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치파오를 입다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5.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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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디즈니랜드 개장…‘중국 진출’ ‘관광산업 부활’ 노린 미·홍콩 합작품

 
지난 9월12일 낮, 홍콩 란타우 섬 북동쪽 페니 만에 자리한 홍콩디즈니랜드에는 월요일인데도 2만여 인파가 몰려들었다. 바깥 온도 33℃.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지만,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들은 이 날 문을 연 홍콩디즈니랜드의 ‘첫손님’들. 먀오커밍 씨 가족도 거기 있었다.  

상하이 경찰인 먀오 씨는 부인과 열여섯, 열일곱 살 먹은 두 딸을 데리고 홍콩 나들이 중이었다. 이들은 홍콩디즈니랜드 개장일에 맞추어 휴가를 얻었는데, 각자 2천8백 위안씩 비용을 지불했다. 이들은 신나게 논 뒤, 1900년대 초 미국 거리를 본떠서 만든 메인스트리트의 매점에서 디즈니 캐릭터 상품을 4백 홍콩달러어치 사서 돌아갔다.

홍콩디즈니랜드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세워진 디즈니 리조트이다. 중국 최초, 아시아에서는 도쿄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는 월트 디즈니가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 처음으로 디즈니랜드를 세운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어서 월트디즈니 사는 홍콩디즈니랜드 개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아시아에서는 도쿄 이어 두 번째 디즈니랜드

하지만 홍콩디즈니랜드는 다른 지역에 비해 규모가 작다. 네 가지 테마로 구획된 테마파크와 호텔 두 곳이 전부. 한국의 놀이공원에 비해 탈것도 다양하지는 않다. 다만 로켓에 올라타 우주를 여행하는 것처럼 설계된 롤로 코스터 ‘스페이스 마운틴’은 아찔한 경험을 선사한다. 홍콩디즈니랜드의 매력은 놀이기구보다 각종 공연에서 찾을 수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30분짜리로 줄여 편집한 <라이언 킹 페스티벌>과 3D 입체 만화영화, 음악극 <골드 미키 쇼> 등은 지나치면 아까운 볼거리다.

 
중국에 세워졌으니만큼 홍콩디즈니랜드에는 다른 디즈니랜드에 없는 특별한 비밀이 있다. 우선 동양의 풍수사상에 따라 지어졌다. “연못 바위 등의 위치는 물론 놀이기구 방향까지 음양오행에 맞춰 조정했다”라고 설계자 윙차오 씨는 말했다. 동그라미 3개를 겹쳐 만든 미키마우스 문양을 테마파크와 호텔 곳곳의 중국 문양 속에서 찾아내는 즐거움도 크다.

홍콩디즈니랜드는 홍콩 정부와 월트디즈니 사가 합작한 것으로, 홍콩 정부가 57% 지분을 가졌다. 최근 쇠락한 홍콩의 관광산업을 다시 일으키려는 홍콩 당국과 13억 중국 시장을 노리는 월트디즈니 사의 야심이 합쳐진 결과다. 2003년 1월 착공했으며, 건설비는 1백41억 홍콩달러(약 1조8천억원)가 들었다. 홍콩디즈니랜드는 현지인 5천명을 고용했다. 월트디즈니 사는 첫 1년간 5백60만명이 이곳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트디즈니 사는 5년 후 상하이에 중국의 두 번째 디즈니랜드를 개장한다.

홍콩디즈니랜드는 첵랍콕 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이기 때문에 홍콩을 경유하는 여행객들도 한나절 정도 시간을 내면 즐길 수 있다. 입장권은 평일 기준 성인 2백95 홍콩달러(약 4만원). 입장권에 놀이기구 탑승과 공연 관람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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