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 신드롬
  • 이윤삼 편집국장 (yslee@sisapress.com)
  • 승인 2005.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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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를 만들기 위해 기획회의를 열었을 때 편집국 기자들의 화제는 단연 이상미였다. 2005년 MBC대학가요제에서 <잘 부탁드립니다>로 대상을 수상한 5인조 록그룹 ‘Ex’의 보컬이 그녀다. 가요제가 끝난 지 5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그녀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래서 바로 기사 작성을 지시했다. 1쪽짜리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에 <시사저널> 고재열 기자의 기사가 올랐는데 이 순간부터 오랫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종합순위 1위를 지켰다.

다른 포털 사이트도 ‘이상미’ ‘Ex’가 검색 순위 1~2위를 기록했다. 사이월드 미니홈피에서 퍼온 이상미의 사진과 대학가요제 공연 동영상이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졌다. 새로 생긴 다음 카페의 이상미 공식 홈페이지는 회원 수가 4만6천명을 넘어섰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기획회의를 열었을 때도 ‘가창력이 먼저냐 미모가 먼저냐’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는데, 과연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스타의 깜짝 등장이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는데 이 네티즌들의 갈채는 무슨 의미인가. 전문가 6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 전문가는 신선함에 점수를 주었다. 엄청난 가창력은 아니지만 기획사들이 만들어내는 노래와 차별화된 이런 노래를 대중이 목말라 했다는 것이다. 다른 평론가도 ‘포장되지 않은 상큼함’에 점수를 주었다. Ex팀의 색깔을 이상미가 주도했고, ‘강하게, 비주얼적인 요소로 포장된’ 여성 싱어의 개념을 뛰어넘는 파격이 ‘쇼크’를 주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 가요의 가사가 대부분 현실과 동떨어진 모호함을 지니고 있는데, <잘 부탁드립니다>는 현실과 밀착한 노랫말 때문에 친밀감을 얻었다고 평했다. 

‘TV에 딱 맞는 대중성’을 강조한 평론가도 있었다. 가사가 연극적이고 대중적 호소력을 가졌으며, 얼굴도 현격하게 예쁘고, 옷 차림새도 기존의 록그룹과 달리 발랄 깜찍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취업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무겁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매체 환경과 미모에 주목했다. 이상미 열기가 홈피에 예쁜 사진이 돌기 시작하면서 폭발했고, 연이어 인터넷 매체를 중심으로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MBC가 관련 방송을 함으로써 증폭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래 자체나 가사에 대한 이야기가 의외로 적다는 것을 강조했다. 모두 현상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내 생각은 매체 환경 중에서 특히 블로그나 싸이월드 같은 인터넷 매체 환경의 변화를 꼽는 전문가의 견해를 닮았다. 홈피에 들어가 본 상당수 네티즌이 하는 말은 ‘이상미가 나다’라는 느낌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존 매체가 제공하지 못한 것을 보고는 자기가 매일 이용하는 새로운 매개 형식을 빌려 폭발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이다. ‘생산물 개발과 생산에 적극적으로 간여하는 소비자’ 프로슈머(Prosumer)가 이 신드롬을 이끈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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