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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5.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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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유럽 환경 포럼’ 현장 중계/지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모색

 
셋 중 하나만 움직여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난다. 지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아시아와 유럽이 지구 환경과 인간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지난 11월 23~2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시아-유럽 환경 포럼이 열렸다. 아시아 유럽 지역 38개 국가에서 온 학자·시민운동가·정부 관료 2백50여 명이 아시아와 유럽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색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아시아-유럽재단(상자 인터뷰 기사 참조)·독일 한스자이델 재단·일본 지구환경전략연구소·유엔환경계획(UNEP)이 함께 마련한 자리였다.

사흘 동안 열린 이 포럼에서는 12개의 작은 주제 아래 에너지와 환경, 자연자원 보존과 개발 등에 관한 논의가 다채롭게 이루어졌다. 특히 이번 포럼은 환경 문제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함께 풀어갈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녹색연합 김혜애 정책실장은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가 한국인과 일본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전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는 세계화 시대에서 환경 문제는 모두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위험한 화학물질-생태계로 퍼지는 그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의 워크숍에서는 캄보디아의 농산물이 ‘도마’에 올랐다. 캄보디아 정부가 2002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농약이 5백17종이나 적발되었다. 농약 판매상이나 농민들은 이 농약의 유해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용했음은 물론이다.

“환경 문제는 전세계인의 문제”

이 포럼에 참석한 엔진 콰이 캄보디아 농림부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하고 있기는 하지만 농약 대부분이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불법으로 수입되고 있어 금지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중국·베트남 참가자들은 “중국과 베트남이 자국 내에서는 엄격한 규제 때문에 금지된 농약을 사용할 수 없지만 수출용으로는 대량 생산하고 있다. 캄보디아 같은 나라가 그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지된 농약을 사용한 농산물이 캄보디아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수출된다는 데 있다(한국에는 캄보디아산 농산물이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 농약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한 나라의 국민이라 하더라도 세계 농산물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현 경제 체제에서는 농약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에너지나 자원 고갈 문제 역시 특정 국가에 한정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포럼에 참가한 아시아개발은행(ADB) 데이비드 매컬리 박사는 “중국이나 인도의 경제 성장과 함께 환경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이슈다”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거대 국가들의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그로 인한 환경 오염이나 자원 고갈 문제가 지구 전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만 세계 시멘트의 절반, 철강의 3분의 1, 구리의 4분의1, 알루미늄의 5분의 1이 소비된다. 물론 이 자원들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공급된 것들이다.

 
세계의 자원을 엄청난 속도로 소비한다는 원성을 듣는 중국이지만 이 나라 역시 다른 나라로부터 피해를 보기도 한다. 포럼에 참가한 중국인 후 타오 씨는 “중국도 다른 나라가 일으킨 환경 오염 문제로 피해를 본다. 일본·한국·미국 등에서 생산한 전자제품 쓰레기를 중국이 수입함으로써 환경 오염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도 환경 경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아시아개발은행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14001(제품과 생산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꿀 수 있는 환경 경영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받을 수 있는 국제 환경 인증 규격) 인증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전체 14001 인증 수 가운데 40%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받은 것이다. 중국에서 14001 인증을 받은 기업은 최근 3년 동안 200% 이상 증가했다.

구체적인 ‘행동 계획’은 나오지 않아

매컬리 박사는 “환경 경영은 위협에서 기회로 바뀌고 있다. 인도에서는 섬유와 수공예 회사들이 환경 친화적 제품을 생산해 유럽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큰 이익을 얻고 있다. 또 환경 친화적 상품과 서비스 시장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업들이 마인드를 바꿀 때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환경 관련 시장 규모는 올해 6천70억 달러로 성장했고, 2016년에는 8천3백60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환경 관련 시장 규모는 2005년 현재 3백70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2015년까지 세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 아시아개발은행의 전망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아시아와 유럽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 참가자들에게는 아시아의 상황을 파악하고, 아시아 참가자들에게는 한 발짝 앞선 유럽의 지속 가능 발전 모델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포럼에 참가했던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윤승준 국장은 “지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특정 국가만의 노력이 아니라 모든 나라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공유한 것만으로도 이번 포럼이 가진 의의는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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