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돈을 다 어디에 썼을까
  • 특별취재팀 ()
  • 승인 2006.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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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가 받은 정부 지원금·기업 후원금 등 수십억원 ‘행방 묘연’

 
국민들이 알고 있던 황우석 교수는 연구밖에 모르는 ‘가난한’ 학자였다. 그는 전셋집에 살면서 인솔하는 연구원들에게 라면만 사줘 ‘라면 황’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또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놓고도 국제특허 출원 비용이 없어 쩔쩔매자 이 소식을 중앙 일간지에서 1면에 보도해 익명의 독지가가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취재해보니 그는 결코 가난한 학자가 아니었다. 살고 있는 곳은 전셋집이지만 경기도 퇴촌면에 시가 100억원 대에 이르는 6만7천여 평의 땅을 소유한 농장주였다. 경기도 화성에 가지고 있던 농장을 지인의 연구소에 무상으로 기증하는 ‘통 큰’ 자선가의 면모도 가지고 있었다(딸린 기사 참조).

황교수는 후원회에 접수된 후원금 33억여원 외에 기업가들로부터 따로 받은 돈도 적잖았다. 또 국가에서 지원하는 연구비 가운데 14억원가량은 연구 책임자인 황교수 몫으로 지급되었다(표 참조). 원래 가지고 있던 재산 외에도 그가 최근 몇 년간 제 돈처럼 맘대로 주무를 수 있었던 돈은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정부 연구비를 보자.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교육인적자원부 등 정부가 황교수팀에 지원한 연구비는 총 5백14억5천6백만원이다. 이 가운데 황교수에게 순수 연구비로 지급한 돈은 총 1백56억5천6백만원이다. 나머지 돈은 건물 건립 등 연구 시설 지원비라고 과학기술부는 주장한다.    

연구 시설에 들어간 돈은 황교수 개인에게 지급될 방법이 없지만, 황교수는 순수 연구비의 일부분을 합법적으로 챙길 수 있었다. 연구 기관(서울대)은 정부에서 순수 연구비를 지원받을 때 연구비의 일부를 간접비 명목으로 떼고, 그 가운데 일부를 책임 연구원(황교수)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간접비는 전기세와 수도세와 같은 일종의 관리비와 연구 기관이 연구자의 연구를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대가로 떼는 돈이다.
 
황교수 “내 맘대로 쓸 연구비 지원해 달라”

서울대와 황교수는 황교수 연구팀에 지급된 정부 지원비 가운데 얼마를 따로 챙겼을까. 서울대 연구 규정에 따라 추산해보면 서울대는 순수 연구비의 15%인 23억4천8백여만원을 간접 비용으로 챙겼다. 황교수가 받은 인센티브는 간접비의 63%인 14억7천9백여만원으로 추산된다. 서울대 연구처 관계자는 “서울대 연구 규정상 서울대가 뗀 간접 비용은 본부 27%, 단과대학 45%, 도서구입 10%, 책임연구원 인센티브 18%로 나뉘어 지급된다. 하지만 황교수의 경우에는 단과대 몫까지 모두 황교수 개인에게 지급되었다”라고 말했다. 정부 연구비를 따온 대가로 황교수는 서울대보다 더 많은 돈(간접 비용의 63%)을 인센티브로 받았다는 이야기다.

인센티브는 황교수 개인이 어떤 용도로 사용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연구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증빙 자료를 첨부하지 못할 경우 종합소득에 포함돼 세금을 내야 한다. 한 연구자는 “인센티브는 연구자 개인 돈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종합소득세가 무서워 일부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개인의 해외 여행 경비를 해외 출장비로 정산하는 등 사적으로 쓴 돈까지 연구 활동비로 바꾸는 일이 종종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금 외에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황교수에게 제공한 돈과 현물도 적지 않다. 경기도는 ‘황우석바이오장기센터’를 건립하려다 논문 조작 사건 후 ‘경기도바이오장기센터’로 이름을 바꾸었다. 포스코는 2004년부터 황교수를 석좌교수로 채용하고, 매년 3억원씩 5년간 지급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10년간 국내외 전 노선 최상위 클래스를 무료로 이용하게 했고, 농협중앙회는 축산 발전 연구 후원 기금으로 10억원을 주었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 기업에서는 영롱이 복제 발표 후 연구비 명목으로 8억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황교수는 여기서 ‘후원금 거두기’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기업체 사장들을 찾아다니며 따로 ‘모금 활동’까지 벌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황교수는 국내 10대 그룹에 드는 한 재벌 회장을 만나 ‘정부가 주는 연구비는 정해진 용도로밖에 쓸 수 없으니 맘대로 쓸 수 있는 연구비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그룹 회장은 황교수에게 10억원을 쾌척했다. 이 그룹 관계자는 “연구 프로젝트를 주면서 연구비를 준 것은 아니고, 워낙 훌륭한 분으로 평가받던 때여서 그냥 순수하게 후원금을 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황교수는 이 돈에 대해 영수증 처리를 해주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시 또 돈을 요구해 그룹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황교수 실험실 기자재·시스템 ‘3류 수준’

일부에서는 황우석 후원회비 역시 황교수의 ‘사금고’처럼 운용되었으므로 이 또한 황우석 개인 재산으로 보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후원회는 황우석 교수를 후원하기 위해 2004년 4월 결성되었고,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모집했다. 일찍부터 황교수와 친분이 있던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이 후원회장을 맡았다. 김회장은 ‘황우석 후원회’를 이끌기 전부터 황교수 농장에 건물을 지어주고, 그에게 수억원의 후원금을 제공했다. 그야말로 물심양면으로 황교수를 지원한 것이다.

황우석 후원회에 2005년 말까지 접수된 후원금은 총 33억3천4백여만원. 이 가운데 18억9천만원이 황교수 연구비, 연구 기자재 구입비, 연구원 복리 후생비 명목 등으로 지출되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용 내역은 후원회 사무국도 알지 못하고 있다. 후원회 사무는 한국과학재단의 유망과학자 후원회 사무국이 과학 지원 차원에서 대행해왔다.

후원회 사무국 홍재훈 사무국장은 “사무국에서는 후원금을 관리하다 황박사측에서 돈을 요청하면 항목별로 지출할 뿐이었지 그 돈이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지 감독하거나 영수증을 받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황박사가 ‘연구비에 필요하니 달라’고 하면 돈을 내줬을 뿐이고,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황교수가 김선종 연구원에게 건넨 돈도 후원회비였다고 알려졌지만, 후원회 사무국에서는 그런 명목으로 지출된 돈은 없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후원금에 대해서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황교수 연구비 문제가 거론 때마다 연구비 회수는 물론 사용 내역과 전용 여부에 대한 조사까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와 민간에서 황교수에게 지원한 돈이 1천억원에 가깝지만, 이미 나간 돈에 대해서는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최석식 과학기술부 차관은 “건물 건립 등 유형 자산에 투자된 돈이야 보다 다양한 연구자들을 위해 활용하면 되지만, 황교수팀에 이미 나간 순수 연구비는 회수가 어려울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2006년에 집행할 예정이었던 예산은 국회에서 모두 삭감되었다. 연구비 전용 문제를 조사해야 할 감사원은 아직 조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서울대 조사위 결과를 지켜본 뒤에 결정하겠다는 태도다. 

서울대에서 조사팀이 처음 꾸려진 뒤 서울대 수의대 실험실에 들어간 조사 위원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한다. 엄청난 연구비를 쏟아붓고 화려하게 조명받던 이의 실험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보잘 것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대 한 교수는 “황교수 실험실을 처음 본 조사 위원들은 실험 기자재는 물론 시스템이 연구비 한 푼 못받는 대학의 실험실 수준이라고 평가했다”라고 전했다. 황교수는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쓴 것일까. 그 궁금증은 검찰수사나 감사원 조사에서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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