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표심’을 잡아라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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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2표제, GT계열에 유리…DY계보다 선택 폭 휠씬 넓어
 
지난 2005년 4월2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막 끝난 직후였다. 여당의 한 전략가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전당대회 당일 연설 내내 김원웅 후보가 자신의 땅 문제를 다룬 조선일보와 맞서 싸우겠다고 역설하면서 개혁파 대의원들의 호응을 얻었는데, 이때 김두관 후보로 갈 두 번째 표심이 김원웅 후보에게로 많이 이동해 안정권으로 평가받았던 김두관 후보가 낙선했다는 분석이었다. 전당대회 당일, 두 번째 표심이 마술을 부린 셈이다.

대의원 한 사람에게 후보 두 명을 선택하게 하는 1인2표제는 이처럼 매우 복잡한 정치적 함수를 만든다. 지난해 12월26일 열린우리당 중앙위원회에서 1인1표제냐, 1인2표제냐를 두고 논란을 벌인 것도 각 진영의 유·불리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결론은 현행 1인2표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났다.    

1인2표제는 상대적으로 GT 계열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로 대의원들의 당심(黨心)을 들 수 있다. 두 진영은 외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대의원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두 진영의 지지기반이 차이가 있는데도 1, 2순위 지지도에서 서로 밀접하게 교차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순위에 DY를 찍는 사람이 2순위에 GT를, 1순위에 GT를 찍는 사람이 2순위에 DY를 선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결국 대의원들이 전당대회 이후에 두 사람 가운데 누구 하나 낙마하지 않고 함께 당을 이끌어가기를 바란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의원 사이에 ‘동반주자론’이 힘을 얻는다면 1순위 표에서 밀리는 GT가 2순위 투표에서 만회하는 것이 가능하다. 두 진영은 1인2표제를 전제로 한 대의원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대체로 6(DY):4(GT)로 나타난다고 전하고 있다.

두 번째는 DY에 비해 GT가 선택할 수 있는 구도가 훨씬 다양하다는 점이다. 1번 표에 비해 2번 표는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크다. GT계가 지역별·후보별로 연대해 유리한 구도를 만들 선택지가 넓다. 그동안 재야파(GT계)는 기간당원제, 1인2표제 등 쟁점이 생길 때마다 참여정치실천연대(이하 참정연)와 대체적으로 의견을 함께했다. 지난해 4월 전당대회 때에도 재야파는 참정연이 지지했던 김두관 후보와 연대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시민 의원이 속한 참정연은 지난해 4월 전당대회 때와 달리 김두관 후보로 단일 후보를 낸다면 상당한 지지세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GT계의 고민은 혹시 DY계가 2순위 표에서 GT를 배제하는 전술을 쓰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1인2표제를 통해 지역별·후보별 연대를 한다고 하더라도 1순위 표를 많이 가지고 있는 DY계에서 배제 투표를 한다면 격차를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남 딜레마’에 발목 잡힌 DY

이에 비해 DY계는 1인2표제에서 합종연횡을 하는 데 제한적이다. 친노 직계인 의정연구센터가 지지를 표명한, 경남지사 출신인 김혁규 의원과 연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영남 쪽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DY계로서는 ‘영남 딜레마’가 생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김혁규 의원과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는 영남권 차기 주자를 놓고 경합하고 있다. 영남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각기 지지층 성향을 달리 하는 이 두 사람이 후보로 나선다면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김의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명직 상임중앙위원을 두 차례 했던 김혁규 의원이든, 지난 전당대회에서 낙선했던 김두관 특보이든 이번에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곤란한 지경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절박한 형편이다. 이 때문에 DY가 누구의 한 손을 들어주기가 고민스러운 것이다.

한편 신40대 기수론을 내세우는 재선 그룹들은 1인2표제를 지지율을 상승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기고 있다. 어떤 후보와 어떻게 전략적으로 연대할지가 관건이다. 40대 재선 그룹 가운데 김부겸·김영춘·이종걸·임종석·조배숙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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