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방송만 하고 싶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5.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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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1위 손석희 아나운서/“영향력보다 신뢰가 중요”

 
요즘 최전성기를 누리는 것 같다. 지난해 <시사저널> 조사 때는 선호도 1위였는데, 올해는 신뢰도와 영향력 분야에서 2관왕에 올랐다. 자신의 영향력을 실감하나?

아무래도 잠들 때· 출근할 때마다 내 방송을 자주 접하게 되니 이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영향력이 높다는 표현은 왠지 무섭다. 내가 시청자·청취자에게 영향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힘 좀 쓰는 집단에 대한 견제력이라는 뜻일 텐데, 그것도 불편하다. 영향력이 높다는 말보다 신뢰받는 언론인이라는 칭찬이 더 반갑다. 나는 내 한계를 잘 안다. 설사 영향력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빌리는 힘이다. 방송을 떠나면 끝인 것이다.

<시선집중> 진행을 5년째 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요즘 손석희씨의 방송 진행이 튀는 게 아니냐는 평이 있다. 전화 인터뷰 당사자와 마찰도 종종 빚는다.
나는 논쟁을 원하는 게 아니라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질문한다. 진짜 논쟁을 한다고 느꼈던 적은 독도 문제로 일본 시마네현 의원과 인터뷰할 때 정도였다. 구체적인 답을 얻기 위해서는 분명히 따져 물을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출연자 섭외가 어렵다고 하소연하지만, 그렇다고 살살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방송 도중 흥분할 때도 있나?
전혀 없다는 건 거짓말이고. 구체적인 상대 이름을 말할 수 없지만, PD가 눈치 채고 ‘이제 좀 그만하지’라며 말린 적이 있었다.

올해 2월 아나운서국 국장으로 승진했는데 신상에 변화가 있나? 앞으로 또 다른 변화는 계획에 없나?
방송국은 일반 기업과 달라서 직함의 영향이 크지 않다. 보직 맡는 걸 심부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고, 방송 생활에는 달라질 게 없다. 미래에 대해서는, 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놓고 사는 스타일이 아니다. <백분토론>과 <시선집중> 진행이 계속 잘되길 바란다.

 
상주 참사를 비롯해 요즘 MBC를 둘러싼 사건 사고가 많다. 이를 두고 MBC의 총체적 위기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중첩된 여러 악재들을 정치적 문제로 연결해 비판하는 것은 무리다. 방송사는 신문사처럼 구성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 각 프로그램마다 제작자의 생각이 다르고, 정치적 입장이 다양하다.

요즘 언론계가 두 패로 나뉘어 싸우는 형국이라는데, 손석희씨는 양측 모두에게 거부감이 없는 드문 사례다. 그만큼 중립적이라는 뜻인가?
물론 방송 제작에 어떤 정치적 편향도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기계적인 중립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균형을 의도적으로 깰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독도 문제처럼 국민 모두가 공분하는 사안이 있다든지, 또는 강자와 약자의 관계가 성립 될 때가 그렇다. 언론은 다수 의견보다는 소수 의견을, 사회적 강자보다는 약자를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권 러브콜이 집요하다고 들었다. 완강히 거부하는 이유가 뭔가?
난 정치인 체질이 아니다.  인적 네트워크를 관리하거나 대면 접촉을 잘 하는 체질이 아니다. 밤에 술도 잘 안 마신다. 정년이 될 때까지 방송만 하고 싶다.

매일 아침 6시5분 방송을 하는데, 잠은 언제 자나? 특별한 운동은 안 하나? 예를 들어 골프라든지..
밤 11시 반 정도에 잠든다. 평균 수면 5시간인데, <백분토론>이 있는 금요일 새벽에는 두 시간 정도 국장실 간이 침대에서 잔다. 건강을 위해 얼마 전 담배를 끊었다. 특별히 하는 운동은 없고, 골프채는 잡아본 기억도 없다.

내년 <시사저널> 조사에서도 1위를 할 것 같나?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10년 넘게 1위를 했지만, 이제 언론인 한 명이 몇 년간 영향력을 독점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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