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위한 눈물
  • 박홍규(영남대 교수, 법학) ()
  • 승인 2006.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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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배울 만한 스승은커녕 어른다운 어른조차 거의 없는 이 시대, 황우석 교수 사건에 대해 김수환 추기경이 흘린 눈물은 그 사건을 둘러싼 사막의 광풍 속에서 유일한 감동으로 비춰졌다. 추기경은 눈물을 흘리며 세계에 부끄럽다고, 과학자가 연구실에서 연구는 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이 이상했다고, 가톨릭은 배아줄기세포에 반대했다고 했다.

과학의 국치라고도 한 논문 날조 때문에 세계에 부끄럽기 전에 나는 스스로 부끄러웠다. 어제까지 황교수를 ‘국민 영웅’으로 섬기다가 별안간 ‘국민 사기꾼’으로 몰아간 일부 광기의 언론이 새삼 봉건적인 대학 구조나 ‘빨리빨리’ 등의 졸속 성과주의 국민성을 비판하기 시작해서가 아니었다. 우리 대학과 국민성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추기경의 지적 이전에 대부분의 연구실에는 연구자가 없었고, 방학을 한 지금 대학은 적막강산이어서 여전히 연구실에서는 연구가 없다.

황교수 사건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런 교수는 과거에도 많았고, 현재도 많으며, 앞으로도 그런 교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그런 사건은 언제나 다시 터질 수 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과학자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학자가 정치적이라고 비판하고, 특히 지난해부터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반신불수의 난치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눈물을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아팠다. 지금도 추기경의 눈물보다 그들의 눈물 때문에 가슴이 시리다.

나는 그런 환자들과 가족들의 고통이 황교수의 연구에 분명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믿는다. 그런 현실적인 필요에서 ‘국민을 위해’ 연구한다는 것이 소위 ‘인위적 실수’(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로 문제가 되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가 정직하지 못한 점에 유감을 갖지만, 지금도 나는 그의 ‘원천 기술’이라는 것이 정말 있기를 성탄과 신년을 빌어 소망한다. 

그의 '원천기술'이라는 것이 정말 있기를…

나는 우리 나라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세계 최고이고 특히 사망률이 세계 최고이며 사망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반신불수라는 치명적 결과를 낳는 우리의 가혹한 현실이 황교수의 연구에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황교수가 장담했듯이 그의 연구가 성공해 반신불수의 환자들이 벌떡 일어선다고 해도, 세계최고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그대로 이어지는 한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자가용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라는 책을 소개하기도 했고, 오랫동안 자가용 없이 자전거를 타며 살았다.  

그 책을 쓴 일리히는 우리가 스스로 움직이고 배우며 병을 고치는 고유한 자율적 능력을 자동차·학교·병원이 마비시켜 그 무한대의 성장이 행복한 생활을 보장한다고 강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주장하는 자율적 능력의 회복이라는 것이 황당무계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반면 민중 스스로 만드는 과학을 믿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가령 나는 7년 전 시골에 들어와서 농사를 지으며 그곳을 쓰레기장으로 만든 폐자재를 치우다가, 그것들을 가지고 내 손으로 혼자서 집을 지은 적이 있다. 물론 그것은 집이라고 하기보다도 움막에 불과한 초라한 것이었으나,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스스로 집을 지어 행복하게 살았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감동했다.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도구와 주변의 환경을 창조하고, 그것을 개선하며 아름답게 만드는 과학은 아름답다. 그것은 시장이나 전문가들에 대한 사람들의 의존을 증대시키지 않고, 나날의 일상 활동의 사용가치를 높이기 위해 행하는 자율적인 탐구행위이다. 나는 그러한 민중에 의한 과학이 과학의 참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황교수 사건이 과학의 참된 모습을 되찾는 계기가 되지 못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고, 이제는 그런 논의가 더욱 많아지기를 새해에 진심으로 기대하며 타락한 과학의 회생을 위해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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