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의 추석을 추억하며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5.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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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추석이죠? 추석이 다가오니까 인도에서의 추석이 생각났어요. 인도에서의 추석날은 한국에서 추석날과 좀 달랐거든요. 추석날 풍경을 통해 ‘인도에서 한국 음식 만들어 먹기’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그 날은 인도에서 친하게 지내던 가족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인도에서는 휴일이 아니어서 아이들 학교까지 조퇴시키고 세 가족이 모였죠. 추석 분위기를 내려고 세 가족이 모여 음식도 장만했지요.

송편이 빠질 수 없겠지요? 인도도 밥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여서 쌀가루를 구하기는 어렵지 않아요.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쌀가루를 팔거든요. 그런데 다 아시다시피 인도 쌀은 ‘날아가는 쌀’로 찰기가 별로 없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찹쌀가루를 섞어서 만들었어요. 인도에도 찹쌀이 있거든요. 물론 이것 역시 인도 산이어서 찰기는 떨어지지만 아쉬운 대로 먹을 만해요. 속은 녹두와 콩, 깨로 만들었어요. 한국에서는 그 귀하고 비싼 녹두가 인도에서는 ‘뭉달’이라는 이름으로 엄청 대중화되어 있죠. 1킬로그램에 2백50원 정도 밖에 안하거든요. 콩과 깨도 ‘껌 값’이어서 부담이 없죠. 

인절미도 만들었답니다. 인도 찹쌀을 압력밥솥에 찐 뒤 방망이로 쿵쿵 두들겨서 만들죠. 인도에서도 콩가루를 팔아요. 그런데 날콩가루만 팝니다. 처음에는 볶은 콩가루인줄 알고 먹었다가 콩비린내 때문에 곤욕을 치렀지요. 그 다음부터는 날콩가루를 사다 프라이팬에 한번 볶아요. 기름을 두르지 않고요. 거기에 설탕과 소금을 넣으면 제법 고소한 맛이 납니다.

돼지고기 보쌈도 만들었답니다. 인도에서는 돼지고기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인도인들은 주로 닭고기를 애용하고,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일부 사람들만 먹거든요. 그래서 돼지고기를 사려면 큰 시장이나 전문 정육점에 가야 해요. 그래도 맛은 괜찮은 편이어요. 네팔 여행 때는 카트만두 한국 식당에서 삼겹살을 아주 맛나게 먹었는데, 산지에서 자란 돼지여서 한국서보다 더 맛나더라구요. 네팔산에 비하면 뱅갈로르 돼지고기는 약간 맛이 떨어지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하답니다. 보쌈을 만드는 방법은 한국에서와 똑같죠.

그날 저녁에는 청국장에 갈치를 구워 먹었습니다. 청국장은 소림이 엄마가 인도서 직접 담근 것이었어요. 노란콩이 엄청 싸니까, 담그는 법만 알면 제격이죠. 기온이 적당해서 대바구니나 지푸라기만 있으면 담그는 것은 어렵지 않다네요. 다만 따뜻한 아랫목이 없으니까 전기장판 위에 놓고 띄워야 하죠. 저는 소림이네서 얻어다 먹기만 했어요. 뱅갈로르에서는 9, 10월에 갈치가 많이 나와요. 물론 내륙이니까 뱅갈로르에서 잡히는 것은 아니고, 근처 해안가에서 가져오는 것이어요. 그런데 크기가 제법이랍니다. 제주 갈치만큼 크고 하얀 것이 맛도 아주 좋아요. 한국의 먹갈치 같은 종류여요. 영어로는 실버피쉬라고 부르더군요. 무엇보다 값이 엄청 싸요. 만원어치 사면 한 달 내내 갈치 파티를 열고도 남죠.

인도에 사는 한국인들은 두부도 직접 만들어 먹는답니다. 단백질 응고제로 한국서 공수받은 간수를 쓰기도 하지만, 인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응고제로는 레몬이 있습니다. 레몬을 넣으면 제법 잘 굳거든요. 물론 맛이 약간 시큼해서 탈이지만. 나중에 또 인도 가서 살 일이 있으면 전 꼭 두부 만드는 기계를 갖고 가고 싶어요. 두부만한 영양식이 없잖아요.

인도에 사는 한국인들은 인도 재료를 이용한 새로운 한국 요리법을 발견할 때마다 행복해한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낯선 땅에서 내 나라 음식만큼 반가운 것이 없잖아요. 물론 한국인은 유난히도 '내 나라 음식'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단일민족이어서 그런가? 그래도 그런 까탈스러움이 한국 음식을 발전시키고 있는지도 모르죠.  

나의 그리운 인도 속 한국 친구들. 이번 추석에는 또 어떤 새로운 한국 요리를 찾아내서 상에 올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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