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중독되면 뼈 상한다
  • 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 www.enh21.org) ()
  • 승인 2006.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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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기능 이상·우울증도 불러…하루 30분씩 주 5일 운동해야

 
운동을 하면서 헤로인이나 모르핀 같은 마약을 복용했을 때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아놀드 맨델은 이를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로 명명했다. 러너스 하이란 30분을 계속해서 달릴 경우 나타나는 ‘행복한 상태’를 말한다. 운동이 육체뿐 아니라 정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하지만 러너스 하이에 자주 도취되다 보면 운동 중독에 걸릴 수 있다. 
 
운동 중독은 의사의 경고마저 무시할 정도로 운동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현상이다. 운동 중독에 빠지면 심장 기능에 문제가 생기거나, 관절 이상·우울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또한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나친 운동이 뼈를 튼튼하게 하기는커녕 골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니,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운동량이 적절한지 돌아볼 일이다.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은 우주 비행사를 대상으로 실험한 뒤 ‘과도한 운동이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진은 건강에 문제가 없는 32~42세 남성 19명을 운동을 하지 않는 집단, 뼈를 강화하는 운동에 주력하는 집단, 근육 운동에 주력하는 집단 등 세 집단으로 나누어 한 달간 매일 일정 시간 운동을 하게 했다. 그런 다음 혈액을 채취해서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운동을 한 두 집단에서는 세포 속의 전체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운동의 종류에 상관없이 10~28% 감소했다. 그같은 연구 결과는 우주 비행사가 무중력 상태에서 뼈와 근육 손실을 막을 목적으로 실시한 고강도 훈련의 결과를 해석한 것이라, 일반인들의 운동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들어맞을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정소에서 만들어지는 성호르몬으로 스테로이드가 재료이다. 흔히 테스토스테론을 남성의 2차 성징을 나타내는 호르몬쯤으로 알고 있지만, 그 외에도 매우 다양한 일을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뼈를 자라게 하고 근육섬유의 수와 두께를 늘리는 한편, 스트레스에 대항하여 면역계와 내분비계를 조절하기도 하고 심장의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이는 테스토스테론뿐만 아니라 여성의 난소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들 성호르몬이 부족하면 뼈와 근육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과도한 운동이 성호르몬 분비 억제할 수도

 연구진은 과도한 운동에 따른 스트레스가 항염증제인 코티졸을 분비하도록 촉진하기 때문에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낮아졌다고 해석했다. 코티졸도 스테로이드계 호르몬이라 코티졸 분비가 증가하면 다른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합성할 재료가 부족해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감소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알려진 상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보통 근육 운동을 많이 할수록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된다고 하지만, 심한 운동은 오히려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튼튼해지겠다고 시작한 운동이 지나칠 경우 오히려 근육과 뼈를 해칠 수 있다는 뜻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근육과 뼈으 이상이 쉽게 회복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운동을 마친 뒤 회복 기간이 점점 길어지거나, 아침에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두통·식욕 저하· 근육통·소화 장애 등이 자주 나타난다면? 또 각종 감염성 질환에 자주 걸리거나 초조·우울·집중력 저하 현상 등이 나타난다면 이는 운동을 그만두고 휴식을 취하라는 몸이 보내는 신호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너무 심한 운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하루 30분씩, 일주일에 5일 정도 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적당한 운동량이라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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