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로비' 부메랑 맞나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6.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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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 대외비 보고서 파문 확산 ... 남중수 사장에게도 불똥 튈 가능성
 
김영관 KT 사업지원실 상무는 지난 2월22일 부하 직원 두 명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 634호를 찾았다. 국회 분야 대외 활동을 맡고 있는 김상무 일행이 ‘KTF 로비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 사무실을 찾은 것이다. 계열사 KTF를 둘러싸고 불거진 로비 의혹을 가라앉히고자 본사 국회 담당 임원이 나선 것으로 비쳤다. 이미 KTF 국회 담당자들이 권의원 방을 들락거리고 있는 와중에 본사까지 나선 배경에는 말 못할 걱정이 깔려 있다. 남중수 KT 사장이 ‘KTF 로비 건’의 총책임자였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권의원이 폭로한 KTF 대외비 보고서가 작성된 때는 2003~2004년. KTF 경영전략 부문·재무관리 부문·대외협력 부문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정보통신부·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한 당시 로비 활동 내역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기간에 KTF 사장은 남중수 KT 사장이었다. 남사장은 2003년 1월 KTF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해 지난해 8월 KT 사장으로 선임되기까지 국내 2위의 이동통신 회사를 이끌었다. 보고서 작성 부서인 경영전략실·재무실·대외전략실은 사장 직속 기관으로 남사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남사장으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는다. 남사장이 KTF 로비 전략 수립과 집행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고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당시 KTF 대외협력부문장을 맡았던 이는 조영주 부사장인데, 현 KTF 사장이다. 대외협력 부문은 전략기획 부문과 함께 회사 핵심 부서로 꼽힌다. 조영주 대외협력부문장이 KTF 사장으로 승진했고 현재 부문장은 KT 출신인 유기현 전무가 맡고 있다. 대외협력 부문은 사업협력실과 대외전략실로 나눠진다. 관청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특성상 외부에는 세부 역할이 알려져 있지 않다.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관청 로비, 이른바 ‘대관’ 업무를 수행하는 곳은 사업협력실이다. 사업협력실 산하에 공정경쟁팀과 대외협력팀이 있다. 공정경쟁팀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경쟁 환경과 규제에 관한 KTF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부서이고, 대외협력팀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통신위) 소속 국회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다.

사업협력실과 별도로 운영되는 대외전략실은 대외전략팀·정책협력팀·정책개발팀 3개팀 2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통부와 통신위처럼 정부 규제 기관 소속 공무원을 만나 정책 이슈와 관련한 자사 입장을 설득하거나 정책 논리를 개발하는 곳이다. KTF 내부 관계자는 “규제나 정책 이슈에 따라 팀이 개별적으로 또는 결합해 탄력적으로 대처한다고만 알고 있다. 개별 팀의 세부 업무는 내부에서도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하다”라고 말했다.

보고서 작성 부서는 사장 직속 기관

통신 회사의 대외협력 조직에 밝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대외전략팀은 경쟁사와 통신 정책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 곳이다. 정책개발팀은 정책 이슈와 관련한 회사 논리를 개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정책개발팀이 통신 규제나 정책과 관련한 정책 대안을 개발하면 정책협력팀은 정부 규제 기관을 찾아다니며 자사의 정책 대안을 설득한다.

내부 문건이 폭로되자 KTF측은 좌불안석이다. KTF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일삼는 부도덕한 조직으로 매도당하는 것은 억울하다”라고 주장했다. 규제가 엄격한 국내 통신 환경을 감안하면 통신 업체들이 대외협력 부서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통신 회사 처지에서 규제가 새로 생기거나 개정되는 것은 경쟁 조건이 변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회사 운명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또 정부가 신규 통신 사업권을 누구에게 인·허가하는가에 따라 회사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회사 목줄을 쥐고 있는 규제 기관과 법령 제·개정 권한을 보유한 국회 통신위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것은 생존  본능이다’라는 항변이 나올 만하다. 자신들의 목줄을 쥐고 있으니 통신회사 국회 담당자들은 국회의원, 규제 기관 소속 공무원과 평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이들이 주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국회의원과 공무원에게 향응을 제공한다든지 골프를 함께 하는 것이다. 심지어 해외 출장을 동행하거나 행사를 지원하기도 한다. KTF 외에도 국내 이동통신 업계 최강자 SK텔레콤도 ‘CR(Customer Relation)전략실’이라는 대외협력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딸린 기사 참조). LG텔레콤도 정책협력실 산하에 대외협력팀과 정책개발팀을 두고 있다.

남사장이 지난해 8월 KT 사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대외전략팀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시민단체를 상대로 한 로비와 정보 수집 업무를 담당하는 대외전략팀을  사업협력실과 별도로 신설한 것이다. KT는 대외전략팀이 명칭에서부터 대외 활동 부서라는 것이 드러난다는 지적이 나오자 후에 사업지원실로 명패를 바꿔 달았다.

 
사업지원실을 이끄는 인물은 오석근 상무다. 남사장이 KT로 옮겨오면서 함께 데려온 유일한 인물이다. 오상무가 실장으로 취임하면서 사업지원실은 실세 부서로 주목받았다. 그전까지 대외 활동 업무를 총괄한 곳은 사업협력실이었다. 지금은 국회와 시민단체 로비 업무는 사업지원실로 넘기고 통신 산업 규제 기관인 정통부·통신위·관변 연구기관을 상대로 자사 이해와 부합한 정책과 법규가 시행될 수 있게끔 설득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KT 고위 관계자는 “국회·시민단체 로비 업무는 사업협력실에서 맡고 있는 업무였고 정보 수집은 부서 곳곳에 숨겨 놓은 인력을 비공식적으로 활용했으나 남사장이 취임하면서 정보 수집과 국회·시민단체 업무를 합쳐 사업지원실을 신설했다”라고 말했다.

사업지원실 산하에는 김영관·심성훈 상무 대우가 속해 있다. 김상무는 여덟 명을 거느리고 국회와 시민단체 로비 업무를 맡고 있고 심상무는 부하 열 명과 함께 통신·방송 관련 첩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업지원실은 상위 임원을 거치지 않고 남사장에게 수시로 보고하는 체계를 꾸리고 있다.

권영세 의원측은 “지금까지 나온 보도 내용은 전체 보유 자료 가운데 10%밖에 되지 않는다. 공정위·정통부·국세청 자체 감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향응을 받은 공무원 명단을 비롯해 추가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KTF에서 발발한 불길이 KT 사장실로 옮겨 붙을 공산이 큰 것이다. KT는 KTF 건이 KT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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