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사발 들고 “열려라, 시인 학교”를 외치다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6.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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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막사발 장인 김용문씨(51·사진 왼쪽)가 오랜만에 서울 인사동 나들이에 나섰다. 그가 몰고 온 트럭에는, 굴뚝이나 조명등·접시 따위를 빚은 뒤 표면에 신경림·김지하·정호승·오세영·안도현 등의 시를 새겨 넣은 ‘시도자’ 5백여 점이 실려 있었다. 김씨는 지난 5개월 동안 정성 들여 만든 이 옹기들을 3월1~7일 서울 인사동 아트윌 갤러리에서 열린 시화전 <사랑을 머금은 자 이 봄, 목마르겠다>에 내놓았다. ‘문학과 문화를 사랑하는 모임’(대표 소설가 김주영)이 주최한 시화전은 인사동에 있던 술집 ‘시인 학교’를 되살리자는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다.

김종삼의 시 제목에서 옥호를 딴 ‘시인 학교’는 오랫동안 인사동을 드나들던 문인·화가들의 사랑방 구실을 해오다가 2년 전 운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많은 시인 묵객들은 늘 그 점이 아쉬웠다. ‘시인 학교’가 문을 닫기 전까지 ‘개근생’ 중 한 사람이었던 김용문씨 또한 ‘인사동에 들러도 사랑채를 잃어버린 과객처럼 허전했다’. 그런 마음들이 합쳐져 시인 학교 살리기 ‘운동’이 일어난 것. 시화전에는 김씨의 작품 외에도 시인 100여 명의 육필 시와 김선두·민정기·이 인 씨 같은 화가들의 그림이 걸렸다. 

술집 주인보다도 ‘교장’이라는 애칭으로 통했던 시인 정동용씨(46·사진 오른쪽)는 “수익금이 모이면 인사동에 ‘시인 학교’를 반드시 다시 열겠다”라며 마음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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