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은 기축통화 ‘막강 지원군’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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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차 대전 승리 후 경제 패권 차지…무역적자 커도 ‘달러의 힘’ 불변
 
미국은 영화·금융·정보기술(IT) 산업을 뺀 거의 모든 업종의 생산 기반을 잃었다. 자동차 산업의 패권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일본 도요타와 혼다로 넘어갔다. 미국이 안고 있는 무역수지 누적치는 3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세계 경제를 책임진 나라의 경제 치고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왜 달러를 대체할 화폐가 아직 출현하지 않는 것일까. 기축통화의 교체가 경제 논리로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교역의 기준이 되는 기축통화는 단지 경제력에 국한하지 않는다. 인구·군사력·문화 수준을 비롯해 한 국가가 보유한 총체적 국력에 의해 결정된다. 국력을 이루는 세부 요소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군사력이다. 미국은 두 차례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끌어 1944년 세계 최강국 깃발을 꽂았고, 자국 통화인 달러를 기축통화라는 지위로 올릴 수 있었다.

미국은 세계 2~9위 국가의 군사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군사비를 쓰면서 세계 최강의 군대를 세계 곳곳에 포진시키고 있다. 미국에 반기를 든 국가들은 온전하기 어렵다. 국제연합(UN)을 비롯한 국제 기구의 평화안 결의가 무시되며 반전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나라가 미국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인류 전체의 공동선보다 미국 이익만을 추구하고 무력을 동원하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여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저서 <세계 경제의 그림자, 미국>에서 ‘21세기 들어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고 세계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지난 2백 년 동안 몰아냈던 폭력·강압·착취·불공정을 미국 이외 국가에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전세계 국가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무력 행사를 고집하는 것은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는 지위를 잃지 않을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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