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인턴 정치인 혹은 한국의 힐러리?
  • 황상민 교수(연세대 · 심리학 / <대한민국 사람이 ()
  • 승인 2006.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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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알라딘의 램프’ 된 강금실 이미지 분석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정치권의 ‘특급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한사코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인데도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오르내린다.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의 반열에 올라 있는 상황이 신기하기도 하다. 이미지 정치의 마법 때문이 아닐까.

정치인들은 강 전 장관의 매력을 공유하고 싶어 안달이지만, 정작 왜 그의 이미지가 상종가를 치고 있는지를 열심히 파악하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의 대중적 인기를 부러워하면서도, ‘거품이다, 아니다’라는 논란만 벌이거나 ‘우리 편이 되어주세요’라고 구애에 열중한다. 강 전 장관의 이미지가 무엇인지만 안다면, 대한민국 사람이 원하는 정치인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가장 튀는 장관으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 될 수 있었던 그의 비법은 역설적이게도 대중이 보기에 전혀 정치인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모두들 ‘돈, 돈’하면서 먹고 살기 힘들어 하거나, 헉헉대면서 살아갈 때 이 사람은 ‘멋있고’ ‘담백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비친다. 눈치를 보아야 하고 자신의 마음이 시키지 않는 일도 억지로 하면서 ‘그렇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 갑갑한 현실에서 ‘자신을 지키고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나와 다르다는 것, 참 저렇게 할 수 있어 좋겠다는 마음이 가는 그런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인기를 끄는 것이 한국 정치 현실의 역설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치판에서 유력 정치 지도자로 등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최소한 알아야 할 대중심리이다. 과거와 사뭇 다른 점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의 지도에 그려진 강 전 장관의 이미지는 ‘쿨한 지도자’ ‘참신한 신인’ 그리고 ‘한국의 힐러리’ 같은 모습이다. 이들이 가진 강 전 장관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은 사람이다. 

민주적  태도를  보인다.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자신의 현재 위치와 역할에 맞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안다. 신선하고 산뜻한 사고와 행동을 보여준다. 가치 있는 일이라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한다.

스타를 숭배하는 마니아 수준의 감성적 몰입이다. 그 분이 존재하기에 나의 삶과 세상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 심리가 나타난다. 정치판에 있다고 하더라도, 상투적인 정치인의 이미지가 아니다.

마니아 집단은 강 전 장관이 여성이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인 것은 대부분의 현실 정치인과 다르게 행동할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정치인이 되어 정치를 한다면 마치 시궁창에서 피어나는 한 떨기의 연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선거판이 시작되더라도 이런 마니아의 마음은 여전할 것이다.

마니아 수준은 아니지만, 또 다른 집단은 강 전 장관을 마치 미래를 준비하는 ‘인턴 정치인’의 모습으로 본다. 여기서 ‘인턴’이라는 의미는 현재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지만, 정치인으로서 언젠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정치하지 않겠다는 사람을 예비 정치인으로 보는 이들이 보는 강 전 장관의 이미지는 이렇다.

자신에 대한 관리와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 엄격하다. 환경이나 복지를 국가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으리라는 이미지를 준다. 강한 카리스마를 보이려고 한다. 자신의 생활·건강·이미지 등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자신의 정치적 처지와 관련해 소신과 고집이 있다.

이들은 강 전 장관에게 자신만의 무엇이 있다는 것에 관심을 둔다. 얄미울 정도로 똑부러지고 잘난 ‘서울 깍쟁이’ 같은 모습을 낯설게 보기 보다는 새롭고 기특하게 본다. 어느 정도 지켜보아 줄 수 있는 정치인인 것이다. 현재의 노무현 대통령이 전혀 정치인답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과 비슷하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심리와 같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약발이 있는 이미지이다.

강 전 장관을 비교적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에게서 ‘한국의 힐러리’의 모습을 본다. 여성 정치인이라는 이야기다. 50대 후반의 전형적인 한국 남자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똑똑하고, 강한 모습의 여자에 대한 삐딱한 눈초리이다. 강장관의 이런 모습은 그들에게 눈에 거슬린다.

분명하고 강한 결단력을 보인다.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고, 주변의 평에 개의치 않는다. 순수한 동기와 열정으로 일을 한다. 승부사 기질이 있다. 고집이 강하다.

이들은 무섭고 영악한 여자라서 그를 꺼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인 반대자가 되지는 않는다. 마치 이영애가 주연한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씨 이미지다. 이들이 금실씨가 정치를 하겠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어차피 재수없는 인간들의 한판 놀이판이니, 뭐라 하겠는가?”

‘쿨한 선지자’ ‘인턴 정치인’ 그리고 ‘한국의 힐러리’라는 강 전 장관의 현재 이미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알라딘의 요술 램프이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정치 무대에 데뷔한다 하더라도 이런 이미지는 당분간 유효할 것이다. 여전히 권력에 욕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 때까지 말이다. 그래서일까. 지금 강 전 장관은 권력에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 잡으려는 ‘알라딘의 램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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