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올림픽 유치 위해 3선에 도전하겠다”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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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도지사 인터뷰/“남북 교류사업도 적극 추진”

 
해외에서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올림픽 거버너(governor·주지사)’로 불린다. 비록 2010년 겨울 올림픽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개최지로 결정된 캐나다 밴쿠버와 불과 3표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선전한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지난 9월26일 집무실에서 만난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2014년 겨울 올림픽 유치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이런 의욕은 그 자신의 블로그 주소(blog.naver.com/gangwon2014)에서도 잘 나타난다. 강원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 김진선 지사는 ‘3선에 도전해 겨울 올림픽 유치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사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밝혔다.

내일 방북한다던데, 무슨 일로 가는가?
9월27일부터 9월29일까지 금강산에서 남북 강원도 민속축전이 열린다. 남(南)강원도민과 북(北)강원도민이 만나 민속과 관련한 공연을 함께 보고, 줄다리기·씨름·활쏘기 등을 한다. 언론인·예술인·환경미화원·택시기사 등 강원도의 각계 대표 2백여명이 방북한다.

언제부터 남북교류사업을 추진했나?
2000년 겨울에 지방자치단체장 공식 초청 1호로 평양에 다녀왔다. 강원도는 6·15 공동선언이 있기 전부터 남북교류사업을 준비했다. 강원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되어 있는 도다. 북한에서도 ‘강원도’라고 부른다. 강원도 발전 측면에서도 분단은 굴레이고 멍에다. 장기적 발전 전략 차원에서라도 남북이 서로 왕래하지 않으면 강원도 발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원도가 남북 교류를 계속해 금강산·설악산 일대를 국제관광자유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궁극 목표이다.
남북 교류에서는 분권적이고 미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가 원수끼리 만나고 정치적 논의를 하는 것도 좋지만, 지방자치단체나 민간도 다양한 주제로 접촉해야 한다. 독일 같은 경우도 통일 전 지방단체간 자매 결연 등이 밑거름이 되었다. 그동안 금강산 솔잎혹파리 방제 사업, 농민강습소 보수, 안변 연어부화장 건설 등을 해왔다. 원산에서 연어 5백만 마리를 부화해 방류했는데, 남북 동해안 어족 자원을 늘려 우리에게도 이익이다. 통일부도 특별모범기관으로 선정했다.

1995년 행정부지사 시절까지 따지면 근 10여년 강원도 사령탑에 있었다. 그동안 주력해온 도정을 꼽자면?
지난번 선거에 출마하면서 ‘강원도 발전에 한이 맺혔다’고 표현했다. 과거에 보면 강원도민들이 소극적이었다. 권역으로 나뉘어 통합력도 부족했다. 강원도민의 소극적인 측면을 확 뒤집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도민 정신을 창조하고, 도민 통합에 주력했다.
그 첫 번째 계기가 1999년에 연 속초 국제 관광엑스포이다. 이것을 계기로 강원도가 뜨고, 세계에 알려졌다.
여러 산업 전략 가운데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한 전략을 꼽자면 길 전략이다. 강원도는 길 때문에 계속 문제였다. 지역개발전략을 아무리 잘 세워도 교통망이 따라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에도, 도민을  통합하고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데에도 교통망 확충은 필수이다.

 
강원도의 관광산업 부문은 어떤가?
관광산업은 강원도의 기간 산업이자 승부 산업이다. 관광산업은 지역 총생산의 35.6%를 차지하고 있다. 관광의 세계화가 필요하다. 1998년 당시 강원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23만명이었는데 지금은 해마다 외국인 1백44만명이 강원도를 찾는다. 강원도의 모든 것을 관광자원화해 관광·레저·스포츠·휴양·체험학습·요양의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스위스형 생명건강산업 수도가 그 모델이다.

각 지역마다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던데, 김지사는 특히 국가균형발전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중앙 정부는 공공기관을 혁신도시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인데, 나는 견해를 달리한다. 공공기관 효율성 측면에서 결정적 장애가 되지 않는다면, 지역 내에서 적절한 지역에 개별 입지를 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 지역 균형 발전과 분산 효과를 노리는 측면이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중앙 정부는 소극적이다. 하지만 협의에서는 일단 문을 열어두었다.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의견을 듣고, 그 의사에 반해 강제 배분을 할 수 없다.

2014년 겨울 올림픽 유치 상황은 어떤가?
2007년 7월 과테말라에서 모여 개최지를 결정한다. 현재 강원도 평창, 잘츠부르크, 소피아 등 일곱 도시가 신청했다. 잘츠부르크를 가장 강적으로 본다.
지난번 2010년 겨울 올림픽 개최지 결정에서는 평창이 아쉽게 탈락했다. 그때는 준비 기간이 대단히 짧았고, 평창을 ‘평양’이라고 발음할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것을 1년 만에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3표 차로 탈락해 분루를 삼켰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때는 외로웠다. 국내에서 개최 후보지를 결정하느라 소모전이 심했고, ‘강원도가 되지도 않을 것인데 그냥 한번 신청해본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이제는 지난번보다는 상황이 훨씬 유리하다.

겨울 올림픽과 관련해 북한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유치와 관련해 지지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협력 내용은 북쪽과 얘기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남북이 공동 개최를 하거나 분산 개최를 하는 것은 어렵다. 올림픽은 선수 중심, 경기 중심으로 가는 추세다. 공동 개최는 명분은 좋지만 실현성이 떨어진다. 남과 북이 함께 치른다고 할 경우, 대회 조직이 잘 안된다고 하면 유치전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 강원도가 분단 상징 지역이니까, 단일팀을 구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폐회식에 북측 주민이 참여하고, 성화 봉송도 남북이 함께 해  화해 협력과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던지는 것은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지방 선거에 출마하는가?
도지사 문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얘기를 하는데…도지사 3선 출마는 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한다. 내 주관적 독선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강원도와 관련해 벌여놓은 중요한 프로젝트들이 이제 성사 단계인 경우가 많다. 특히 겨울 올림픽은 시기적으로 선거가 끝나고 1년 후에 결정되는데, 이미 형성된 국내외적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살려 결말을 보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열린우리당 도지사 후보로는 이광재 의원이 거론되는데.
누구든 경쟁자다. 이광재 의원은 젊고, 지역구 활동을 하는데… 기획력도 있고, 열심히 하는 의지도 있고. 역량도 있어 보인다.

도지사가 생각하는 지도자론이 있다면?
우리 나라 정치 지도자는 가급적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좋겠다. 현장을 느끼는 지도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개혁은 삶의 질을 높이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인데, 마치 개혁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이다. 현재 지도권 인사들의 행동 양식을 보면 그런 면에서 아쉽다. 국민들은 실행력을 원한다. 정치는 연습이나 실험이 아니다.

김진선 강원도지사 약력
1946년 강원도 동해 출생. 동국대 행정학과. 행정고시 15회. 강원도 영월군수·강릉시장. 경기도 부천시장. 강원도 행정부지사. 32대·33대 민선 강원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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