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하는 백신 나온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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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막는 HPV 백신 3상 시험중…내년 상반기에 출시 가능
 

 주부 김인경씨(36·서울)는 요즘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열네 살짜리 딸을 ‘백신 연구’에 포함시킬까 말까 신중히 재고 있는 것이다. 백신 연구는 자궁경부암(딸린 기사 참조)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3상 임상 시험을 말한다.

백신 연구는 12월15일까지 강남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 등 8개 병원에서 건강한 10~14세 소녀 2백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씨는 “자궁경부암은 모든 여성의 근심거리다. 예방할 수 있으면 미리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백신의 부작용과 후유증이 있을지 몰라 망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씨의 고민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3년간 전세계에서 3만여명을 대상으로 백신 연구를 했지만, 인체를 크게 해치는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보고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시험을 주도하고 있는 김재훈 교수(산부인과)는 “모든 약물은 약간의 부작용을 나타낸다.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감기약의 부작용처럼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의 효능을 정확히 안다면 김씨처럼 망설이는 여성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을 세 번만 접종하면 평생 자궁경부암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에서 백신 연구를 이끌고 있는 송용상 교수(산부인과)는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암을 예방하는 약이 없었는데, 드디어 그 결실이 나타났다.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은 그만큼 획기적인 신약이다”라고 말했다. 

백신 값, 엄청나게 비쌀 수도

 야쿠르트 한 통만큼도 안되는 백신이 어떻게 그 일을 해내는 것일까.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백신은 자궁경부암을 직접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 고위험군인 16형·18형을 닮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물질이 체내로 들어가면 인체는 면역 기능을 작동해 항체 작용을 일으킨다. 그리고 ‘가짜 바이러스’들을 괴멸한 뒤 ‘방어막’을 튼튼히 형성한다. 이같은 유비무환 태세 덕에 진짜 바이러스들이 공격할 엄두를 못 내고 퇴각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은 실용 전 단계이다. 글로벌 임상 1~3상 시험에서 ‘암 예방’이라는 놀라운 효과를 나타냈지만, 아직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국내 임상 3상 시험이 끝나는 내년 상반기면 일반 여성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연구가 현재진행형이어서 효과가 얼마만큼 지속될지 예측 불허라는 점이다. 임상 시험을 한 지 3년밖에 안되어 백신 효과가 3년 동안 지속되는지, 아니면 10년 혹은 그 이상인지 파악되지 않은 것이다. 

 연구자들 중에는 또 다른 효과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 현재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여성들에게서만 예방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연구가 진행되면 다른 효과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성들에게서도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확률은 적지만 가능성은 있다”라고 송용상 교수는 말했다.

덧붙여 그는, 앞으로의 문제는 약효가 아니라 비싼 약값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약사들이 그동안 들인 투자비를 생각해, 백신 값을 엄청나게 매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은 다국적 제약사 MSD와 GSK가 개발해, 경쟁적으로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MSD측은 '가다실'이라는 자사 백신이 “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 고위험군 16형· 18형을 닮은 입자와 양성 사마귀를 유발하는 6형·11형을 닮은 입자를 포함해, GSK의 서바릭스보다 효과가 더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약효가 나타나는 원리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MSD의 가다실은 글로벌 임상 시험을 끝낸 뒤 현재 국립암센터·서울대병원·강남성모병원 등에서 국내 3상 임상 시험을 하고 있으며, GSK의 서바릭스는 아래 8개 병원 산부인과에서 글로벌 3상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3상 임상 시험에 참가하는 소녀들은 8개월 동안 병원을 네 번 방문해 백신을 세 번 접종받고, 필요하면 수년 동안 의사들의 추적 관찰을 받게 된다.

임상 시험을 하고 있는 병원은 다음과 같다. △강남성모병원(02-590-1482) △동산의료원(053-250 -7504)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02 -3010-3629) △영동세브란스병원(02-2019-35 99 △전남대병원(062-220-6382)△한양대병원(02-2290-8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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