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장이 ‘선물’한 열사의 명예 졸업장
  • 이용주 인턴기자 ()
  • 승인 2006.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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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지난 2월15일 서울 중구에 있는 남산초등학교 제61회 졸업식에서 46년 만에 명예 졸업장을 받은 특별한 사람이 있었다. 그 특별한 수여자는 1970년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앞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1948~1970년)였다. 그런데 전씨의 모친 이소선 여사가 대신 졸업장을 받을 때 누구보다 감격한 이는 정광섭 서울 남대문초등학교(남산초등학교 전신) 총동문회장(61)이었다.

정씨와 전태일 열사의 만남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8년 문을 닫은 남대문초등학교의 동문들을 찾고자 인터넷을 뒤지던 정씨는 전태일 열사가 이 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폐교된 남대문초등학교 학적부가 남산초등학교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전씨는 4학년 때인 1960년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중퇴했다.

이를 계기로 전태일기념사업회 인사들과 만난 정씨는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한다. “아들이 초등학교를 중퇴한 것이 평생 한으로 남는다”는 이소선 여사의 하소연을 듣게 된 것이다. 정씨는 서울시교육청에 전씨에게 명예 졸업장을 주자고 건의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정씨는 “학력 지상주의가 판치는 요즘, 참된 공부를 열망했던 전태일 열사가 받은 명예 졸업장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차별과 소외가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전씨의 뜻을 사람들이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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