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제안’보다 낫건만…
  • 남문희 전문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6.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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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비닐 프로젝트, 비용·환경 문제 동시에 해결 가능

 
폐비닐 프로젝트가 좌절된 이후 자원재생공사(현 한국환경자원공사)가 한때 폐비닐을 활용한 남북 협력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2004년 5월 북한의 광명성총회사와 관련 협의를 하고 7월에는 통일부로부터 경협 사업자 승인까지 받았다. 공사측의 아이디어는 폐비닐을 북측에 보내 건축 자재용 플라스틱 칩으로 만든 뒤 제3국에 수출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측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활용 방안이 있는데, 굳이 경제성도 없는 이런 사업에 응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아무런 진전도 없었다. 

다시 1년이 지난 지난해, 남쪽 정부가 2백만 kW의 전력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중대 제안’을 발표했다. 이 제안은 그 내용보다, 정부 스스로 북에 대한 에너지 지원이라는 금기 영역을 넘어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전력은, 북이 그 자체만으로는 군용으로 전용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폐비닐 프로젝트와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즉 폐비닐의 경우 1차 추출물인 혼합유를 분리할 경우 휘발유와 디젤유를 얻을 수 있어 군사용 전용 시비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는 북측과 혼합유만을 공급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약속하고, 또한 공장을 짓는 단계에서도 혼합유만 추출하도록 제한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혼합유는 난방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제공한 중유나 벙커C유와 비슷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몇 가지 짚을 대목만 정확하게 해두면, 폐비닐 프로젝트는 중대 제안을 통한 전력지원보다 여러 가지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중대 제안은 시설 투자만 2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북으로부터는 시큰둥한 반응밖에 받는 게 없다. 반면 폐비닐 프로젝트는 전자동으로 할 경우에도 7분의 1에 불과한 비용밖에 들지 않는 반면, 북이 절실히 원하고 남쪽도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목적 프로젝트이다.

또한 현재의 폐비닐 재고량 70만 톤 처리에만도, 7년에서 10년 걸리고, 매년 6만~7만  톤의 신규 폐비닐을 고려하면, 지속 가능한 남북 협력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남한뿐 아니라 일본 등 폐비닐로 고민하는 다른 나라로까지 눈을 돌리면, 남북을 넘어 국제적인 환경 프로젝트로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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