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들, 베이징에 볼모 잡혔나
  • 워싱턴 · 정문호 통신원 ()
  • 승인 2006.02.1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의회 “중국 정부 위해 정보 유출”…구글·야후·MS 모두 의심받아

 
야후, 구글 등 중국에 진출한 미국의 IT(정보기술) 산업 대표주자들이 곤경에 빠졌다. 미국 연방 정부는 물론 의회까지 근래 그들이 보인 불미스러운 행태에 도끼눈을 뜨며 응징하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불미스러운 행태’란 이들 업체가 중국에서 벌인 일련의 문제성 행위를 말한다. 세계적 인터넷 검색 포탈인 구글과 야후는 물론이고,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중국 내 사업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네 인터넷 사용자들에 대한 개인 정보를 중국 당국에 제공했거나 중국 정부의 검열 지침에 자발적으로 협조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드러난 것이다. 미국 의회는 이미 구체적인 대응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2월15일 미국 의회는 이례적으로 하원 청문회까지 개최했다. 의회는 야후나 구글 같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대리인’처럼 굴면서 중국인의 정보 접근을 제한한 것은 물론, 중국 내 반체제 인사들의 탄압에 방조하는 작금의 행태를 허용할 수 없다며 응징할 태세다. 하원 인권 소위원회 크리스 스미스 위원장은 “중국처럼 민주주의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는 이메일 서버를 아예 철수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의회 차원의 움직임과는 별도로 미국 국무부도 지난 2월14일 중국처럼 억압적인 정권이 인터넷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단속할 특별팀을 구성해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범세계 인터넷자유 테스크 포스’란 이름의 특별 팀은 앞으로 해당 정부가 기술을 이용해 정치적 사안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거나, 반체제 인사들을 추적 탄압하는 사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제한하기 위해 인터넷 운영 구조를 변경하려는 행위 등을 단속하게 된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중국의 ‘인터넷 자유’ 문제에 단호한 입장을 취하게 된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을 통해 교묘히 반체제 활동을 해온 인사들을 적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후와 구글 같은 미국 기업들이 사업상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이같은 탄압의 ‘방조자’로 전락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후와 구글은 중국 당국의 ‘협조 요청’을 정면으로 거부해 13억 중국인에 대한 인터넷 서비스를 전면 거부당하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중국 당국의 요청에 응하면서 제한적이나마 사업을 벌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중국인의 인권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역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실상은 어떤가.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지난 2월9일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중국 공안 당국이 중국 내 반체제 인사인 리즈를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 바로 야후였다.

당시 중국 쓰촨성 다저우시의 시정부 재정위원이던 리씨는 2003년 5월 인터넷 토론방에서 쓰촨성 관리들의 부패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이를 해외로 유포시켰다. 중국 사법 당국은 ‘국가 전복’ 혐의로 그에게 8년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중국 당국이 리씨를 색출할 때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 곳이 바로 야후였다. 중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야후 사용자로 등록된 리씨의 이메일 계정과 관련한 신상 정보를 제공했고, 이에 따라 리씨가 검거되었다는 것이 국경없는기자회측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야후측은 “중국 정부가 우리에게 특정 인물의 정보를 요구할 때는 그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라며 야후로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 반체제 인사 탄압 방조’ 의혹도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공안 당국은 국가 기밀을 해외에 유포시킨 혐의로 반체제 언론인이자 당대상보의 편집장인 스타오씨를 구속해 10년형을 구형했다. 그는 1989년 천안문 사태와 관련한 중국 공산당의 활동 상황, 나아가 시위 발생 가능성에 관한 중국 당국의 비밀 기록 등을 외국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런데 그의 신원이 노출된 데 야후측의 도움이 주효했다고 국경없는기자회는 주장했다. 중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그가 사용해온 이메일 계정과 인터넷 사용 내역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야후는 “당시로서는 중국 국내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변명했다.

 
야후가 이처럼 은밀하게 중국 당국에 협조했다가 발각된 경우라면 구글은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의 지침을 따랐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구글은 중국인 전용의 ‘Google.cn’을 만들면서 중국 내 자사 직원들에게 당국에 협조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 결과 Google.cn에는 중국 당국이 금기시하는 정보나 사진이 제대로 뜨지 않거나, 다른 웹사이트와 연결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12일자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Google.cn에서 달라이 라마를 검색하면 모두 1백61 개의 이미지가 뜨는데 그중 한 개만이 달라이 라마의 모습이며, 그것도 달라이 라마가 중국의 침공으로 망명 길에 올랐던 1959년 이전의 젊었을 때 모습만 보여준다. 반면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구글에 접속하면 2천 건을 거뜬히 넘는 달라이 라마 이미지가 뜬다.

그중에는 그가 과거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을 만나는 사진이라든가 미국 뉴저지 주를 방문해 4만 명의 청중 앞에서 연설하는 사진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런 실례를 들면서 구글이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경쟁사들보다 더 적극적이면서도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의 검열 요구에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후와 구글 외에도 컴퓨터 소프트웨어 왕국이라고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중국 당국의 반체제 인사 색출·탄압을 방조한 혐의로 눈총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무료 사이버 공간인 ‘MSN Spaces’를 사용해왔던,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체제 블로거 ‘마이클 안티’의 블로그를 중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2월 폐쇄했기 때문이다. 안티는 미국 뉴욕 타임스의 베이징 지국 직원이기도 하다. 현재 MSN Spaces는 중국에서만 약 3백30만 명의 블로거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인터넷 사용자는 약 1억1천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 중 약 3천3백만 명이 자기 만의 사이버 공간을 만들어 음악이나 패션 등 비정치적인 토픽을 주로 다루는 블로거들이다. 중국 당국은 이들 가운데 반체제 블로거들이 스며들어 국가 기밀 누설, 체제 비판이나 당 간부들의 부정·부패 실상의 고발, 서구 자유주의 사상의 유포 등 정치 활동에 이용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중국 쑹화강이 한 공장의 벤젠 유출 사고로 심하게 오염된 사건이 인터넷을 통해 외부 세계에 알려진 것으로 밝혀진 이후 중국 당국은 기존의 인터넷 단속을 더욱 강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 국내법은 모든 인터넷 블로거에 대해 관계 당국에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이를 위반해 투옥된 반체제 인사는 15명에 이른다.

중국 당국이 철저 단속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야후나 구글 같은 미국 국적 회사이 ‘자진 협조’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 유통이 폭증할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 내 인터넷 사용자 수는 지난해 말 이미 1억명을 돌파했다. 인터넷 열성파들은 중국 내 컴퓨터를 미국에 있는 인터넷 서버와 연결시켜 중국 당국의 검색 눈길을 피하도록 한 소프트웨어 ‘프리게이드(Freegate)’를 이용해 원하는 내용에 접근할 수 있다. 샛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금기로 삼은 토픽만 건드리지 않을 경우,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관심 분야의 정보를 찾고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