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빅3’ 각개약진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5.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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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강원도 사나이’ 최 열은 지도자 1위

 
강원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는 도청 소재지인 춘천에서 맹활약하는 ‘빅3’ 단체가 나란히 뽑혔다. 이 지역 전문가들은 춘천시민연대(10.4%) 춘천 경실련(9.2%) 춘천 환경운동연합(6.2%) 순으로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를 꼽았다.

춘천시민연대는 1999년 창립했다. 주로 자치단체 감시운동과 미군기지 반환운동을 벌여 왔다. 지역에서 ‘제왕’이나 다름없는 자치단체를 감시하는 운동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격이다. 지역의 시민단체는 대개 자치단체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재정적인 도움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춘천시민연대는 재정을 회원들의 회비로 100% 충당한다. 유정배 사무국장은 “재정 독립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자치 단체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춘천시민연대는 내부 고발자의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다. 춘천시를 상대로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 내역 공개 운동을 벌였고, 법적 소송까지 벌여 사회단체 보조금 심의위원회 회의록까지 공개했다.

유정배 사무국장은 “앞으로는 재정 낭비를 미리 막는 예방 활동에 주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예방 활동은 주민 참여 예산제를 말한다. 광주광역시 북구처럼 주민들이 직접 예산을 짜고 집행하는 투명 행정이다.

단체 이름처럼 춘천시민연대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추구한다. 사안마다 연대기구를 만들어 여럿이 함께 대응하는 식이다. 춘천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미군기지 켐프 페이지 반환운동을 벌 일 때도, 춘천시민연대는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우리 땅 미군기지 되찾기 춘천시민모임’라는 공동 기구를 만들어 대응했다.

춘천시민연대에 이어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로 뽑힌 춘천 경실련과 춘천 환경운동연합은 이 지역 시민단체의 맏형 격이다. 둘 다 1993년 시민운동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춘천에서 일찍 뿌리를 내렸다.

1993년 10월 창립한 춘천 경실련은 그동안 소양강댐 가두리 양식장 철폐 운동을 비롯해, 인제 내린천댐 건설 반대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지자체 감시 앞장선 춘천시민연대 ‘최강’

 
1993년 11월 창립한 춘천 환경운동연합은 동강댐 반대 투쟁을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며 동강을 지켜냈다. 동강은 환경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그렇지만 춘천 환경운동연합의 시작은 초라했다. 사무실 집기라고는 달랑 컴퓨터 한 대가 전부였는데, 이 컴퓨터를 기증한 이가 바로 이 지역 출신이자 환경운동의 선구자인 최 열이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시민운동가로 뽑힌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4.4%)가 태어난 곳은 대구이다. 하지만 최 열 이사에게 고향을 물으면 주저없이 춘천이라고 말한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춘천으로 전학해 춘천고와 강원대를 졸업했다.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만들어 환경운동을 개척했던 최 열 이사는 “내가 환경의 중요성에 눈 뜬 것은 강원도에서 자란 것과 무관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최씨의 강원 사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강원대 최현섭 총장 등과 함께 강원도에 세계적인 에코피스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지원도 약속받았다. 그는 환경 자원이 풍부한 강원도를 동북아의 스위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런 최 열 이사의 강원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문국현 사장은 그의 아호를 ‘봄내’로 지어주었다. 최열의 고향인 춘천(春川)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최 열 이사에 이어 박관희 춘천 경실련 사무처장(1.4%)과 유팔무 춘천시민연대 대표(1.4%)가 영향력 있는 시민운동가로 거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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