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나우딩요 주목하라
  • 문정우 대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2005.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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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월드컵 5대 관전 포인트

 
 2006년 독일 월드컵 32개 본선 진출국이 가려진 뒤 지구촌은 서서히 축구 열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12월9일 조 추첨이 끝나면 또 한 차례 탄식과 환호가 세계를 휩쓸 것이다. 유럽이나 남미의 전통 강호들과 한 조를 이룬 나라들은 울상을 지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하지만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본선 진출국 중 어느 한 나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002년 대한민국이 4강에 오른 것은 대진운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위축되지 않고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유럽의 강호들을 맞아 차례로 꺾은 결과였다.

그렇다. ‘과거의 전적이 오늘의 실력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난 2년여의 월드컵 예선 결과가 말한다. 2002년 본선에 진출했던 국가 중 9개국이 예선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이번 대회 들어 월드컵 역사상 처음 본선에 얼굴을 내민 나라만도 6개국이나 된다. 세계 축구계의 강력한 신흥 세력인 아프리카 본선 진출 5개국 중 4개국이 처녀 출전이다.

상위 입상국 판도의 지각 변동도 이미 시작된 지 오래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유럽의 변방 터키와 ‘아시아에서만 맹주’였던 대한민국이 4강에 진입했다. 유로 2004에서는 쟁쟁한 전통 강호들을 물리치고 그리스가 우승을 차지하는 반란을 일으켰다. 국제 축구계는 그리스의 우승을 겉으로는 담담하게 받아들였으나 그것은 분명 일대 사건이었다. 지금까지 월드컵이나 유로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에서 신진 세력이 16강이나 8강, 혹은 기껏해야 4강까지는 진입한 일이 있으나 우승한 일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유로 2004 대회에서 맹위를 떨쳤던 그리스는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는 맥없이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유럽의 축구 실력이 그만큼 평준화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동안 월드컵 대회 우승컵은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만이 사이좋게 나누어 가졌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같은 전통이 깨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프랑스 ‘아트 사커’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미셸 플라티니는 최근 <FIFA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축구 기술이 해가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유럽의 빅 리그들이 장삿속에서 자꾸만 경기 수를 늘려 유명 선수들이 1년에 무려 60~65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것이 주된 요인이라는 것이다. 경기 수가 많다 보니 기술보다는 체력, 개인의 창의력보다는 후방에서 기회를 엿보다가 역습하는 전술만 발전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국가대표 간의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아닌 게 아니라 유럽의 리그 경기가 끝난 직후에 열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지단·피구·앙리·라울과 같은 빅리그 슈퍼스타들은 무명 선수들의 수비에 막혀 안쓰러울 정도로 진땀만 흘리다 물러났다.

플라티니는 심지어 브라질 같은 나라도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뻥축구’만 했다고 비판한다. 볼을 뺏기면 마치 핸드볼 선수들처럼 부지런히 페널티 에어리어 주변으로 물러나 수비를 하다가 전방의 호나우두나 히바우두 같은 뛰어난 공격수에게 단번에 연결해 골을 성공시키는 단조로운 공격에 의존했다는 것이다.
미셸 플라티니가 과거의 향수에 젖어 절망하더라도 세계 축구의 흐름은 개인기보다는 체력과 전술을 중시하는 쪽으로 흐른다. 세계 축구 선수들의 기량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좁혀진 것도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체력과 전술이 중요해졌다는 것은 감독의 역할이 커졌다는 의미이다. 각국 축구연맹이 국가대표팀이 조금만 부진하면 감독의 목부터 날리고 보는 것은 어쩌면 매우 이성적인 판단이다. 이번 월드컵은 스타 감독들 간의 전쟁이기도 하다. 누군가 영웅이 된다면 누군가는 역적이 될 수밖에 없다.

 빅 리그의 슈퍼스타들이 지쳐 있다면 무명 선수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이번 대회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참가한다. 한국의 박주영과 백지훈도 명함을 내밀 가능성이 높다. 그들 가운데 누가 세계 축구 팬들을 매료하고 그 대가로 명예와 돈을 거머쥘 것인가. 플라티니와는 다르게 빅리그의 배 부른 스타들이 경기장에서 어슬렁거리며 걸어다니는 덕분에 변방의 젊은 선수들이 월드컵이 축구 본연의 야성과 열정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기뻐하는 이들도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도 돈만 아는 빅 리그 선수들과 달리 축구에 대한 순정을 간직하고 있는 한국의 젊은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이 보람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지 않던가.

자, 이 정도 머리를 정리하고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훨씬 흥미로울 것이다.

개최국 초강세 전통, 독일이 이을까

유럽에서 열리면 유럽이, 남미에서 열리면 남미가, 그것도 대부분 개최국이 우승하는 것이 월드컵의 전통이었다. 개최국이 월드컵 16강에도 진출하지 못한 일은 아직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같은 공식에 대입하면 독일 월드컵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독일이다. 독일은 이미 세 차례나 우승한 경력이 있고, 수비를 단단히 하다가 역습하는 전통 덕분에 단기전인 토너먼트 경기에는 유난히 강하다.

 
그러나 독일의 전력은 예전 같지 않다. 독일의 열성 팬들조차 ‘대표팀에서 유명한 사람은 감독(클린스만)과 주장인 발락과 골키퍼인 칸밖에 없는데 칸은 이제 늙어버렸다’는 자조 섞인 얘기를 할 정도로 재능 있는 선수가 부족하다. 최근의 평가전 성적도 시원치 않다. 대한민국에 2:0, 터키에 2:1로 패했으며, 영국과는 0:0으로 비겼고, 중국에만 1:0으로 간신히 이겼을 뿐이다.

한국 팬들도 독일이 무섭지 않다는 것을 벌써 눈치 챘다. 국내 온라인 스포츠 사이트들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대 다수는 한국 대표가 예선에서 피하고 싶은 상대로 브라질을 꼽았다. 그리고 2위도 독일이 아닌 네덜란드였다.
본선 진출국 중에서 유일하게 전(全) 대회 본선 진출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으며 세대 교체에 성공해 호나우두마저 살을 더 빼지 않는다면 벤치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 브라질은 분명 영원한 우승 후보임에 틀림 없다. 대표팀 막내인 호빙요까지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선수들이 유럽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은 홈구장이나 다름없는 상태이다. 어쩌면 유럽에서 열린 대회에서 최초로 유럽이 월드컵 트로피를 남미에 빼앗길 최대의 위기를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독일말고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에 맞서 유럽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팀은 네덜란드이다. 2002년 대회 예선에서 탈락했던 네덜란드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반바스텐 감독을 맞아들여 무패로 예선을 통과했을 정도로 팀 분위기가 안정되어 있다. 월드컵을 두 번 제패한 이탈리아는 예선을 1위로 무난히 통과했으나 최근 아프리카의 신예 코트디브와르와의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먹고 내내 끌려다니다가 간신히 비기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의 경기력도 들쭉날쭉하기만 하다. 전통의 강호보다는 우크라이나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스위스 같은 신예들의 전력이 오히려 안정감 있다.

새로운 황제 탄생할까

축구 팬들이 지금까지 기꺼이 황제라는 명칭을 붙여준 스타는 3명이었다. 브라질의 펠레, 독일의 베켄바우어,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월드컵에 세 번 출전해 12골을 넣어 독일 게르트 뮐러의 기록(14골)을 이번 월드컵에서 깨버릴 것으로 예상되는 브라질의 현역 선수 호나우두에게는 지금 황제란 칭호를 붙여줄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지난 11월20일 스페인 리그의 명문 라이벌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에서 축구 팬들은 새로운 황제가 태어날 가능성을 보았다. 바르셀로나의 ‘작은 호나우두’인 호나우딩요가 레알 마드리드의 같은 브라질 출신인 큰 호나우두나 펠레의 후계자라고 불리는 신예 호빙요, 그리고 프랑스와 영국의 자랑인 지단과 베컴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훨씬 뛰어난 활약을 보였기 때문이다. 호나우딩요는 레알마드리드의 특급 수비수 엘게라를 구경꾼으로 만들며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거침 없이 드리블해 들어가 두 골이나 잡아냈다. 두 골 모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만들어낸 것이었다.

1980년 3월31일 출생인 호나우딩요는 현재 나이로 보나 기량으로 보나 최절정기를 맞았다. 그는 바르셀로나를 리그 최선두로 끌어올렸으며, 유럽축구연맹이 선정한 올해의선수상을 받았다. 유럽 빅 리그 스타들이 꼽은 가장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는 올해의선수상을 타는 것도 시간 문제이다.
호나우딩요는 축구 전문가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스트라이컨지, 윙어인지, 미드필더인지 통 모를’ 선수이다. 그는 미드필드부터 최전방까지 쉼 없이 오르내리며 자신만의 창조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드리블과 패스에 프리킥 능력까지 탁월한 매우 드문 선수이다. 게다가 리더십까지 뛰어나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축구팬들을 가장 즐겁게 할 선수로 꼽힌다. 브라질이 어쩌면 최초로 유럽 대륙에서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지도 모른다고 축구 팬들이 생각하는 것은 바로 호나우딩요가 있기 때문이다. 호나우딩요가 브라질 우승의 주역이 된다면 세계는 새로운 황제의 등극을 보게 될 것이다.

 
독일에서 호나우딩요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스타가 있다면 1976년생 동갑내기인 네덜란드의 반 니스텔루이와 우크라이나의 세브첸코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유럽 올해의선수 출신이며 타고난 골잡이인 두 사람은 서른이 다 되도록 월드컵과는 지독하게 인연이 없었다. 박지성과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클럽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반 니스텔루이는 1998년에는 부상으로, 2002년에는 네덜란드가 예선 탈락하는 바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네덜란드 대표팀이 상승세이고 본인도 현재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에서 절정의 골 감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월드컵은 그를 위한 대회가 될 수도 있다.

유럽에서 축구를 제일 쉽게 할 줄 아는 선수로 통하는 이탈리아 AC밀란 소속의 세브첸코는 조국 우크라이나가 1998년과 2002년 잇달아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는 쓴맛을 보았다. ‘공격수들의 무덤’이라는 거칠기 짝이 없는 이탈리아 리그에서 거의 매년 20골 이상씩을 터뜨려온 세브첸코는 상대적으로 말랑한 브라질과 스페인 리그에서 뛰어온 호나우딩요에게 킬러의 진면목을 보이고 싶어한다. 그밖에 스페인의 신예 가르시아나 첼시의 스트라이커인 코트디브와르의 드로그바, 최근 오랜 슬럼프와 부상에서 벗어나 예전의 위력을 찾아가는 영국의 오웬 역시 발동이 제대로 걸리면 호나우딩요 못지 않은 활약을 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더불어 최근 들어 노쇠한 기미를 감추지 못하는 프랑스의 지단, 큰 경기에서는 기여를 못하는 데다 왼쪽 무릎마저 다친 스페인의 라울, 대표팀에서 활약이 부진해 브로큰 잉글리시라는 민망한 별명을 새로 얻은 영국의 베컴이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이다.

가장 빛나는 어린 별은 누구?

이번 월드컵만큼 신예가 풍성한 대회도 드물 것이다. 영국의 웨인 루니, 브라질의 호빙요, 네덜란드의 아르헨 로벤, 포르투갈의 호나우도, 스페인의 페르디난도 토레스가 모두 1983년이나 1984년 출생이다. 게다가 이들보다도 서너 살 더 어린, 1987년생인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도 있다.

 
이들 중에서 루니·로벤·호나우도는 이미 예선전에서부터 팀의 주포로 활약해 왔다. 최근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뒤져 있다가 3:2로 뒤집는 계기를 마련한 만회골을 터뜨린 루니에게 마라도나는 월드컵에서 영국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해 주었다. 스타 군단 레알 마드리드의 왼쪽 공격수 자리를 꿰찬 호빙요, 영국 리그에서 독주하는 첼시의 핵심 선수로 성장한 로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키우는 차세대 스트라이커 호나우도는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든 킬러들이다.     그런데 이들 모두보다도 어쩌면 올해 세계청소년대회 득점왕이자 MVP인 바르셀로나의 메시가 가장 위험한 인물인지도 모른다. 그는 아르헨티나가 남미 최종 예선에서 브라질을, 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를 대파할 때 선봉에 있었다. 만약 메시가 중원을 헤집게 된다면 크레스포의 노련한 득점 감각이 더욱 날카로워져 아르헨티나의 위력은 배가될 수 있다. 이진하게 들 사이에서 박주영이 어떤 활약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월드컵을 구경하는 또 다른 재미이다.

아프리카 돌풍 계속될까

최근 몇 번의 월드컵에서 돌풍의 진원지는 언제나 아프리카였다. 유럽과 남미의 강자들에게 불의의 일격을 가하곤 했던 나이지리아와 카메룬, 지난 대회에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밀어내고 8강까지 올라간 테렝가의 사자 세네갈, 2010년 월드컵 개최국 남아공화국은 모두 본선 진출국 명단에서 빠졌다. 그 대신 나라 이름도 생소한 코트디브와르·토고·앙골라·가나가 처음 본선에 올랐다. 낯익은 이름이 있다면 지난 대회 본선에 올랐던 튀니지 정도이다. 도대체 아프리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과연 이 낯선 나라들이 아프리카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부분적으로는 편파 판정, 유명 선수들의 의욕 저하 등이 원인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아프리카 전체의 축구 수준이 눈부시게 발전한 데서 빚어진 현상이다. 지난 대회 전세계 축구 팬을 놀라게 했던 세네갈과 마찬가지로 코트디브와르·토고·튀니지는 모두 예전의 프랑스 식민지였고, 앙골라는 포르투갈 식민지였다. 이 나라들은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아 세네갈과 마찬가지로 축구 수준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높다

그렇더라도 지도에서 찾기도 힘든 소국인 토고가 지난 대회 8강까지 올랐던 세네갈을 따돌리고 본선에 진출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 토고의 대표 선수들은 대부분 프랑스나 벨기에의 아주 작은 클럽에서 뛴다. 주장인 장 폴 아바로는 프랑스 북부의 아마추어 팀 소속이다.
독일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돌풍을 이어갈 가장 유력한 후보는 코트디브와르이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부자 구단 첼시의 주포인 디디에 드로그바를 비롯해 공격진과 수비진에 유럽 리그 현역들이 즐비하다. 역대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최다 결승 진출(7회) 경력의 가나 역시 숨은 실력자이다. 첼시의 미드필더 에시앙을 비롯해 유럽 리그 선수들이 5~6명 포진하고 있다. 이들 두 나라와 튀니지가 아프리카의 저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예선에서 탈락한 아프리카의 강호들은 대부분 극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특히 카메룬이 심하다. 최종 예선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해 5연속 본선 진출 꿈을 날려버린 빅 리거 수비수 워메(인터밀란)는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수도 야운데에 있는 그의 집은 습격을 당하고 차는 부서졌다. 그의 가족은 현재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다. 
 
최고 감독 자리에 누가 앉을까

이번 대회에는 자국 선수들보다 더 유명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이 많다. 네덜란드의 반바스텐, 독일의 클린스만, 우크라이나의 올레그 브로힌 ,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레오 벤하커, 코트디브와르의 앙리 미셸 감독이 한 시대를 풍미한 스트라이커들이다.
그 중에서 네덜란드 반바스텐 감독의 변신이 놀랍다. 현역 시절 우아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즐겼던 그는 스타 기질이 넘쳐 팀을 위해 헌신할 줄 모르는 선수들은 실력이 있어도 모두 도태시켰다. 그 대신 소속 팀에서는 벤치만 지키더라도 조국의 국기에 충성을 맹세하고 자신을 내던질 줄 아는 선수를 중용해 유럽 예선을 가볍게 통과했다. 그는 결과를 도외시하고 매력적인 것을 추구하는 네덜란드 대표팀을 승리만을 생각하는 전투적인 집단으로 변모시켰다. 그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네덜란드의 만년 준우승병은 고져질지도 모른다.

유럽 예선에서 반바스텐 감독 못지 않게 주목된 인물은 우크라이나의 올레그 브로힌 감독이다.  1975년 유럽 올해의선수였던 브로힌 감독은 선수 의욕을 북돋아주는 카리스마와 교묘한 전술로 우크라이나를 플레이오프라는 늪에서 탈출시켰다. 오랫동안 그리스의 무명 클럽 팀에서 지휘봉을 잡아 잊혔던 그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오르는 사다리에 올랐다.
반바스텐이나 브로힌 감독 못지 않은 스트라이커였던 독일 클린스만 감독의 형편은
그리 좋은 편은 못된다. 평가전을 계속 치르면서 팀을 만들어가고 있으나 독일 팬과 언론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상태이다. 그는 끊임 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팬들과 기자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호소하느라 진땀을 뺀다. 이들 외에 슈퍼스타들을 순한 양처럼 잘 다스리는 브라질의 파레이라 감독, 호주팀을 데리고 월드컵 본선에 돌아온 히딩크 감독, 평가전에서 아르헨티나에 역전승을 거둔 뒤 한숨을 돌린 영국의 에릭손 감독이 널리 이름이 알려진 스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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