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와 같이 일 못해!”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5.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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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 ‘신규 직원 채용시 담배 사용자 배제’ 공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신규 채용 직원에게 ‘금연령’을 내렸다. 앞으로 직원을 새로 뽑을 때, 흡연자는 물론 ‘담배 사용자’를 절대 직원으로 뽑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담배 사용자‘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물론 담배 생산물을 이용하는 사람을 뜻한다.
  세계보건기구(사무총장 이종석)는 최근 이같이 결정하고, 공식 웹사이트의 ‘채용란’에도 해당 설명을 곁들였다. 세계보건기구의 새 정책은 12월1일부터 시행된다. 세계보건기구는 정규 직원 수만 8천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국제 기구다.

세계보건기구가 흡연자 채용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은, ‘세계의 보건복지부’로서 금연운동에 관한 한 모범을 보이겠다는 의지에서 비롯했다. ‘담배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가 신뢰도 제고 측면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세계보건기구에 취직하려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 ‘현재 담배를 피우십니까’ ‘세계보건기구에 채용된 뒤에도 계속 담배를 피우거나 이용하실 생각입니까’. 양쪽 모두 ‘네’라고 대답이 나오면, 지원자는 다른 직장을 알아보아야 한다. 채용 과정에서 흡연 사실을 숨겼다가 훗날 들통 나면 당사자는 보따리를 싸야 한다.

현재 금연운동은 빈곤 퇴치, 에이즈·말라리아 퇴치 등과 함께 유엔이 정한 ‘밀레니엄 목표’ 8개 항목 가운데 하나다. 세계적 차원의 금연운동은 지난해 ‘담배 통제에 관한 경제·사회 이사회’(EOSOC)의 결의에 이어, 지난 11월4일 세계보건기구 주도로 ‘담배 근절 계획’까지 출범시키면서 절정에 오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이처럼 작심하고 담배 근절 운동을 벌이는 것은, 담배가 건강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환경 측면에서 좋지 않고 궁극적으로 빈곤 문제와도 관련 있기 때문이다.

담배의 해악은 우선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담배는 해마다 5백만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가는 주범으로 사망 원인 2위에 올라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0년까지 연간 1천만명이 담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의 예측이다.

담배는 또 빈곤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11월4일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흡연 인구는 13억명에 이른다. 그 중 대다수가 삶의 질 면에서 중위권 이하 국가에 몰려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대표적으로 우간다 사례를 언급했는데, 우간다 전체 인구의 80%는 하루 1달러 이하 수입으로 살아가는 반면, 이 나라 성인 남성의 약 50%는 흡연자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또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저개발국 최빈곤층 생활비의 10%가 담뱃값 지출에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흡연이 결과적으로 빈곤을 심하게 한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의 견해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기존 직원에 대해서도 강력한 금연운동을 실시해 왔다. 세계보건기구 소속 건물 실내에서는 흡연이 금지된 지 오래고, 담배를 피우는 직원들에게도 금연을 장려해 왔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보건기구 자체 의료센터에서는 개별 상담은 물론 금연 약물을 구입할 경우 직원들에게 구입비의 80%를 환불하는 방식으로 금연을 도와 왔다.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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