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시술했다”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6.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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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일 이사장 인터뷰/“한경춘씨에게 1억 보낸 것, 내 인생의 가장 큰 실수”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1월31일부터 2월2일까지 총 다섯 차례의 전화통화와 한 차례의 면담을 통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취재 자체에 대해 매우 신경질적이고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법대로 할 테니 마음대로 써라”라고 말하던 노이사장은 2월2일 밤 <시사저널> 편집국으로 전화를 걸어와 약 2시간에 걸쳐 질문에 상세히 답변했다(편집자주).


황우석 교수는 노이사장이 추진하는 판교 프로젝트에 자기가 협조해주지 않아 결별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
황박사로서는 그렇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니다. 황교수는 경기도에 바이오단지를 세우니 뭐니 해서 잘 알려져 있었고 손학규 경기지사와도 친했다. 황박사와 같이 할 수는 없나 해서 말은 건넸지만 일이 어렵게 된 것이다. 그래서 황박사를 끼지 않고 내 투자받아 달라고 접근하니까 손지사측에서 거절했다. 그런데 지금 황우석 지지자들은 내가 마치 메디포스트와 짜고 황우석을 죽이기 위해 판교 프로젝트를 이용한 것처럼 악의적 댓글을 올리고 있다. 나는 황우석측에서 이렇게 흘리는 것이라고 본다.

지난해 6월 하순 노이사장이 환자인 메구 사장을 만나 황우석에 관해 나쁜 ××라고 분개하며 가만두지 않겠다고 털어놓았다던데 그때 결별을 결심한 것 아닌가.
나쁜 인간이라고 분개한 것은 맞지만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줄기세포 특허 지분 40%를 나한테 주고 60%는 서울대에서 가져가는 것으로 들었는데 그 무렵 황박사 쪽 변리사가 찾아와 서울대 지분 60% 중에 50~70%도 황박사 몫이라고 했다. 나로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서 그날 황박사를 만나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따졌더니 모르는 일이며 오히려 자기를 모욕한다고 공격했다. 그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나는 지분이 탐나서라기보다 황박사가 나를 속여왔다는 것에 분개했다. 40%도 황우석·문신용·나 셋이서 각각 13%를 나누는데 황우석만 전체 60%를 가져가는 셈이니 그 욕심과 국민 기만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어서 메구 씨를 만나 얘기한 것이다. 그때 결별하겠다는 뜻은 아니었고, 훗날 논문조작이 드러난 뒤 결별을 결심했다. 황우석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은 지금 다 드러나지 않았는가. 

 노이사장의 비망록을 보면 손학규 지사를 움직여 판교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했던데.
경기도에서 IT 단지를 손지사가 결정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서 만나려 했다. 사업계획서를 담당 국장에게 냈지만 손지사는 만나지도 못했다. 병원 시설이니까 의료단지는 싸게 불하해주는 것이 가능하냐고 물어보고 일본계 자금이 유치되면 경기도와 나라에 좋다는 생각에서 추진한 것이다.

노이사장의 환자인 메구 사장과 투자를 추진하다가 포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자기가 큰 사업가라 해서 믿고서 일본 자금 투자를 권했는데 서울 신당동 사무실에 가보니까 규모도 작고 직원도 없어서 실망했다. 내가 당했다.

메구 씨에게 확인도 않고 1억원을 보냈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데.
내 인생의 가장 큰 실수였다. 그걸 확인 못했다. 비싼 수업료 냈다 치고 잊기로 했다.

노이사장 자필로 작성한 서류를 보니 국내 기업 다섯 군데와 수십억에서 백억원대의 투자 유치 표를 만들었던데.
그 기업들과 말만 해놓은 것이지 실제 돈이 들어온 것은 없다. 해외 자금이 중요했기에 메구 씨를 통해 100억원을 국내 어느 은행으로 입금시키라고 했는데 약속을 안 지킨 것이다. 지금도 메구만 빠지고 다른 기업들은 미즈메디와 커넥션이 다 있다. 판교에는 못해도 송도 신도시나 다른 곳에 큰 병원을 세울 것이다. 메디포스트와 지금 새로 하고 있는 일도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이니까 하려고 한다.

공교롭게도 판교 프로젝트 메모를 작성한 뒤 그게 재료가 되었는지 거론된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았다.
내가 그곳에 주식을 투자한 것은 아니지 않나. 다들 미즈메디와 손잡으면 손해 보지는 않는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본인이 작성한 메모에 미즈메디의 부채가 250억원이라고 나와 기자가 법인 등기를 떼보니 사실이던데 어떻게 100억원을 동원할 계획이었나.
은행에서 60% 담보를 잡는다 쳐도 부채가 많으면 그만큼 재산 규모가 크다는 뜻 아닌가. 우리 재산까지 떼어 보았다니 알겠지만 난 원래 거짓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직도 메디포스트와 같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태반과 탯줄이 많이 나오는 메디포스트와 여성병원을 지어 제대혈 연구를 하는 것이다. 지금도 양() 사장은 나를 신뢰하니 투자를 하는 것 아니겠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계약서까지도 안쓰고 일한다.

성남 시장이 경기도에 판교 프로젝트 허용 정책건의서를 냈던데 어떻게 가능했나.
미즈메디병원이 엉터리는 아니잖은가. 지금도 세계적 병원을 세우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고,  판교와 똑같은 개념으로 송도 신도시로 할지 어디로 할지 계속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노이사장이 작성한 투자 유치 메모지에는 판교 땅을 평당 9백만원에 계산하되 실제로는 6백만원에 사고 나머지 평당 3백만원은 손학규 지사의 정치자금용이라는 설명이 있던데.
원래 병원 땅은 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메구 씨가 일본 투자 유치를 잘할 것으로 알고 그렇게 얘기한 것이지만 지금은 다 없던 일이 되고 포기한 것 아닌가. 이렇게 기자에게 서류를 넘겨 다 까발리고 고소하는 사람과 어떻게 파트너가 되어 사업하겠는가. 내가 한 모든 말을 끄집어내 흠집 잡는 사람을 기자는 좋게 보는가. 내가 점잖게 물러나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나이 50 넘어 인생을 배우고 있다. 

환자를 상대로 투자 유치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보지 않나.
내가 황우석씨나 메구 씨와 처음 만날 때는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 이분들과 협력해 이 나라에 좋은 시설 만들면 내가 죽어서라도 보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판교 프로젝트는 아직 사건화한 것도 아니다. 검찰 조사 내용에도 판교 프로젝트가 다 들어 있다. 내가 돈 한푼 받은 것이 없으니 사기가 아니잖은가.

메구 사장측에서는 판교 프로젝트로 자기가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내가 돈 받고 일을 안 해주었거나 뇌물을 갖다 바쳤다면 몰라도 그런 무리한 일은 없잖은가. 만일 메구 사장과 일이 잘 되어 일본에서 100억원이 들어왔더라도 은행에 예치시켰지 내가 갖는 것은 아니다. 은행 예금잔고 증명이라도 있어야 실제 일을 추진할 수 있겠기에 처음에 그런 목적으로 준비를 했다가 뒤늦게 투자 파트너로서 부적합하다고 보고 결별한 것이다.

스스로 판교 프로젝트를 어떻게 생각하나.
판교는 외국 자본을 끌고 들어오면 경기도와 국가에 좋은 것이라 여겨 추진하다가 포기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내가 돈을 편취한 일도 없다. 공식적으로 오간 서류가 아무것도 없고, 사인한 서류도 만들지 않았다. 병원 사업이 도박장을 만들자는 건 아니잖은가. 사회의 욕구에 따라 필요한 사업이고, 이 뜻에 사업가들이 다 동의해서 추진한 것이다.

메구 씨의 진료 차트를 분석한 다른 전문가들 은 노이사장이 수행한 난소 적출 냉동 임신 시술을 공상 과학 만화라고 평가하던데.
그 의사들의 말이 맞다. 나도 공상 과학 영화에서 나오는, 얼려 놓았다가 나중에 소생하는 인간 비슷한 개념으로 시술을 했다. 이론상 미리 난소를 냉동 보관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한 것이다. 여기에는 그분 사정이 있었다. 두 번이나 피를 뽑았는데 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와 난자 생성이 어려웠다. 그래서 다른 여자의 난자를 사서 임신을 하라고 적극 권했는데 본인은 반드시 자기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낳고 싶다고 우겼다. 꼭 원한다면 이거라도 해주겠다 해서 현대 과학으로 입증되지 않은 난소 냉동 시술을 권한 것이다.

생명윤리위원회 관련 의사들에게 자문했더니 의료인으로서 부적정한 시술이라는데.
나도 부적정할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다른 의사들은 이해를 못할 것이다. 메구 씨 시술은 내게도 일생에 한 번밖에 없는 특수 케이스고 다른 여자한테는 안 한 시술이다. 처음부터 메구 씨가 오직 자기 유전자를 지닌 아이를 갖겠다고 특별히 부탁해서 했을 뿐이다.

환자를 임상 대상으로 실험적 시술을 하려면 최소한 돈을 받지 말았어야 하지 않나.
본인이 부자라고, 돈 걱정은 말라고 했다. 내가 그분에게 받은 진료비는 2백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큰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내 손해가 훨씬 컸다.

인간을 상대로 한 이런 실험적 시술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기관윤리심의위(IRB)에 보고하고 수행했나.
핵심은 그분 나이 45세에 임신이 안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자기 아이를 갖는 것이었다. 그 방법은 미래 신기술밖에 없었다. 미즈메디가 아니더라도 외국에서 신기술이 먼저 개발되면 나가서 애를 만들라고 난소를 냉동 보관해준 것이다.

난소 적출 후 8년이 지난 작년 9월7일 메구 씨를 만나 국내에서는 불법이므로 연구를 못하겠다며 냉동 난소를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것만도 고맙게 생각하라고 말했다는데.
나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환자를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다. 난소를 갖고 있다가 나중에 또 어떤 말을 들을지 모르겠다 싶어 국내 차병원이나 외국에 가지고 나가라고 했다. 내 처지에서 보면 이 환자가 나를 속인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무서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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