 삼성 전면 기획을 시도하는 이유다. 삼성의 지배력 못지 않게 이건희·이재용 리더십, 삼성을 움직이는 파워맨, 삼성경제력 분석에 비중을 둔 것은 삼성 제대로 보기의 일환이다.

삼성·이건희는 한국의 최대 자산이자 최대 위험 요소라는 두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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