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약한 당신, 마음에 청진기를
  • 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 www.enh21.org) ()
  • 승인 2005.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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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스트레스는 면역력 떨어뜨려 바이러스 감염 위험 높여
 

 “스트레스성입니다.” 아마 병원에서 가장 흔히 듣는 진단일 것이다. 스트레스가 마음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몸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특히 면역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체의 항상성 조절 중추인 시상하부는 스트레스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고 코티솔과 카테콜라민을 많이 분비한다. 이들 두 호르몬의 농도가 높아지면 백혈구는 사이토카인을 적게 만들어낸다. 사이토카인은 면역계에서 정보를 알려주는 전령 역할을 하므로, 이 물질의 분비가 줄어들면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는 특히 감염성 질환과 관련이 깊다. 스트레스가 결핵균에 감염될 위험을 높인다거나,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활동을 재개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은 특히 기도 윗부분의 면역력이 저하되어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스트레스라도 종류에 따라 질병 발생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 연구진은 스트레스를 일상 생활에서 겪는 대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자신의 능력이 기대에 못 미쳐 받는 스트레스, 부정적인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분류하여  각각 질병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는 새로운 질병에 감염될 위험을 높이는 반면, 부정적인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기존 질병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트레스 유형 따라 질병 달라져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면 감기를 비롯한 각종 감염성 질환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힌트를 주고 있다.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자.

일 자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하거나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고 있지는 않은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나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일에 매진하느라 몸을 혹사할 염려도 있거니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심한 스트레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일을 닥치는 대로 하지 말고 우선 순위를 두어서 중요한 것부터 처리하는 것도 스트레스

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불쾌한 사건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빨리 잊고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 최선이다. 주변에 감염성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는 걱정거리가 될 만한 얘기를 꺼내지 않는 센스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도 스트레스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운동할 때 내기를 걸거나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면, 운동 후 오히려 심신이 더 지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미국 NBA 프로 농구 선수였던 매직 존슨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뒤 코트를 떠나 종교 생활에 충실한 결과, 현재는 거의 정상인의 면역 수준을 되찾았다는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식사는 혼자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하는 것이 좋다. 대화는 소화에도 도움을 주지만 마음도 즐겁게 해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센서가 오작동해 과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습관은 바람직하지 않다.
 
슬슬 감기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할 때다. 어차피 한번은 걸려야 할 감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면 피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조언을 믿어 보면 어떨까?

환경과 건강 Gazette www.enh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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