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밥상, 쌀 빼고는 국산 찾기 어렵다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5.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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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콩 90%, 육류 50% 이상 수입…중국산이 미국산 물량 앞질러
 
'밥상에 오르는 곡류는 쌀 빼고는 거의 외국산이고 고기의 절반 이상이 바다를 건너왔다. 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국내 최대 농수산물 수입 상대국으로 떠올랐다.’

농림부 농림축수산물 수출입 통계 시스템과 해양수산부 어업생산 통계 시스템을 활용해 2001~2005년 9월까지 주요 농산물의 수입량 변화를 분석한 결론이다. 또 9개 품목 별로 연간 생산량과 소비량을 추출했다. 전체 소비량에서 수입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구하기 위해서다. 

수입쌀은 가공용으로만 쓰이므로 밥상에 오른 쌀은 100% 국산이지만 밀가루와 콩은 각각 99.63%와 90.81%가 수입(2004년 기준)되었다. 빵·과자류·칼국수를 비롯한 밀가루 음식은 모두 물 건너온 원료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 청국장·된장·두부 같은 전통 음식도 국내에서 재배된 콩이 아니라 태평양이나 서해를 건너온 것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1~9월 밀가루는 주로 미국(33.34%)·캐나다(36.64%)·호주(29.19%)에서 들여왔다. 콩은 미국(61.89%)·브라질(25.31%)·중국(11.12%)에서 수입했다.

육류는 곡류에 비해 자급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2004년 말 기준으로 전체 소비량에서 수입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각각 55%와 58%로 절반을 넘었지만 닭고기와 생선은 각각 4.8%와 26.1%에 불과했다.

 
쇠고기 수입은 크게 줄었다.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유럽산 쇠고기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는 아예 금수 조처까지 당했는데, 아직까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체 소비량은 크게 줄고 있지만 한우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 쇠고기는 아직 광우병 발병 기록이 없는 호주(68%)와 뉴질랜드(29%)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다.

돼지고기는 쇠고기 대체재로 부각되면서 수입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 2004년 구제역 파동이 일어나면서 국내 생산량도 2003년 24만5천t에서 지난해 13만3천t으로 10만t이나 줄었다. 이로 인해 2003년 13만t이 되지 않았던 수입량이 지난해 18만7천t까지 늘어났다. 올해 1~9월 수입량은 20만t이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2%나 늘었다. 광우병 파동이 수그러들 때까지 당분간 돼지고기 수입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입 국가 별로 살펴보면, 돼지고기는 미국(22%)·캐나다(21%)·칠레(11.6%) 순으로 많이 들여오고 있다. 

닭고기 수입량은 2001~2004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가 올해 들어 평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2002년 9만4천t이었던 닭고기 수입량이 지난해 3만t까지 줄었다가 올해 9월 8만6천t으로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6.2%나 증가한 것이다. 국내 생산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자 수요를 맞추기 위해 수입을 늘린 것이다. 하지만 ‘조류독감’ 파문으로 인해 닭고기 수입은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닭고기는 덴마크(41%)와 미국(31%)에서 많이 수입되었다.

중국산 김치 수입 증가율 가파르게 상승

최근 납 함유에 이어 기생충 파문까지 일으킨 김치의 수입량은 전체 수요량의 4.75%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입증가율은 매우 크다. 올해 1~9월 수입량은 8만5천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7천6백t)과 비교해 98.9% 늘어났다. 지난해에도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2003년에 비해 185.7%나 증가했다. 납에다 기생충 파문까지 벌어진 상황이어서 당분간 수입 증가율이 줄어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산 김치 점유율은 꾸준히 늘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김치는 99.9% 중국산이다. 일본과 미국에서 소량 수입하고 있지만 국내 식당에서 주로 유통되는 김치는 모두 중국산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농축수산물은 미국산이었다. 하지만 올해 중국산이 미국산을 제쳤다. 올해 1~9월 중국산 수입액은 16억5천4백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억 달러 가량이 증가했으나 미국산 수입액은 16억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은 20억 달러가 넘었다. 올해 23.6%나 줄어든 셈이다. 

한국인 밥상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면적도 넓어지고 있다. 올해 1~9월 옥수수와 콩을 비롯한 곡류와 김치· 소스류·주류 수입량은 52%나 증가했다. 한국은 중국에서 생선(42.36%)과 김치(99.9%)를 가장 많이 수입한다. 콩(11.2%)과 닭고기(10%) 수입량도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전체 소비량 가운데 1.2%를 수입하는 인삼도 주로 중국(73%)에서 수입한다.  

칠레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한 반사이익을 많이 보고 있다. FTA 협정 체결이후 관세가 없어져 칠레산은 상대적으로 싼 값에 유통되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칠레산 돼지고기·포도주·키위 수입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9월 칠레산 돼지고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5%나 늘었고 포도주는 59%, 키위는 212.3%까지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37.4% 증가해 11억5천4백만 달러까지 수입액이 늘었다. 또 전체 수입 포도에서 칠레산 포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42.3%나 된다. 칠레는 한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유일한 국가이므로 앞으로 칠레산 농축산물 수입은 눈에 띄게 증가할 것이 틀림없다.

지난 10월27일 세계무역기구(WTO) 쌀협상 비준안이 민주노동당과 농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를 통과했다. 사실 세계화 추세를 거스르지 않겠다면, ‘식량안보’나 ‘신토불이’같은 구호는 의미가 없어지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아니 쌀이나 사과·배 같은 일부 작물을 제외하고는 이미 신토불이는 물 건너갔다. 수입 농산물을 들여오지 않을 수밖에 없다면, 한국은 통관과 검역 기준과 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기생충 김치 파문처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 대처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최대 무역상대국과 무역 마찰까지 일으키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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