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표에 대한 감정 버리겠다”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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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재오 신임 원내대표 인터뷰/“당대표와 의견 일치 이룰 것”

 
“박근혜 대표를 돕겠다.” 한나라당 이재오 신임 원내대표는 경선 기간 이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김무성 의원을 22표 차로 따돌리고, 원내대표에 당선한 그는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도 “반박(反朴) 딱지를 떼어달라.”라며, 당내에서 그에 대해 틀 지어진 이미지를 벗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대표적인 비주류 강경파에다 반박 선봉장으로 통한다. 박근혜 대표와 악연의 뿌리도 깊다. 이의원은 유신 시절 세 차례 투옥당했는데, 이 가운데 한 번은 박근혜와 관련이 있었다. 1979년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 사무국장이었던 그는, 당시 안동댐에 세워진 ‘박정희 대통령 따님이신 박근혜님, 이 댐에 물고기를 방류했다’는 방생비를 보고 “이것이 바로 유신 독재의 실체이다”라고 한 강연회에서 비난했다가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그런 결기가 남았는지, 그는 시시때때로 박대표와 정면충돌했다. 2004년, 그는 “독재자의 딸에게 당을 맡길 수 없다”라며 박대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지난해 3월에는 박대표가 여당과 행정복합도시 특별법에 합의하자, 반대하는 의원들을 이끌고 원내 대표실을 점거했다. 그리고 10개월 후, 그는 원내대표에 당선해 그 원내대표실을 접수했다. 지난 1월12일 그를 원내대표실에서 만났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축하 전화를 받고 난 뒤, 그는 인터뷰에 응했다.

예상 밖의 큰 표 차로 당선했다.  
친박·반박 구도보다는 어려운 시기에 누가 원내를 이끄는 것이 적합한지 인물에 초점을 맞춘 결과 같다. 박근혜·이명박 대리전 결과는 아니다.

당 안팎에서는 대리전으로 본다.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대표가 임명한 사무총장이고, 나는 이명박 시장 선대본부장을 역임했다. 그런 관계 때문에 대리전으로 본 것 같은데, 당을 계파 중심으로 이끌면 안 된다. 대선이 앞으로 2년이나 남았는데,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도록 공정하게 당을, 그리고 원내를 이끌어야 한다.

서울시장후보에서 원내대표로 방향을 틀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고민도 많이 했다. 당내에서 누구보다 내가 서울시장 경선 준비를 오래 했다. 하지만 당이 어렵다는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

 
박근혜 대표에게 러닝메이트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박대표 쪽에서 반응이 있었나?
박대표는 자신은 중립인데, 어떻게 추천하겠느냐는 답을 해왔다.

그런데 러닝메이트를 정하면서 주류 쪽 견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 사실인가?
다 지나간 이야기다.(웃음) 이방호 정책위 의장은 훌륭한 분이다. 내가 수도권 의원이어서 영남 보수층에서 정책을 맡아주기를 바랐다. 내가 개혁적이니까, 보수적인 사람도 있어야 한나라당 정책에 균형이 잡힌다. 그런 면에서 이방호 의원은 정책위 의장으로 적임자였다.

일부에서는 좌우 합작이라면서 호흡이 맞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내가 원내 총무일 할 때, 이방호 의원이 원내 부총무를 했다. 호흡이 잘 맞는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콤비 플레이가 잘될 것이다.

지난해 행정복합도시 특별법을 두고 박대표와 의견이 갈렸다
지금도 나는 반대 입장이다. 헌재 판결은 존중하지만, 정치적 소신은 변함이 없다. 박근혜 대표가 찬성한 것도 박대표의 소신이다. 그것은 소신의 차이이고, 견해의 차이이다. 조율할 사항이 아니다.

앞으로 박대표와 그런 소신의 차이가 있지 않겠는가?
그때는 당직이 없는 의원이었다. 지금은 원내대표라는 무거운 책임을 맡았다. 박근혜 대표와 의견이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조율하겠다.

나름대로 소신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이견이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이견이 있지만, 그것을 대화와 양보, 존경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원대대표와 당대표가 의견의 일치가 안 되면,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하겠는가. 박근혜 대표는 한나라당의 얼굴이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40%를 웃도는 것도 박대표의 공이 크다. 그런 부분은 존중하겠다. 당직을 맡았으니 당을 위해서 일하겠다. 개인에 대한 감정은 버리겠다.

사립학교법에 대한 투쟁 방식을 두고서도 박근혜 대표와 다르지 않나?
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으니 재개정을 하는 것이 맞다. 박대표도 같은 입장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재개정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장외투쟁을 사학법뿐 아니라, 노무현 정권 실정에 대한 투쟁으로 확대하고, 여당과 물밑 협상을 통해 사학법 재개정을 이끌어 내야 한다. 1월24일 여당의 새 원내대표가 뽑히면 물밑 접촉을 시도할 것이다. 한나라당 안을 만들기 위해서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고, 거기서 재개정안을 마련하겠다.

박근혜 대표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체제와 이념의 문제로 접근한다. 동의하는가?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 아닌가.

개방형 이사제가 도입되면 전교조가 학교를 접수한다는 박대표의 주장에 동의하는가?
당직자로서 거기에 대한 답변은 부적절한 것 같다.

그럼 개인의 입장에서 박대표 주장에 동의하는가?
내 개인의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경선 과정에서 당내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우선 당내에서는 활발한 의사 개진이 보장되어야 한다. 당 안의 크고 작은 의견 차이를 소통을 통해 합의하지 못하고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가? 의견을 다양하게 표출하게 하되, 합의된 의견은 따르게 하겠다.

이번 사립학교법 투쟁을 이끄는 과정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상실되었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시장 경선을 준비하느라 당내 문제에는 신경을 못 썼다. 결정 과정은 모르겠다. 장외투쟁안은 당론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

임기를 7월로 못박았다.
7월이면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열린다. 박근혜 대표가 물러날 것이다. 그러면 박대표와 같이했던 지도부도 함께 사퇴하는 것이 맞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7월 전당대회 때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선이 있다
서울시장에서 원내대표로 방향을 튼 것도 내가 당권을 잡으려고 한다고 비판하던데.(웃음) 개인의 문제는 그때 가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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