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GT “투표제를 선점하라”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5.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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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앞두고 기선 잡기 ‘후끈’…투표 방식 따라 희비 엇갈려

 
‘1인 1표제, 1인2표제, 전 당원투표제, 당의장·상임중앙위원 분리 투표제.’

그야말로 백가쟁명이다. 내년 2월18일 치러질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방식을 두고 벌써부터 갖가지 묘안이 쏟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정기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전당대회에 ‘올인’할 작정이다. 정세균 의장도 전당대회가 흥행해야 당이 살아난다는 점을 강조했다(20쪽 인터뷰 참조). 당내 각 계파도 신발끈을 조여 맸다.
내년 전당대회는 대권 주자가 직접 겨루는 겨루기 승부이다. 승부 겨루기에 적극적이었던 김근태 장관(GT)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던 정동영 장관(DY)도 최근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양 진영에 모두 총동원령이 내려진 상태이다.

전당대회 방식을 둘러싼 아이디어는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당권까지 잡을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복안들이다. 하지만 당의장 자리는 하나이기에 복안은 동상이몽이다.

최근 한 진영에서는 대의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당대회 방식에 따라 판도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전당대회가 1인1표제로 치러질 경우, 우세한 쪽은 정동영 장관이다. 대중성에서 앞서는 DY가 GT를 두 배 이상 앞설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지난 4월 전당대회 방식처럼 1인2표제로 치러지면 결과는 점치기 어려워진다. 1인2표제는 계파간 합종연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당내에서는 GT계와 유시민 의원이 이끄는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가 손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참정연은 지난 4월 전당대회 때 이미 DY계와 선을 그었다. 당시 유의원은 ‘기간당원 문제에서, 정동영계가 허송 세월을 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현재 당내 뜨거운 감자인 기간당원 문제를 놓고 GT계가 참정연의 손을 들어주고, 대신 참정연은 1인2표제로 치러지는 전당대회 때 GT에게 한 표를 던지는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GT쪽 관계자는 “가장 현실 가능한 시나리오이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신기남 의원이 주도하는 신진보연대도 DY보다는 GT와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 ‘천신정’의 주역으로서 한때 정동영 장관과 보조를 함께 한 신기남 의원은, 지난 4월 전당대회 때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한 수모를 겪었다. 신의원측은 이 원인을 DY계의 조직적인 비협조로 보고 있다. 최근 신의원은 GT와 가까운 장영달·이호웅·이미경 의원과 함께 민주개혁지도자회의를 제안하며, GT계와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이런 구도에서 1인2표제가 시행된다면 양 진영의 접전이 예상된다. 실제로 한 진영의 최근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GT계와 참정연이 손잡으면, DY-GT 격차는 줄어든다. 또한 이 조사에 따르면, 대의원들은 1인2표제의 두 번째 표를 GT-김두관-DY 순으로 던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GT쪽 관계자는 “1인1표제가 되면 극명하게 두 진영이 갈려 당이 깨질 수 있다. 1인2표제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방식과 관련해서 전당원 투표제도 중요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원들이 대의원을 뽑고, 대의원들이 체육관에 모여 당의장을 선출하기보다는 당원들이 직접 당의장을 뽑게 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1월30일 비상집행위원회가 내년 전당대회 선거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맡기기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선관위가 관리하면 전당원투표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GT 쪽은 전 당원투표제를 채택하더라도 1인2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월 원내대표 경선도 DY-GT 대리전 될 듯

현재 내년 전당대회 출마 예상자로는 김근태·정동영 장관 외에 참정연의 김두관 전 장관, 40대기수론을 주장하는 김부겸·김영춘·임종석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상자 기사 참조). 여기에 여성 후보가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에 앞서 내년 1월에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도 전당대회 전초전의 성격이 강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GT계에서는 장영달·배기선·원혜영 의원 등이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GT쪽 관계자는 “원혜영 의원은 재야파뿐 아니라 친노 진영에서까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필승 카드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신기남 의원이 변수로 등장했다. 신의원을 원내대표로 내세워 연대의 틀을 다지자는 것이 신의원측 논리이다. 이에 대해 GT쪽은 꽤 곤혹스런 표정이다.

DY계에서는 김한길 의원이 원내대표 주자로 꼽힌다. 당초 김의원은 서울시장을 꿈꾸다가 최근 원내대표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DY쪽에서는 원내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을 내심 선호하고 있다.

DY쪽 한 인사는 “원내대표를 우리가 먼저 차지하면, 2월 전당대회에서는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원내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당헌·당규를 개정해 현재의 당의장-원내대표 투톱 시스템을 당의장 중심의 원톱 시스템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원내대표 자리가 지금보다는 중요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김한길 의원 본인의 출마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월 원내대표 경선 역시 DY-GT간 대리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양 진영 모두 우려하는 점도 있다. 정권 재창출의 주역인 두 주자가 나섰는데도 당이 활력을 찾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경선이 가열되어 후유증이 커질 경우 뒷감당을 어떻게 하느냐다. 이렇게 되면 여당의 대선 후보 카드가 소멸하면서 당이 자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고위 관계자는 “그런 걱정을 누구보다 주자들이 더 많이 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일부에서는 표대결이 최선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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