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혁명, 예고편은 끝났다
  • 나 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원장) ()
  • 승인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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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2006 인터내셔널 CES에서 디지털 컨버전스 ‘본격 개화’
 
21세기의 첫 10년은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이미 예견되었다. 그 변화의 주역 중 하나가 디지털(Digital)이다. 디지털 기술로 인하여 지난 몇 년간 우리의 삶은 이미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휴대전화·인터넷·디지털 카메라·MP3 플레이어·DVD·USB. 디지털 기술로 우리는 이미 24시간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 세상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세계는 이미 작은 마을(지구촌)이 되었다.

따라서 마을 내에서의 자유로운 교류 및 이동에 따른 유니버설화는 더욱 가속될 것이다. 나이·거주 지역·성별·교육 수준 등 전통적 기준에 의한 시장 구분은 이제 그 의미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느냐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같은 40대라도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면 10대와도 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80대와 다를 바 없다. 하루가 멀게 쏟아지는 새로운 디지털 제품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고르는 지혜가 생활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지난 1월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 제품 무역 전시회인 2006 인터내셔널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소비자 전자 제품 쇼)가 열렸다. CES는 1967년 뉴욕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디지털 제품 및 기술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세계적 가전 제품 전시회로 자리잡았다. 1970년에는 최초로 VCR이 소개되기도 했다. 올해 이 전시회를 통해 나타난 디지털 제품들의 트렌드를 살펴보자. (참조: www.cesweb.org)

올해에는 50여 국가에서 2천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하여 라이프 스타일에 영향을 줄 IT(정보기술) 이동통신·무선·홈 네트워크·디지털 오디오와 비디오 등 다양한 가전 제품들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사 빌 게이츠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본격적 ‘Digital Decade’ 진입을 선언하면서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 4~5년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을 예고했다. 특히 디지털 제품들이 인간의 삶(Life)과 일(Work)에 편리한 수단이 되기 위하여 ‘사용자 중심’을 강조했다. 또한 ‘더욱 간단하고 그리고 더욱 효과적인’ 소프트웨어의 등장을 선언했다.

전자잉크·‘게임+헬스’ 기계 등 눈길

빌 게이츠가 예고한 많은 변화란 무엇일까. 먼저, 디지털 TV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컨버전스(Convergence:복·융합화) 현상이다. 즉, 디지털 TV에 여러 기능을 부가한 새로운 제품들의 등장이다. LG전자는 생방송 중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하는 동안 녹화를 할 수 있는 타임머신 기능을 단 PDP TV와 LCD TV를 부각시켰다. 삼성전자는 MP3 기능을 탑재한 LCD TV와 획기적으로 수명을 늘린 LED 램프를 장착한 DLP 프로젝션 TV를 선보였다.

또한 인텔에서도 무선랜을 통해 컴퓨터(그리고 인터넷)와 연결해 리모컨으로 컴퓨터에 저장된 영화나 음악, 그리고 다양한 인터넷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텔레비전을 내놓았다.

컨버전스 현상과 함께 나타난 두드러진 흐름은 텔레비전의 대형화이다. 삼성전자는 102인치 PDP TV와 82인치 LCD TV를, LG전자도 102인치 PDP TV와 50인치 무선 PDP TV를 야심작으로 출품했다. 이에 질세라 일본의 소니·파나소닉·도시바도 한국 제품들과 견줄 만한 대형 텔레비전을 내놓았다. 디지털 TV의 대형화는 홈 엔터테인먼트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e잉크(Electronic Ink)를 사용한 제품들의 등장도 주목거리였다. e잉크는 사람의 머리카락 직경 크기의 아주 작은 캡슐에 든 수백만개의 흑백 입자를 활용하는 첨단 기술이다. 이 캡슐에 전기장을 가하여 흑백 입자의 위치를 전환함으로써 글자나 그림을 표시할 수 있다. e잉크는 소비 전력이 기존 LCD의 100분의 1에 불과하고, 태양광 아래에서도 볼 수 있어 차세대 전자 종이로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eBook 시대를 활짝 열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소니는 eBook 리더(SONY Reader)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e잉크용 6인치 스크린에 80권 분량의 eBook을 저장할 수 있다. MP3 기능은 물론 무려 7천5백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배터리가 있다. 필립스는 레디우스(Readius)라 불리는 두루말이 방식(Rollable Display) 디스플레이 제품을 전시했다. 이 제품은 5인치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7.5mm 튜브 안에 말아 넣을 수 있다.

이런 제품들의 등장으로 종이 없는 eBook이 현실로 한 걸음 다가왔다. 책가방 없이 PDA 하나 달랑 들고 학교에 가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파워그리드 피트니스(Powergrid Fitness Inc. www.pwrgrid.com)사는 게이머들을 위한 엑서-스테이션(Exer-station)이란 제품을 출품했다. 이 제품은 약 1m 길이의 조이스틱을 PS2, X-Box 등 게임기에 연결해 사용하면서 근육 운동도 할 수 있으며 게이머의 동작을 통해 건강 상태를 인식할 수도 있다. 즉, 게임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는 컨버전스 제품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가속되어 가는 디지털 컨버전스는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기회이다. 디지털 컨버전스의 정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존재하는 그 무엇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그 무엇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한다. 불특정한 그 무엇을 지칭하는 ‘거시기’란 단어로 의사소통이 충분히 가능한 민족은 전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거시기’로 세계를 한번 놀라게 할 날을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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