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글쓰기 추구할 계획”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6.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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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서 <창작과비평> 신임 주간

 
백영서 주간(54)은 1978년 계간 <창작과비평>(창비) 편집기자로 입사해 30년 가까이 창비와 함께 한 ‘창비맨’이다. 최근까지 편집위원과 부주간을 지냈다. 그는 ‘창비발 동아시아 담론’의 이론가로, 수년 전부터 최원식 전 주간과 함께 열린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동아시아 연대를 주창해 왔다. 의견 조율 능력이 뛰어나 창비 편집위원들 사이에서 ‘백코디’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문학계 출신이 아니면서 <창작과비평> 주간을 맡게 되었는데.  
처음에 고사하다가 쇄신 차원에서 받아들였다. 약점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문학계 원로인 전임 최원식 선생에 비해 문단의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리베로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번에 문학평론가 진정석씨와 이장욱 씨가 상임편집위원에 들어왔기 때문에 지면에서 문학의 위상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다.

그런 면도 있지만, 새로 상임편집위원이 된 두 사람의 문학적 견해가 민족문학의 보루 역할을 했던 기존 창비의 성향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문학계 일부의 우려도 있다.

두 분의 인선은 창비의 변화를 노린 측면이 크다. 그것이 창비의 고유한 정체성까지 흔든다면 문제겠지만, 나는 괜찮으리라고 본다. 오히려 나는 이장욱 선생이 기존의 창비 분위기에 휩쓸릴까 우려하는 편이다.

문학과 함께 지면의 양대 축을 이루는 사회과학 논문들이 과거에 비해 너무 전문적이어서 잘 읽히지 않는다.
그런 지적이 내부에서도 있었다. 기존 필자들이 제도권에 안착하면서 현실 대응력이 약해진 데 따른 것이다. 그렇다보니 전문 용어를 쓰면서 이론에 기대는 경향이 생겼다. 그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부터 창비 차원에서 새로운 글쓰기를 추구할 계획이다. 우선 논문 길이를 줄이고, 더 중요하게는 현실 문제에 대해 직필하는 글을 실을 생각이다. 이런 것이 창비가 새롭게 지향하는 운동성 회복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백낙청 교수를 뺀 창비는 생각할 수도 없다. 내부에서 ‘창비 편집위원들은 백낙청 해석학 외에 한 게 없다’는 반성이 있었고, 세대교체 이야기도 나왔던 것으로 안다.

백낙청 선생을 떼고 창비 40년 역사를 생각할 수 없다. 약관의 나이에 창간했고 계속 조타수 역할을 했다. 지난해 내부 토론 과정에서 그런 비슷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백낙청이 빠진다고 창비가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문제는 생물학적인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새로운 의제 설정을 하고 대안을 찾는 역할을 하느냐 마느냐이다. 창비 안에서 백선생은 여전히 적극적이고 유능한 편집자라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진보지식인의 네트워크 구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는데.
동아시아 전체의 관점에서 진보세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논의하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동시에 동아시아 각 나라의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시도가 잘 되면 대중문화의 한류와 더불어 고급 담론 수준에서도 한류가 일어나리라고 기대한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부터 온라인으로 창비 동아시아 판을 선보이며, 6월에 국제 학술대회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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