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한 장악 위해 팍팍 쓴다
  • 남문희 전문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6.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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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달러 대북 지원 프로젝트의 실체 / 유전 개발 등에 쏟아부어

 
“날이 풀리면 철도를 이용해 북한에 가고 싶다.” 노구를 무릅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북·중 관계 흐름에 밝은 관계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관계 당국의 확인 결과, 경의선 북측 구간은 ‘속도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4월까지 개통도 어렵다.
따라서 그의 발언의 이면에는 뭔가 다른 메시지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즉 재임 기간 자신이 터를 닦았던 ‘철의 실크로드 구상’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일 수도 있다.

그의 우려대로, 경의선 북쪽 구간에 대한 주도권이 이미 중국에 넘어갔음이 최근 확인되었다. 중국은 이미 신의주에서 평양, 그리고 개성을 잇는 경의선 북쪽 구간에 대한 복선화 및 현대화 사업을 위하여 10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고, 지난해 후진타오 주석의 평양 방문을 전후해 북측과도 이미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이 주도하는 신의주 개발은 바로 경의선 복선화 및 현대화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즉 철도를 현대화하면서 그 주변 지역인 신의주 일대까지 같이 개발한다는 논리이다. 철도와 지역 개발을 연계하는 이 방식은 바로 지난 1930년대 ‘만선일여(滿鮮一如)’를 외치며 신의주·나진 등 한반도 북부와 만주를 하나로 묶어 개발했던 일제의 남만주철도주식회사(만철) 수법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이 경우 경의선과 연결하는 중국측 ‘만선일여’ 프로젝트의 핵심이 바로 지난 2004년 11월 중국 국무원 철도부가 타당성 조사를 끝낸 ‘둥볜다오(東邊道) 철도’ 프로젝트이다. 2008년 개통을 목표로 압록강변을 따라 동북 3성을 연결하는 이 구상에는 동북 개발을 넘어서는 흑막이 숨겨져 있다. 이 대규모 역사에, 중국의 귀주성이나 사천성 같은 내륙 지역의 유휴 인력을 대거 투입하고 이들을 정착시킴으로써 이 지역 일대 조선족 사회를 대체해 나가겠다는 속셈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동북 3성을 한족 중심으로 확고히 틀어쥠과 동시에 이를 경의선과 연결해, 평양권까지 장악해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둥볜다오 철도에 책정한 예산 역시 10억 달러이다.

지하자원·유통·건설 분야에 20억 달러 투자

이 모든 계획이 바로 지난 2004년 12월 중국 공산당 산하 연구소들이 극비리에 작성한 ‘대조선 정책’에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당시 책정한 50억 달러 중 나머지 30억 달러의 용처는 무엇인가. 지난해 10월 후진타오 주석 방북 당시 일본 교도통신은 중국이 20억 달러 상당의 대북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바로 이 20억 달러가 여기에 포함된다. 주로 북한의 지하자원·유통·건설 분야에 집중 투자될 계획이다. 북한 장악을 위해어떤 분야가 필요한지 사전에 치밀한 조사를 거친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나머지 10억 달러는? 최근 확인된 바에 의하면, 이 10억 달러가 바로 북한 서한만 유전개발에 충당될 자금이다. 북·중 양국이 유전 공동 개발을 발표한 시점은 2005년 12월24일이다. 그런데 그 1년 전인 2004년 12월에 이미 중국은 유전 개발용으로 10억 달러 예산을 책정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나. 북한의 대규모 유전을 확인한 중국이 이를 장악하기 위해 대규모 대북 지원 프로젝트를 입안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유전의 존재는 김위원장에게 자신감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을 수 있다. 그토록 반대했던 중국의 위탁 개발을 이 시점에 수용하기로 한 것도 이런 자신감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민족의 공동 자산을 눈앞에서 놓친 현 정부의 무능과 무경륜을 되새기게 하는 뼈아픈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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