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수 닮아가는 그들의 거짓말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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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지지자들, 노정혜 처장 폭행 ‘부인’ 목격자들 “시위 여성들이 폭행했다” 증언

 
과학계가 황우석 박사를 저버리게 된 직접적 계기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조작 건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국민들이 황박사에게 실망하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거듭된 그의 거짓말 때문이었다. 요즘에는 ‘황빠’(황우석 지지자)들이 이 버릇을 닮아가고 있다. 검찰 수사 발표를 앞두고 연일 서울대 본부 앞에서 ‘황우석 교수 연구 재개’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이들은 2월22일 급기야 조사위원회 관계자를 폭행하는 물의를 일으켰다. 문제는 황우석 지지자들이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사태 자체를 부정하는 ‘황우석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2월22일 오전 11시5분께. 황우석 지지자 10~20 명은 서울대 본부 앞에서 한 줄로 서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때 서울대 연구처장 노정혜 교수가 본부 앞을 지나고 있었다. 노정혜 처장은 서울대 조사위원회 대변인 역할을 맡았던 핵심 관계자다. 시위대는 ‘노정혜!’라며 이름을 불렀고 노처장은 지인이 부르는 줄 알고 돌아서 웃음을 지었다. 이때 시위 중이던 중년 여성 예닐곱 명이 노 처장에게 달려들어 폭행하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노처장의 머리채를 잡고 팔을 비트는 등 폭행했다. 노교수의 머리카락이 뽑혀 휘날렸다.

여성으로서 머리채를 잡힌다는 것은 모욕적인 일이다. 백 번 양보해 어느 시위에서나 어느 정도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시위대 측이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면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피해자인 노정혜 교수는 “나로 인해 사태가 확산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언론 접촉을 꺼렸다. 그녀는 다음날 출근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황우석 지지자들은 사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전면 부인’하며 물타기 작전을 택했다. 당시 시위를 했던 김이현 난자기증모임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얼굴을 모르는 한 남성이 노처장의 머리채를 잡고 끌었다(서울신문 등)”라는 식으로 묘사하며 폭행 연루 사실을 부정했다. 이 주장은 언론과 인터넷 포털 뉴스에 여과 없이 보도되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폭력 행위자가 남자라는 주장 말도 안돼”

취재 결과 그날의 진실은 명백했다. 서울대와 무관한 제삼자로서 본부 2층 기자실에서 사태를 목격했던 ㄱ일보 ㄴ기자는 “폭력 행위자가 남자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분명히 처장의 머리채를 낚아채고 폭행한 사람들은 여성들이었다. 모두 같이 시위를 벌이던 일행이었기 때문에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주장도 목격한 현장 상황과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본부 현관 경비원도 같은 말을 했다. 주변에 남자 시위대가 있기는 했지만, 노정혜 교수를 폭행한 이는 아줌마들이었다는 것이다. 노정혜 교수와 동행하고 있었던 서울대 김도연 학장은 좀 더 자세하게 기억했다. “시위자들이 ‘나라 팔아먹은 ×’이라는 둥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으며 달려들었다. 폭행을 1분가량 했다. 내가 말리는데도 끝까지 팔을 놓지 않는 사람 때문에 노처장이 ‘내 팔!’이라며 괴로워했다”라고 말했다. 김 학장은 폭행을 주도한 중년 여성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당시 시위 참가자 자신 중에서 한 여성을 지목해내기도 했다.

황우석 지지자들의 카페 모임인 ‘아이러브 황우석’에는 ‘노정혜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이 카페에 올라 있는 게시물을 살펴보면 스스로 음모론을 부정하고 있다. 좋은 예가 폭행 사건 당일 오후 2시 게시판에 ‘새지평’이라는 ID를 가진 사람이 올린 글이다. “‘중전님(김이현 대표) 기뻐서 하시는 말씀이 일자진의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 노정혜의 머리채를 잡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고 합니다. ㅎㅎㅎ”.

궁지에 몰렸을 때 사태를 전면 부정해버리는 과감한 전략은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 논란이 불거진 이후 줄곧 써왔던 수법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혼선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따라해도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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