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족쇄 풀고 스크린에 존재 증명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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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네 번째 영화 <… 불의 잔>

 
<해리포터>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본 후 드는 느낌은 ‘이제야 해리포터가 영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원작자의 요청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영화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서인지 그동안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는 원작의 족쇄에 잠겨 있었다. 책의 내용을 재현하는 데에는 충실했지만 상대적으로 영화로 형상화한 과정은 부실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영화적 상상력이 한껏 발휘되었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메가폰은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모나리자 스마일> 등에서 이야기꾼 재능을 보여준 마이크 뉴웰 감독이 잡았다. 그는 해리포터(대니얼 레드클리프 분)와 위즐리(루퍼트 그린트 분), 헤르미온느(엠마 왓슨)에게 입체적인 캐릭터를 불어넣어 이들에게 생동감을 갖게 해주었다. 세 주인공이 사춘기를 거치며 성장통을 겪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구현해냈다. 이들이 이성에 눈을 뜨는 장면은 자못 흥미롭다.

마이클 뉴웰 감독은 어린이 모험 영화의 성격이 강했던 해리포터를 효과적으로 청소년 성장 영화로 바꾸어 놓았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관객은 앳된 얼굴의 주인공들이 우직한 청년과 어엿한 숙녀로 변한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변화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있을 수 있다. 좋게 보면 영화가 좀더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보면 할리우드화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사랑과 우정 문제로 고민하고 사소한 오해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기도 하는 모습은 해리포터를 좀더 인간적인 영웅으로 보이게 만든다. 마법 신문 기자의 과장 보도에 해리포터는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 중 영화적 형상화 가장 뛰어나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스토리는 트리위자드 게임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와 함께 최고의 마법학교로 꼽히는 불가리아의 덤스트랭 마법학교, 그리고 프랑스의 보봐통 마법학교는 ‘불의 잔’이 호명한 대표선수 한 명씩을 내보내 트리위자드 게임의 챔피언을 가린다. 트리위자드 게임은 세 가지 과제를 풀어내 우승자를 가리는 게임인데, 목숨이 걸린 대신 우승하면 영원한 명예를 얻게 된다.

애초에 해리포터는 트리위자드 게임에 참가할 수 없었다. 참가 자격이 열일곱 살 이상인데 해리포터는 열네 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청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불의 잔’은 해리포터의 이름을 토해낸다. 제4의 참가자로 게임에 참여한 해리포터는 다른 출전자들과 함께 하나하나 과제를 풀어간다. 숱한 고난이 등장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해리포터는 이를 현명하게 풀어낸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해리포터는 잊지 않고 희생 정신을 발휘해 고난에 빠진 동료를 구해낸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매력은 축제와 고행이 잘 버무려져 있다는 점이다. 목숨을 건 위험한 게임을 벌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편안한 마음으로 게임을 구경할 수 있다. 겨울이 배경이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전보다 확연하게 밝아졌다. 퀴디치 올림픽과 트리위자드 게임,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의 화려한 무도회 장면은 악의 존재를 잠시 잊게 만들기까지 한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 전편과 가장 차별화한 장면은 두 번째 도전 과제를 풀기 위해 검은 호수에서 친구를 구해내는 장면이다. 마법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휙휙 날아다니던 해리포터가 아가미풀을 먹고 손과 발에 돋아난 갈귀를 이용해 물속을 유려하게 헤엄치는 모습은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마이너리티는 늘 착하게 그려진다. 괴물에 가까운 모습을 한 수호천사 역을 이번에는 매드아이 무디(브랜든 글리손 분)가 맡았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게임의 와중에도 해리포터를 향해서 음모가 계속 옥죄어 온다. 물론 마지막까지 그것이 무슨 음모인지, 누가 꾸민 음모인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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