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사이언스>의 빛과 그늘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5.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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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막강한 양대 과학 학술지…의도적 조작 논문 검증 어려워

 
“텔레비전 방송의 검증 결과는 줄기세포 복제 성공 여부에 의문을 던진다”(<네이처> 온라인) “아직 논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증거는 없다”(<사이언스>, 나우데일리뉴스). 황우석 교수 파문이 국제 학술계로 번지고 있다. 지난 12월6일 세계 과학학술지의 양대 산맥인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각각 홈페이지 뉴스를 통해 황우석 교수 파문을 언급했다. 하지만 내용은 달랐다. <네이처>가 황우석 교수의 논문 재검증을 촉구하고 나선 데 반해, <사이언스>는 논문의 진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2005년은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한국사회를 뒤흔든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학술지들이 한 번씩 입을 열 때마다 황우석 교수 지지자와 비판자들은 귀를 쫑긋 세워야만 했다. 한국 과학계가 침묵을 지키는 동안, 정작 심판자 노릇을 할 집단이 국내에 없었기 때문이다. 황우석 교수에 대한 두 잡지의 상반된 견해를 두고 잡지 간의 경쟁 구도로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

두 잡지의 경쟁사는 현대 과학의 역사와 같이 한다. <네이처>는 1869년 영국에서, <사이언스>는 1880년 미국에서 창간됐다. 워낙 선발 주자였던 <네이처>의 권위가 더 높았다. 한때 <사이언스>는 잡지 발행이 중단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1900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사이언스>를 인수하면서부터 <사이언스>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특히 2차 대전 이후 자연과학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감에 따라 양강 구도가 굳어지기 시작했다.

유럽과 미국 양대 과학계를 대표하던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과학의 국경이 허물어짐에 따라 지역을 넘나들며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네이처는 1985년 미국 뉴욕에 사무실을 냈고, 사이언스는 1993년 영국 케임브리지에 사무실을 냈다. 학술잡지의 권위는 인용 빈도를 지수로 표현한 영향력지수(임팩트 팩터)로 따진다. 과학기술부가 최근 발간한 국제학술지 홍보자료에 따르면 <네이처>의 영향력지수가 32.18로 31.58의 <사이언스>보다 다소 앞선다. 과기부 기초정책연구과 임영남 사무관은 “두 잡지의 영향력지수 차이는 너무 미미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경쟁이 뜨겁다.

황교수에 대해 두 잡지의 견해가 다른 까닭

황우석 교수는 2004년 2월과 2005년 5월 <사이언스>에 인간 줄기세포 복제 논문을, 2005년 8월 <네이처>에 복제 개 ‘스너피’ 논문을 냈다. 2004년 5월 <네이처>는 난자를 기증한 여성 중에 실험에 참가한 연구원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의혹에 대해 황교수가 1년 반 동안 부인하다 올해 11월에야 이를 시인했다. 이 스캔들은  <네이처>가 황우석 교수를 불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황우석 교수의 2005년 논문 진위 논란 이 불거지면서 <사이언스> 논문 검증에 대한 신뢰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실수였든 고의였든, 사진 조작 논란과 DNA 핑거프린팅 논란(**쪽 기사 참조)에 대해 <사이언스>가 지난 5개월 동안 전혀 자체 검증을 하지 못했다. 황우석 교수의 최측근인 이병천 교수(서울대·수의학)는 “<사이언스> 검증 시스템을 운운하는 것은 국가적 이미지 훼손에 속한다”라며 의심 자체를 봉쇄했다. 하지만 로버트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은 12월5일 코리아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사이언스>는 그들이 선호하는 논문을 띄우기 위해 동료들의 리뷰를 왜곡하기로 유명하다”라고 말했다. <네이처>지의 비상임심사위원이기도 한 한국과학기술원의 유 룡 교수도 “<네이처>나 <사이언스> 리뷰진은 논문 자체에 논리적인 모순이 있는지만 따진다. 원자료 자체에 속임수가 있다면 판별해 낼 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과학계 일각에서는 한국인들이 지나치게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노벨상을 배출한 논문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리학은 <피지컬 리뷰 레터즈>, 화학은 <잭스>, 생명공학은 <셀> 등이 권위지로 꼽힌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 과학자들은 <네이처>에 29건, <사이언스>에 19건, <셀>에 7건의 논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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