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할일 다하면 지지율 오를 것”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5.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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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지사 인터뷰/“경기도는 작은 대한민국”

 
지지율이 도무지 꿈쩍을 않는데도 손학규 지사는 별로 초조해 보이지 않았다. 지금 내 할 일을 다하면, 언젠가 국민이 알아줄 때가 오리라는 믿음이 굳은 듯했다. 임기 6개월을 남겨두고 있는 손지사를 12월9일 경기도청 지사실에 만났다.

올해가 경기방문의 해였다. 실적이 어떤가?
경기관광공사가 주무부서인데, 처음부터 ‘몇 명 방문했다’ 그런 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쓰라고 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연, 문화유적, 축제 등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관광자원화하느냐가 관건이다. 나 스스로 관광객이 몇 명이나 왔는지 관심이 없다. 하지만 내가 듣기로 상당한 증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임기중 3대 업적을 꼽는다면 무엇인가?
굳이 범주화한다면, 외자 유치와 교육, 문화를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자 유치라고 하는데, 나는 첨단산업 및 R&D(연구·개발)라고 하고 싶다. 어제 착공한 황우석 장기바이오센터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 교육은 지난 3년 동안 경기도가 지불해야할 의무부담금 말고도 5천6백억원을 더 지원했다. 공교육 활성화와 교육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었는데, 도내 시·군에 거점 고등학교를 하나씩 선정해 학교당 23억원씩을 지급했고, 가평의 한 초등학교는 7~8억원을 지원해 학생 수가 급격히 늘었다. 학교 좋다는 말을 듣고 서울에서 거꾸로 지원하는 학생이 는 것이다. 영어마을은 단순히 대입 성적 올리자는 차원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핵심 자원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고, 이제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파주 영어마을은 3월말에 개관을 한다. 세 번째는 문화다. 관광을 포함한 문화산업이 미래산업이라고 보고, 경기도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문화산업 육성에 집중했다. 실학 박물관, 세종대왕 박물관을 짓고, 각종 공연문화를 활성화한 것도 여기에 속한다. 한류우드는 그 대표 사례다. 외자유치·교육·문화 이 세 가지는 모두 인프라 구축에 속한다. 광명에서 국회의원을 할 때 지하수가 역류하는 걸 보며 인프라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고, 그 후 경기도정의 초점을 무엇보다 탄탄한 인프라 구축에 맞추고 있다.

경기도 북부와 남부간 격차가 여전히 크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그동안 세입 대비 두 배를 경기 북부에 투자했다. 특히 킨텍스(한국국제전시장), 영어마을, LG 필립스 LCD 단지 등 전략적 사업에 지원을 많이 했고, 그에 앞서 자유로 인터체인지를 만드는 데만 경기도가 8백억원을 들였다. 교통망 등 접근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이를 중심으로 산업단지가 뻗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킨텍스는 개장 반년 만에 예약률이 50%를 넘었고, 이를 중심으로 파주 영어마을, 출판단지 등이 조성되고 있다. 이런 전략적 투자를 통해 균형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경기도를 남도 북도로 나누는 것은 여전히 반대하는가?
국내적으로만 보면 경기도가 너무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상해권·북경권, 일본 동경권, 대만, 홍콩 등 세계 유수의 도시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각에서 보면 결코 크지 않다. 최고 기술과 함께 기본적인 소비시장을 갖추고 있어야 첨단 기업도 유치할 수 있고 경쟁력이 생긴다. 남·북도가 쪼개졌다면 킨텍스나 필립스 단지 유치 등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반도안에서만 아웅다웅할 때가 아니다.

지방의 시각으로 보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외치는 손지사가 이기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지방의 반발은 충분히 이해한다. 최근 부산에 가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이 부산 인구가 준다는 얘기였다. 부산이 한국을 무역대국으로 만든 요충지 아닌가. 그런데도 컨테이너 물동량이 상해에 추월당하고 또 부산 신항 얘기가 나온지가 언제인데 배후 물류단지가 한 평도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이건 국가에서 전략적 집중적 투자를 안 했기 때문이다. 지역은 지역대로 특화산업에 집중투자를 하고,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첨단 산업에 집중 투자를 해야 한다. 수도권을 규제한다고 곧 지방이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도 이런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국가 경영까지 고민하면서 동분서주하고 있는데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가 살 길은 세계를 향한 비전이다. 그런데 국민이 재미있게 보는 것은 그게 아니다. 정치가 연예 비슷하게 되어있고 언론 역시 여기에 더 관심이 많다. 강아지 10마리 분양이 무슨... 그러나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진지하게 고민이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손지사가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지지율이 낮다는 얘긴가?
나는 그렇게 본다. 여론 형성 환경이 그렇다. 황우석 장기바이오센터를 비롯한 광교테크노밸리를 조성하는데 경기도가 직접 투자하는 돈만 3천9백억원이다. 국비는 5백80억원에 불과하다. 경기도가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은 좁게는 경기도의 미래를 위해, 넓게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당장 국민 피부에는 와 닿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국민들이 여론조사에 응하는 자세는, 나를 변명하려는 게 아니라, 사실 긴장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한국이 어디로 가야할지에 대한 본격적인 담론이 형성되는 시기가 되면 국민의 판단 기준도 달라질 것이다. 어차피 내년 6월이면 (대선주자들이) 전부 옷 벗고 나서게 될 것 아닌가.

경기도지사 선거에 다시 나설 가능성은 없는가?
그건 아예 질문에도 쓰지 말아라(웃음).

이번 여론조사를 보면 영향력은 90%가 넘는데, 대선주자감으로는 4위고, 경기도지사감으로는 지지율이 20%대에 불과하다. 어느 쪽으로도 애매한 상황 아닌가?
거꾸로 보면, 영향력은 90%인데 차기 경기도지사 지지율이 20%라는 것은 나머지 70%가 다른 역할을 하라는 소리다. 그리고 경기도지사 다시 하라는 20%는 충정에서 또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애정을 표시한 것이라고 본다.

남은 6개월은 어디에 집중할 생각인가?
다음 도지사가 제대로 일할 기반을 마련해주려고 한다. 가을이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이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다음 민선 4기를 내가 준비해주는 것이다.

한나라당 안에서는 차기 경기도지사 경쟁이 조기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열은 무슨 과열? 5월 중순이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데, 불과 5개월 밖에 안 남았다. 경기도가 얼마나 큰가. 나는 경기도지사를 하기 위해 몇 년을 준비했고, 6개월 전부터는 경기도를 다 다니면서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했다. 그래야 당선되면 곧바로 업무에 들어갈 수 있다.

차기 경기도지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도지사나 국가 지도자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마인드다. 우리 위치를, 역사적이고 세계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파악하는 자질이 필수적이다. 이른바 ‘선장론’이라고나 할까. 해양대를 나와 선장을 하는 친구가 말하기를, 선장의 역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배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야 목적지로 가는 방향을 설정하고 암초나 장애물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기도가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역사적 흐름 안에서, 글로벌 커뮤니티 안에서 잘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경기도는 소대한민국이기 때문에 안보·국방에 대한 분명한 자기 인식도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군의 절반 이상, 주한미군까지 합하면 화력의 70~80%가 경기도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경기도가 어떤 역할을 할지도 능동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경기도가 왜 평화축전을 열고, 자유로 확장 공사에 돈을 들이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당 일각에서는 거물급 영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입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잠재적 후보군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고, 단순한 인기 차원의 명성만 가지고는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는다. 영입론은 포퓰리즘에 근거를 두고 있다. 어떻게 하면 쉽게 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인데, 한국 정치사에서 영입이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나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손학규도 5년 전에는 과연 경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현재 당내 잠재 후보들의 부정적인 면만 보면 아쉬움이 있을 테지만, 자기 연마를 하면 잠재력은 다 가지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가진 자원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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