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우하하하” 김진표·진대제 “허걱”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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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원, 경기도지사 후보 지지율·당선 가능성 1위
 
현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서 경기도 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은 각각 세 명, 다섯 명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김진표 교육부장관·진대제 정통부장관·남궁석 국회 사무총장이 물망에 올라 있고, 한나라당에서는 원내에 있는 김문수·전재희·김영선·이규택 의원에 최근 입당해 도전장을 내민 이범관 전 광주 고검장이 5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기도민 5백명을 상대로 한 이번 여론조사에서 경쟁력에서 김문수 의원이 두각을 나타냈다. 우선 각 당 지지자들을 상대로 해서 후보 적합도를 물었다. 열린우리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사람 1백13명을 대상으로 경기도지사 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 김진표 장관에 대한 지지도가 35.4%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 진대제 장관(23.0%), 남궁석 사무총장(8.8%) 순서였다.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답변한 2백4명에게는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 적합도를 물었다. 김문수 의원이 29.4%로 가장 높게 나왔고, 그 다음은 전재희 의원(13.7%), 김영선 의원(11.3%), 이규택 의원(10.8%), 이범관 전 고검장(4.9%) 순서였다.

여론조사에서 의미 있는 지지도를 보인 후보들을 가상 대결로 맞붙여본 결과, 김문수 의원이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후보로 꼽혔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김진표 장관을, 한나라당 후보로 김문수 의원을 맞대결시킬 경우에 현재 상황에서 김문수 의원이 9.6% 포인트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진대제 장관이 출마하고,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과 대결하는 구도일 때에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김문수 의원이 47.6%, 진대제 장관이 30.2%로 두 후보 격차는 17.4% 포인트에 달했다. 두 가상 대결에서 무응답 층은 22%가량으로 비슷했다.

서울시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큰 변수 가운데 하나가 투표율이다. 1998년 6월 지방선거와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지역 투표율은 50.0%와 44.6%로 매우 낮았다. 이번 조사에서 경기도 지역의 정당 지지도는 열린우리당이 22.6%, 한나라당이 40.8%로 한나라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민노당은 5.6%, 민주당은 2.8%, 국민중심당은 0.4%로 낮은 지지도를 보였다. 연령대와 계층별로 비교하면, 열린우리당은 20대(30.6%), 30대(28.1%)에서, 한나라당은 50대(58.9%), 60세 이상(53.9%), 자영업층(50.0%)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강했다. 연령이 높을수록 투표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이번 지방선거는 투표율 면에서 한나라당에게 유리한 구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투표에 대한 적극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적극적인 투표층에서 김문수 의원을 지지하는 경향이 명확하게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39.2%(적극적 투표층)가 ‘반드시 투표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적극적 투표 의사를 가진 층만 살펴보면, 김문수 의원은 김진표 장관(31.6%)을 상대 후보로 했을 때 52.0%, 진대제 장관(26.0%)을 상대 후보로 했을 때 56.1%로 격차를 더 벌렸다. 게다가 조사 대상 가운데 57.4%가 박근혜 대표가 지원 유세를 할 경우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도 한나라당으로서는 선거 전망을 밝게 하는 청신호에 해당한다.

당선 가능성 묻는 질문에 45.2%가 무응답

자신의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누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을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김문수 의원이 강세를 보였다. 김문수 의원 20.8%, 김진표 장관 15.0%, 진대제 장관 7.8%, 전재희 의원 4.2%, 이규택 의원 3.4% 순서였다. 주목되는 것은 무응답층이 45.2%에 이른다는 점이다. 여권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고, 경기 지역 유권자들이 김문수 의원을 ‘절대 강자’로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지지세에서 앞서가고 있는 김문수 의원측은 ‘경기도 발전’ 의제를 확실히 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정부의 규제 때문에 경기도 발전이 더뎌졌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캠프에서는 상대편 후보가 누가 될지 경기도 방문 일정까지 챙기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장관에서는 김진표 장관을 더 까다로운 상대로 보고 있다. 한 핵심 참모는 “김장관이 수원에 기반을 갖고 있고 원내에 조직 장악력이 진장관보다 낫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만약 김장관이 후보로 나설 경우, 참여정부에서 경제 정책과 교육 정책을 맡은 이력을 ‘경제·교육 실정론’으로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 ‘경제 잘 아는 후보론’으로 승부

열린우리당에서 출마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진대제 장관과, 김문수 의원이 경쟁할 경우 ‘동기동창 대결’을 벌이게 된다. 두 사람은 경북중학교를 같은 시기에 다녔다. 진장관이 삼성 출신이고, 수원·화성 등에 삼성 사업장이 있어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김의원측 생각은 다르다. 김의원측의 한 핵심 참모는 “비정치적 이미지와 삼성 때문에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선거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당 대 당, 기반 대 기반으로 선거 구도가 가게 되면 조직 장악력이 중요한데, 진장관은 조직 장악력이 약하다. 삼성이 이번 선거에서 어떤 영향력을 미치리라고 보지 않는다. 진장관의 재산 문제, 아들 이중 국적 문제도 약점이다”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아직 누가 주자로 나설지가 불분명한 상태다. 한동안 김진표 장관으로 굳어진 듯했으나 최근 다시 ‘진대제 카드’가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현역 의원인 김진표 장관이 나서게 되면 지방선거 이후 치를 보궐 선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 지역 의원들이 모여 선거에 대한 의견을 나눈 워크숍에서도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나서든 열린우리당은  ‘경제를 잘 아는 후보론’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 사람은 경제 관료로, 다른 한 사람은 스타 CEO 출신임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계획이다. 경기도당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나갈지 유동적이지만 선거전에 들어가면 인물론으로 현재의 지지도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경기도민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31.8%)를 차기 지사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뽑은 것이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위안이라면 위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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