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등잔에 미쳤다 고로 행복하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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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등잔은 사멸하는 유물이다. 그 때문에 이제 박물관과 골동품점에 가야 볼 수 있다. 디지털조선에서 사진 기자 일을 하던 변희석씨(41)는 늘 그 점을 안타깝게 여겼다. 알음알음 옛 등잔을 수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등잔불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고요해졌다. 그 점이 나를 등잔에 미치게 만들었다”라고 그는 돌이켰다.

그는 수집만 하지 않았다. 스스로 흙을 빚어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등잔도 만들어냈다. 등잔의 형상은 오리·부도탑·사람 등 다양하다. 독특하게도 그의 등잔에는 원시 벽화에서나 볼 수 있는 ‘활 쏘는 사람’이 새겨져 있다. “등잔은 좀 거칠고 투박해야 더 친근한 맛이 난다. 활을 든 원시인은 그 맛을 더하기 위해 넣은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 2월 그는 인사동에 ‘수월거(水月居)’라는, 우리 나라에 단 하나뿐인 등잔 전문점을 열었다. 등잔을 계속 만들고, 등잔의 그윽한 맛을 여러 사람과 나누기 위해서였다. 11월31~12월15월에는 ’수월거 친구들 5인 등잔전‘을 통해 예술성이 높은 등잔 100여 점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는 “전시장에 오면 등잔이 단순히 불을 밝히는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빛을 말하는 작품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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