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특종에 미친 사람들이 아니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5.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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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교양국 최승호 책임프로듀서 인터뷰

 
절대 다수 국민이 <PD수첩>을 비판하는 형국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다고 보나?
황교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애정이 참으로 높았다. 그전까지 황교수만한 영웅이 없었다. 심리적으로 영웅에 대한 비판 의견을 수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국민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잘 감안하지 못했다는 자성이 든다. 하지만 방송 내용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사태가 악화한 데는 언론 보도도 한 몫 했다. 황우석에 대한 과도한 환상과 기대는 언론이 만들어 낸 것이다.
11월22일 <PD수첩> 보도 이후 언론은 우리를 ‘악’이라고 규정한 뒤, 선과 악의 대결로 몰고 갔다. 그 과정에 억측 보도와 오보가 너무 많아 일일이 해명하기 힘들 정도다. 지금은 우리가 욕을 먹고 있지만, 진실이 모두 밝혀지고 나면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진상 추적에 앞서 국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언론인 개인으로서 국익을 고민할 수는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광고를 막는 식으로 강제해서는 안 된다. 비유하자면 1980년대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때, 진상을 파헤치려는 기자에게 ‘올림픽도 있고 경제 성장도 있으니 보도하지 말라’고 했던 논리와 뭐가 다른가. <PD수첩>의 보도 덕분에, 우리 사회가 시스템 정비 과정에 들어선 면이 있다. 만약 이런 비판이 없었다면, 결국 우리 학계는 시스템 정비를 할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줄기세포 연구는 겉으로 비대해지면서도 속은 곪을대로 곪게 된다. <네이처> 등이 제기하는 의혹은 의혹대로 남은 상태에서, 누가 결정타 한 방을 날리면 그냥 무너지는 허약한 구조가 되었을 것이다.

방송에서 황우석 교수를 꼭 그렇게 악인으로 몰아갔어야 했나?
황교수는 신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문제점을 가질 수 있고 누구나 비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게다가 황교수는 엄청난 국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을 총지휘하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황교수와 관련한 모든 난맥상을 다 공개한 것이 아니고, 반드시 해명이 필요한 결정적 의혹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는 인정사정 없이 특종에 미친 사람들이 아니다.

<PD수첩> 보도가 <사이언스> 논문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언론인이 학자도 아닌데, 본연의 역할을 넘어서는 것 아닌가?
원래 우리가 주목했던 부분은 난자 제공 윤리 문제가 아니라 논문의 진실성 부분이었다. 언론사가 전문성이 없다고 하지만, <사이언스>는 우리가 벌인 검증 작업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황교수가 복제했다는 줄기세포와 원 체세포가 서로 DNA가 다르다. 이것은 정상적인 과정이라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 속에 검증이 이루어져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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