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희망 ‘남도학숙’
  • 김당 차장대우, 김경호 주재기자 ()
  • 승인 1995.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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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가 광주 ․ 전남지역 인재 육성의 ‘중심’이라면 남도학숙은 ‘변방’으로서 이 지역주민들이 큰 기대를 거는 상경유학들의 요람이다. 남도학숙(서울 영등포구 대방동)은 지난해 2월 28일 강원, 경기, 충북, 전북도가 세운 각각의 협들에 이어 다섯 번째로 설립되었 다.  그러나 남도학숙이 자랑하는  ‘최고 수준의 시설과 규모’는 곧 광주 ․ 전남지역 주민들이 이 요람에 거는 기대의 수준을 가늠하게 해준다.
<광주일보>등 이 지역 언론드이 발안한 인재육성운동의 첫 결실인 이 학숙은 광주시 및 전남도의 출연금 1백78억원과 시 ․ 도민의 모금 1백억원을 합친 2백78억원을 들여 건립되었다. 이 지역 출신 대학생과 대학원생 등 총 8백10명을 수용행 침실수만 4백5개인 지하 3층, 지상 11층 규모의 호텔식 건물이다. 이 편의시설이 대형 하숙집이나 대학 기숙사와 다른 점은 지 ․ 덕 ․ 체를 갖춘 인재 육성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까다 로운 입숙 조건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선발과정은 △광주시와 전남도내 시 ․ 군에서 자체 선발(추천)해 시 ․ 도에서 최종 선발하며 △입숙자 비율은 대학 신입생 30%, 재학생 65%, 대학원생 5%이다. 사정 기준은 △재학생의 경우 하굑 성정 B학점 이상을 대상으로 하되 반영 비율은 성적이 70%, 생활 정도가 30%씩이고 △신입생의 경우 수능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하되 출신교 별로 신입생 전체의 10% 범위를 넘지도 않도록 제한규정을 두고있다. 입숙 후에도 해마다 심사 평가해 재입숙 여부를 결정한다.
 나창신 장학부장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정원 8백10명 중에서 졸업생 70명을 제외한인원을 대상으로 심사 평가한 결과 절반 수준인 3백28명이 잔류했다. 대부분 학업 성적이 B학점 이하로 떨어져 탈락했지만 학숙생활 평가성적 미달로 탈락한 경우도 70여명이나 되었다.
 이처럼 엄격한 사정 기준은 ‘대형 하숙집’과는 다른 지 ․ 덕 ․ 체를 위한 전인교육장이라는 설립 목표와 직결되는 것이다. 이 학숙이 4명의 장학사를 두고 외부 초청인사의 교양 강좌, 아침 운동 등 생활 훈련, 수칙 준수 및 생활 태도 등 세 가지 기준으로 학숙 생활을 엄격히 심사 평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따라서 학숙생들은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해 11시 전에 들어와야 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돼 있어 특히 딸자식을 서울로 유학 보낸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l
 학숙의 1년 예산은 18억원이고 학숙생들의 부담금은 10만원씩이다. 이 부담금만으로 이 ‘ 호텔’을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각 5억원씩 매년 10억원을 지원한다.
 나창신 장학부장은 “재정 자립도가 낮은 이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을 고려할 때 매년 10억원 이라는 운영비 부담은 시 ․ 도민의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이다. 이같은 부담은 인재 육성에 우선 순위를 두는 지역 주민들의 열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라고 풀이했다.
 지역 주민들의 극진한 배려는 날마다 이 ‘호텔’로 공수되는 신문 배달에서도 알 수 있다. 학숙생들은 매일 2백부씩 광주에서 이곳으로 비행기로 직송되는 <광주일보><전남일보><무등일보> 등 3개 신문을 통해 누구보다도 먼저 고향 소식을 접할 수  있다. 학숙의 한 관계자는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학생들이 고향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것을 믿는다면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작년에 처음 학숙이 건립되자 관할 노량진 경찰서에서 ‘우리 이제 죽었구나’ 하고 아연 긴장했다고 한다. 광주 지역 출신 학생들을 8백명 모아 놓았으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학생들이 숙사 내에 모여 묵념과 분향으로 5.18을 조용히 보내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왜 이 지역 출신 학생들이 5.18을 잊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지역 주민들의 성원대로 공부할 때라는 것을 학생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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