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꿈 다지는 ‘만원의 행복’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5.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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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낭기 마을 돕기’ 등 6개 계모임 큰 성과…국제연대 모범 사례로 주목돼

 
러시아·중국·몽골 국경 지대에는 지구상의 표범류 가운데 유일하게 눈 위를 달리는 희귀종이 서식하고 있다. 바로 아무르 표범이다. 이 표범은 현재 지구상에 40여 마리만 살아남아 있다. 털가죽이 아름다워 밀렵꾼의 단골 사냥감이 되었고, 이 때문에 ‘멸종’이라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이 표범을 살리기 위한 국제적인 보호 운동이 펼쳐지리라는 것은 능히 상상이 가는 일. 하지만 이 표범을 보호하는 운동에 한국인의 ‘계 모임’이 알차게 한몫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른바 ‘아무르 표범 살리기를 위한 만원계’다.

아무르 표범 만원계는 국내 환경단체 녹색운동연합(녹색연합· www.greenkorea.org )에 의해 조직되었다. 지난해 1월,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아무르 표범의 안타까운 사정을 전하며, 전국의 ‘뜻있는 인사’들을 대상으로 '계원 가입‘을 호소하면서 시작했다. 현재 계원은 50명. 녹색연합은 지금까지 모인 곗돈을 5회에 걸쳐 아무르표범과 관련된 또 다른 환경단체 ‘티크리스 파운데이션’에 송금했다. 이 돈은 밀렵을 단속하는 데 필요한 장비 구입과 감시원 인건비 보조에 쓰였다.

아무르 표범만이 아니다. 지난해 네팔의 해발 2000m 고지에 자리 잡은 낭기 마을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만원계를 처음 조직한 이래, 녹색연합이 현재까지 조직해 운영하는 만원계는 오랑우탄을 살리기 위한 ‘오랑우탄 만원계’, 미군기지 환경 오염 주민을 위한 ‘필리핀 미군기지 만원계’, 역시 멸종 위기에 몰린 귀신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귀신고래 만원계’, 가스 참사로 유명한 인도 보팔 주민을 돕기 위한 ‘인도 보팔 만원계’ 등 6개에 이른다.

계원들이 내는 만원 모아 현지 단체·주민 지원

이 중 가장 먼저 시작한 낭기 마을 만원계는 계원 수 88명을 자랑한다. 계원들은 왜 낭기 마을 주민을 돕겠다고 나섰는가. 낭기 마을 주민이 지구상에서 가장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는 8만평 크기의 참나무숲이 있다. 주민들은 그 숲을 ‘신성한 숲’이라고 부른다. 대대로 숲을 신성하게 여겨, 숲에서는 오줌을 누거나 침도 뱉지 않으며,  방귀도 뀌지 않는다. 만원계는 빈곤선에서 허덕이는 낭기 마을 주민의 생활 안정을 돕는 일이 바로 환경보호운동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녹색연합이 이런 용도 저런 취지로 돈을 모아 해당 지역 주민이나 단체에 송금한 돈은 그리 많다고 볼 수 없다. 2004년 총송금액은 4백60여만원. 올해의 경우, 지난 11월2일 현재 1천1백만원이다.

하지만 이 돈은 그 자체로 무시하지 못할 값어치가 갖는다는 것이 녹색연합의 자평. “우리가 보기에 작은 돈이지만, 경우에 따라 현지 활동가의 한달 봉급은 거뜬히 떨어지기도 한다.” 만원계 아이디어를 낸 녹색연합의 이유진 국제연대 담당 간사는 말한다.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되면 ‘활동’은 이어진다.
만원계는 또 다른 면에서 ‘액수’로 따질 수 없는 값어치가 있다. 녹색연합측 말대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다리 구실을 하는 것이다.

만원계를 운영한 지 2년 남짓해 ‘계모임’의 성과가 입소문을 통해 퍼지면서, 녹색연합의 만원계는 최근 다른 NGO들 사이에서도 국제 연대 활동의 ‘모범 사례’로 주목되기에 이르렀다. 녹색연합은 지난 10월 중순 ‘아시아 NGO 센터 발족 기념 국제 포럼’에도 불려가 자기네 경험을 다른 NGO 활동가들에게 들려준 바 있다. 녹색연합은 최근 두만강 생태계 보호를 위한 ‘두만강·옌볜 만원계’를 시작하기로 하고 계원을 모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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