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난소에서 떼어낸 난자 100개 이상 썼다
  • 오윤현 · 안은주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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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팀이 한양대 의대에서 제공받은 난자의 주인이 누구인지, 환자 동의를 받고 적출한 것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이언스> ‘논문 조작 사건’이 생명 윤리 문제로 번지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생명윤리위)는 12월29일 간담회를 연 뒤, 황우석 교수 팀의 난자 취득 과정에 ‘잠재적인 문제점이 많다’고 밝혔다. 생명윤리위는 난자 채취 과정에서 제공자에게 부작용이나 사용처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등,  생명 윤리를 어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서울대 조사위원회(조사위)는 황교수 팀이 사용한 난자가 논문에 제시된 숫자보다 훨씬 더 많다고 발표했다.
 황교수 팀의 주장과 다른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황교수는 2005년 5월 <사이언스> 논문을 발표할 때 ‘18명의 여성에게서 1백85개 난자를 제공받아 연구에 사용’했다고 보고했다. 2004년에도 그는 논문에 ‘10명의 여성에게서 2백42개 난자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2004년 말까지 65명의 여성으로부터 9백 개가 넘는 난자를 채취해 제공했다고 말했고, 장상식 한나산부인과 원장은 “황교수 연구실의 오염 사고(2005년 1월9일) 이후 2백 개 이상의 실험용 난자를 제공했다”라고 밝혔다(SBS 인터뷰).

 난자를 제공한 것은 미즈메디와 한나산부인과만이 아니다. 한양대 의대에서도 황교수 팀에게 최소한 100개 이상의 난자를 제공했다. 생명윤리위의 한 관계자는 “올해만 해도 한양대에서 적출된 난소에서 빼낸 난자가 100개 이상 황교수 팀에 제공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누구에게서 적출한 것인지, 환자의 동의를 받은 것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황우석 교수도 몇 년 전 그같은 시험 재료를 제공받은 사실을 간접 시인한 적이 있었다.  한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양대) 황△△ 교수에게 적출 난소의 난자를 제공받아서 실험을 했는데, 신선하지 않아서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한양대 의대에서 황교수 팀에 난소 적출 난자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공동 저자인 황아무개 교수(한양대 의대)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었다. 황교수는 기자에게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을 준비할 때, 적출된 난소에서 채취한 난자 20개 정도를 황교수 팀에 연습용으로 제공했다. 물론 환자의 동의를 받은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적출 난소 난자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또 다른 황아무개 교수는 며칠째 연구실에 나오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아 사실 확인을 하지 못했다. 

불법으로 난소 적출했을 가능성 있어

 난소 적출은 보통 난소암이나 난소에 종양이 있는 40, 50대 여성에게서 이루어진다.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암 같은 치명적인 종양이 아닌 경우에는 가급적 적출하지 않는다. 적출된 난소에는 (여성의 나이가 많더라도) 여러 개의 난자(미성숙 난자)가 들어 있다. 난소와 채취한 난자는 환자의 동의 없이 외부로 반출할 수 없다. 

 
적출물 처리법에 따르면, 사람의 적출물은 소각하거나 병리 검사에만 쓸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의 동의 없이 난소 조직을 떼어내거나, 그것을 임의로 외부에 반출하면 불법이다. 아직까지 한양대 의대에서 불법으로 적출 난소의 난자를 제공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생명윤리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보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 결과는 한양대의 자체 조사와 생명윤리위의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명백히 밝혀질 것이다.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은 난자 제공뿐만이 아니다. 누가 논문 조작을 했는지, 논문이 거짓으로 드러난 뒤 누가 그 사실을 덮으려 했는지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다. 공동 저자 대부분이 억울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한 교수는 “황당하다. 나도 피해자다”라고 말했다. “판단을 잘못한 것에 대해 벌 을 받으라고 하면 달게 받겠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잘못한 점은 하나도 없다”라고 말했다. 

 윤현수 교수(한양대 의대)도 소속된 기관이나 국가에서 처리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안 만들어졌는지 정말 몰랐다. 미국에서 황교수와 노성일 이사장의 기자회견을 보고서야 알았다”라고 말했다. 자신은 논문 조작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황우석 교수나 강성근 교수 등도 억울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동안 그들이 보여준 행동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논문 조작에 직접 관여한 사람은 적어도 ‘나도 피해자’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황우석 교수(53)와 강성근 교수가 대표 인물이다. 황우석 교수는 난치병 환자를 볼모로 논문 조작 사건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그가 논문 조작과 관련해 어떻게 행동해 왔는지는 이미 알려진 대로다. 줄기세포가 바꿔치기당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해 놓은 상태여서, 그의 사과나 변명은 수사가 종결되는 시점에나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한 교수는 “황교수의 임무는 2004년 복제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었을 때 끝났어야 한다. 그런데 더 욕심 부리다가 헛돈만 쓰고, 다른 사람에게 해까지 입히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강성근 교수(36)는 2002년부터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참여해왔다. 3년 남짓 그는 황교수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논문 조작에도 황교수만큼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황교수가 김선종 연구원에게 데이터 조작을 지시할 때 곁에 있었으며,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었던 지난 12월 중순에도 기자에게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11개가 다 있다”라고 항변했다. 누구보다 줄기세포의 존재 유무를 잘 아는 그가, 왜 끝까지 줄기세포가 있다고 우겼는지 알 수 없다. 얼마 전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황교수가 그를 ‘희생양 삼아’ 재기하려 들지 모른다고 말했다.  

안규리·이병천·윤현수, 조작 은폐에 가담

 권대기 연구원(27) 역시 논문 조작에 깊이 관여한 흔적이 많다. 우선 그는 줄기세포 연구팀장으로서 줄기세포를 만들어 전달하고, 그것을 배양하는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줄기세포 존재 유무를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김선종 연구원에게 조작된 줄기세포를 건넨 것도 그였다. 논문 조작을 덮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조사위 조사에 착실히 응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김선종 연구원(34)은 누구보다 억울할지 모른다. 교수의 지시로 줄기세포 사진을 조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는 논문 조작에 깊이 개입하고 말았다. 만약 용기와 양심이 있었다면 황교수가 데이터 조작을 지시했을 때 거부하거나, 일찍 그 사실을 공개했어야 한다. 그 시기를 놓침으로써 학문적으로 ‘사형 선고’를 받게 되었다.     

 황우석·강성근 교수와 권대기 연구원 등은 거짓 논문을 가리는 데도,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반면 안규리·이병천·윤현수 교수 등은 거짓 논문을 덮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병천 교수(40)는 체세포 복제 송아지 영롱이(1999년)를 만들고, 광우병 내성 소를 복제(2003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복제 개 스너피를 만들어 일약 유명한 과학자가 되었다. 그러나 <사이언스> 조작 논문에 세 번째 이름을 올리고, 이번 사태를 덮는 과정에서 중요 역할을 함으로써 무거운 처벌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안규리 교수(50) 역시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조작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도 논문의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난 뒤, 사과 대신 ‘은폐’에 가담했다. YTN 기자와 미국 피츠버그로 날아가 김선종 연구원으로 하여금 <PD수첩> 팀에게 한 증언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번복 증언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황교수가 준 것으로 알려진 돈도 건넸다. 위로금이라고 변명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뒤늦게(12월29일 평화방송에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죄했다.

 윤현수 교수(46)는 논문의 진위 논란이 일 때, <PD수첩> 팀에게 자신이 11개 줄기세포의 테라토마 검사를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 뒤 미국으로 건너가 김선종 연구원에게 돈을 건넸으며, 조사위 조사가 끝난 뒤에는 “줄기세포가 뒤바뀌었다면 서울대 수의대 연구원들이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황교수 팀에게 등을 돌렸다. 그는 기자에게 “나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때 한양대에서 있었다”라며, 자신이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했다는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논문 조작에 관여했거나 그것을 덮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은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도 공동 저자들의 처벌 문제를 놓고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생명과학도들은 ‘단 한 명도 남기지 말고 처벌하라’고 말하는가 하면 또 다른 생명과학도들은 조작에 관여하지 않은 공동 저자들에 대해서는 선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판단은 조사위나 생명윤리위에서 해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징계하든 ‘억울하다’는 소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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