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향기 깊어가는 대륙의 저녁
  • 베이징·정주영 통신원 ()
  • 승인 2005.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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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세대, 포도주에 심취…새로운 문화 만들며 판매량 급증

 
고량주의 나라 중국이 와인의 나라로 변모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큰 유행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중국 시장을 연구하는 한 회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중국의 성공한 비즈니스맨들의 특징은 고학력 젊은 남성(전체의 약 50%가 40대 이하)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연평균 수입은 9만 위안 정도(한화 약 1천1백70만원)이며, 90%가 집이 있고, 반수 이상이 차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매주 평균 48시간 정도 일하며, 등산·수영·헬스·골프 같은 스포츠를 즐긴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마시는 술이 바로 포도주이다.
경제 발전과 더불어 좀더 소비적이고 고급스러운 생활을 갈망하는 중국 젊은이들에게 포도주는 그 모든 것을 대변하는 상징이 되었다. 현재 중국에서 포도주는 유행 조류를 이끌어내고, 소비 개념을 새롭게 만들어내며, 고급 술 문화와 고품격 생활 방식을 창출해내는 등 그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은 또한 포도주를 마시는 자기들만의 독특한 방식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양주를 마실 때처럼 포도주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것이다. 포도주에 탄산 음료, 특히 스프라이트를 섞어서 마시는 방법도 애용되고 있다.

전통 백주는 갈수록 인기 ‘시들’

많은 사람이 포도주에 탄산 음료를 섞으면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고 맛이 부드러워진다고 생각한다. 또 포도주에 과일을 섞어서 만든 과일주가 유행하고 있다. 초록빛 사과에는 적포도주를 섞고 블루베리에는 백포도주를 섞는다. 녹차나 홍차에 포도주를 섞기도 한다.
과거 중국의 포도주 산업은 문화 분위기가 제약된 탓에 줄곧 맥주·백주·황주의 벽을 넘지 못했다. 중국에는 넓은 대륙에 지역적 특성과 역사를 담고 발전해온 수많은 술이 있기 때문에 와인 문화가 쉽게 정착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또한 중국 음식의 향이 비교적 강하기 때문에 독한 백주로 입을 헹궈야 하는 음식 문화의 제약도 있었다.

중국 내의 술 종류는 크게 맥주·백주·황주·포도주 네 종류로 나눌 수 있다. 2004년 생산량은 각각 2,910만㎘, 311만㎘, 180만㎘, 36.7만㎘이며, 시장 점유율은 각각 85%, 9%, 5%, 1%로 포도주가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포도주는 전체 점유율은 낮지만 그 성장 추세로 보면 가장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보통 외국인들이 중국 술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백주는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다(1996년 소비량은 건국 초기보다 80배 증가한 801만㎘였으나 1998년 이후 하락세를 보여 지난해 소비량은 311만㎘에 그쳤다). 황주는 지역적 제한성 때문에 전국화될 수 없는 술이다.
맥주 또한 이미 성장의 포화점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포도주만이 계속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아래 그래프 참조).

중국 포도주 회사인 왕챠오(王朝·다이내스티)는 포도주 수요가 매년 10%에서 12%로 고속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포도주는 이미 지속적인 발전 궤도에 진입했으며, 2008년 올림픽까지 폭발적인 발전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가을 중추지에(추석)와 궈칭지에(중국 건국일 10월1일)의 선물로도 중·고가 포도주가 주류를 이루었다.
중국의 포도주 시장이 열기를 띠면서 중·고가 포도주 시장의 경쟁 또한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고 있다. 그에 따라 질 좋은 로컬(local) 와인이 개발되고 있다.

외국 유명 포도주 업체들 ‘군침’

중국의 유명한 포도주 회사는 산둥(山東)과 허베이(河北)에 집중되어 있다. 산둥성과 허베이성은 미국에서 포도주 산지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와 같은 위도여서 기온이 포도 성숙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이다.

청조 말에 유럽 각국과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유럽의 와인이 중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때는 청조 말이다. 외국인과의 교류가 활발했던 산둥성의 옌타이(烟臺)와 칭다오(靑島)가 입구 노릇을 했다. 두 곳에는 현재에도 중국 포도주 업계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장위(張裕)와 10위인 화둥(華東)이 있다. 중국에서 현대적 와인 사업이 시작된 것은 서해(중국명 황해)를 사이에 두고 한국과 마주 보고 있는 옌타이에 장위 포도주 회사가 창립되면서부터였다. 1892년 중국 근대화의 선각자 중 한 사람인 장비스(張弼士)가 유럽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그 곳의 포도 종을 들여와 이웃 지역에 퍼트리고 포도주 공장을 세움으로써 중국 최초의 로컬 와인이 출현한 것이다.

그 후 1백10년이라는 역사가 이어져, 현재 장위 와인은 리스링, 샤르도네의 화이트 와인, 그리고 카베르네 소비뇽 등에 의한 레드 와인을 생산하고 장위 브랜디 와인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칭다오는 맥주가 유명한 곳이지만 포도주 역사 또한 오래되었다. 이곳 칭다오에도 화둥이라는 브랜드의 포도주 회사가 유명하다. 화둥은 홍콩에 거주하던 마이클 패리가 칭다오 포도주 공장과 합자해서 건설을 추진하다가, 1989년 톈안먼 사건으로 중단되었으나 최근에 완공된 회사이다.

 
허베이성에 위치한 중국 4대 특별시의 하나인 톈진(天津)은 1980년에 프랑스와 합작하여 왕챠오 포도주회사를 만들었다. 왕챠오 포도주는 지난해 총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25%가 넘는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또 베이징에서 북쪽으로 120㎞ 정도 떨어진 완리창청(萬里長城) 부근에 자리 잡은 창청(長城) 포도주회사는 창청과 드래곤 실(Dragon Seal)이라는 브랜드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에 포도주 시장이 형성되자 외국의 유명 포도주 회사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더욱이 중국 당국은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뒤 포도주에 붙는 관세를 대폭 낮추었다. 2001년까지 수입 포도주에 붙는 관세율은 44.6%였다. 하지만 지난해 관세율은 14%대로 떨어졌다. 그 결과 중국 토종 포도주 값과 수입 포도주 값의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수입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특권’으로 여겨지던 시절은 지났다. 중국의 광대한 포도주 소비 시장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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